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국가대표'의 눈물 "아기 아플 때... 곁에 있지 못해 미안해" [★현장]

코엑스(삼성동)=김우종 기자  |  2019.05.21 05:19
인터뷰 중 눈물을 흘리는 황보람(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김우종 기자

눈물을 훔치는 황보람과 그를 다독이는 동생들. /사진=김우종 기자
황보람이 20일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열린 2019 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 출정식에 딸 봄이와 함께 참석해 각오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엄마 국가대표' 황보람(32·화천SKPO,수비수)은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하지만 가족을 떠올리는 순간에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 여자 축구가 월드컵에서 새 역사를 쓰기 위해 도전한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오는 6월(한국시간)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월드컵에 참가한다.

조별리그 A조에 속한 대표팀은 6월 8일(오전 4시) 개최국 프랑스와 개막전을 치른다. 이어 12일(오후 10시) 나이지리아를 상대한 뒤 18일(오전 4시) 노르웨이와 운명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일단 대표팀은 지난 대회에 이어 2년 연속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출국을 하루 앞두고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대표팀 출정식과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대표팀 맏언니이자 수비수 황보람도 있었다. 황보람은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결혼 후 지난해 딸 봄이(현재 14개월)를 낳아 엄마가 됐다. 출산 이후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했고, 국가대표(A매치 42경기 출전)까지 재차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다.

황보람은 "그동안 힘든 훈련을 했는데, 나이가 나이인 만큼 회복이 느리더라"고 웃은 뒤 "현재 대회에 맞춰서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중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오겠다"고 입을 열었다.

황보람의 포지션은 수비수다. 윤덕여 감독은 경험 많은 베테랑인 그의 합류로 수비가 더욱 탄탄해 질 거라 기대를 걸고 있다. 황보람은 "제가 늘 생각하는 게 있다. 경기에서 둘 중 하나만 빠져나가게 하자는 것이다. 사람(상대 선수)이 빠져나가면 공이 못 빠져나가게 하고, 공이 빠져나가면 사람이 못 빠져나가게 하자고 마음 먹는다. 저희 수비도 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프랑스와 개막전은 현재 만원 관중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홈 텃세를 극복해야만 한다. 황보람은 "저희 대표팀 경기는 거의 만석이 된 적이 없다"면서 "그곳에서 경기를 한다면 정말 그냥 되게 자신이 뿌듯할 것 같다. 꽉 채워진 관중들 앞에서 뛴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고 설렘 가득한 각오를 밝혔다.

한국 여자 축구 역사에서 태극마크를 단 '엄마 선수'는 황보람이 처음이다. 황보람은 "처음이라는 것 자체에 되게 많이 부담이 간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처음에 제가 잘해놓아야 후배들도 다음에 저처럼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반을 잘 다져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영광스러운 자리에 가는 것이라 기쁘다. 훈련을 할 때 힘든 부분이 정말 많았는데 '출산했다', '나이가 많다' 이런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런 핑계를 대지 않고 티도 안 내며 열심히 해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정말 행복하고 기쁘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큰 대회를 앞두고 이제 잠시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만 한다. 남편과 딸은 대회가 펼쳐질 프랑스에는 함께 가지 못할 전망이다. 황보람은 '가족이 보고 싶을 것 같다'는 취재진의 언급에 "아기 때문에…(프랑스로 오지는 못하고). 집에서 TV로 시청할 것 같다"고 말한 뒤 "사진을 보고 영상 통화를 할 때마다 울컥할 때도 많다. 특히 아프다고 그러면 그때는…. 바로 제가 곁에 가지 못하니까 미안하고. 제가 옆에 못 있어주니까…"라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곧이어 인터뷰 시간이 종료된 가운데, 눈물을 흘리는 맏언니를 다독이며 일으켜 세운 건 옆에 같이 앉아있던 동료들이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엄마 국가대표' 황보람이 '모정(母情)'을 가득 안고 프랑스로 날아간다. 그리고 이역만리에서 딸을 마음에 안은 채 기쁨 가득한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황보람(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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