[리뷰]'배반의 장미', 애처로운 웃음만..

김현록 기자  |  2018.10.12 10:54
사진=영화 '배반의 장미' 포스터

'한 날 한 시에 죽자.' 더 나은 생은 없다고 판단한 네 사람이 지방 러브호텔에 모인다. 가족을 위해 하얗게 불태운 삶이지만 이젠 검은 돈에 연루돼 쫓기는 처지인 '최후의 불꽃'(김인권 분), 더 이상 시나리오가 써지지 않는 작가 '인생은 미완성'(정상훈 분), 그리고 공부만은 소질이 없는 게 분명한 4수생 '행복은 성적순'(김성철 분). 먼저 만난 세 사람이 함께하기로 한 마지막 멤버이자 유일한 여성인 '배반의 장미'를 기다리는데 그녀가 늦는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던 세 사람은 죽음을 결심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며 의형제까지 맺는다. 그러던 이들 앞에 드디어 '배반의 장미'(손담비 분)가 나타난다. 화려한 미모, 섹시한 의상, 그리고 어딘지 꿍꿍이가 있는 듯한 그녀가 등장한 뒤 모텔방엔 묘한 기운이 감돈다. 다시 술판이 벌어지지만 이들의 본 계획은 점점 멀어져간다.

영화 '배반의 장미'(감독 박진영·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동반자살을 소재로 삼은 코미디다. 연극 '사랑은 죽음보다 어렵다'가 원작으로, 죽음을 결심한 남자들 사이에 미모의 여인이 등장하면서 일이 마구 꼬인다. 단조로운 배경과 쏟아져나오는 대사부터 연극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영화는 모든 인물을 한껏 과장된 캐릭터로 꾸미고 극단적 상황에 몰아넣은 채 이야기를 펼치는데, 스크린에선 매력이 덜 산다. 저마다의 이유로 죽음을 결심한 사람들을 통해 세태를 풍자하면서 삶의 애환을 드러내려는 걸까. 뜻밖의 순간 본능에 충실해져 버리는 남자들을 통해 웃음을 전하려 하는 걸까. 감독조차 특별한 것 없었다니 짐작할 뿐인 연출 의도는 어떤 쪽으로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김인권 정상훈 박철민 등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노련한 배우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법자로 주목받은 배우 김성철이 분투한다. 코미디에 도전한 섹시퀸 손담비는 영화의 제목을 '배반의 장미'로 지을 만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허나 이들이 죽음을 결심한 이유는 아이디 작명 센스보다도 공감이 덜 되고, 이들이 결심을 번복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15세 관람가지만 노출만이 없을 뿐 성인물을 연상시키는 노골적인 성적 유머를 주된 웃음 포인트로 삼는데, 남자들의 시선으로 소비되는 여성이든 욕망덩어리로 희화화되는 남성이든 애처롭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엄정화의 히트곡 '배반의 장미'를 곱씹게 된다. 1997년 노래다. "왜 하필 나를 택했니"부터 흥이 붙는 그 노래는 "후회하게 될거야"로 끝난다.

15세관람가. 러닝타임 99분. 10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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