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두산전이었다. 두산이 3-0으로 앞선 가운데, LG의 2회초 공격. 선두타자 LG 김현수(31)가 타석에 들어섰다. 두산 선발 투수는 유희관(33)이었다.
유희관은 초구와 2구째 모두 스트라이크를 꽂은 뒤 3구째 볼을 하나 뺐다. 그리고 4구째. 유희관이 던진 속구(131km)를 김현수가 공략했으나 배트에 빗맞고 말았다. 타구는 힘없이 유희관 앞으로 굴러갔다.
이 공을 잡은 유희관은 잠시 숨을 골랐다. 이어 별다른 스텝 동작 없이 1루로 공을 뿌렸다. 그런데 이 송구의 속도가 평상시 일반 송구보다 좀 특별하게 빨랐다. 직선 타구처럼 쭉 뻗어 나가는 수준의 속도였다. 유희관이 힘을 잔뜩 주고 뿌린 공은 1루수 오재일의 미트 안으로 정확하게 들어갔다. 이 장면을 본 일부 야구 팬들은 '1루로 뿌리는 광속구가 타자한테 던지는 투구보다 빠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승리투수가 된 이후 만난 유희관은 이 장면에 대해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입을 연 뒤 "두산에 입단했을 때부터 (김)현수는 동생이지만, 정말 저를 많이 챙겨줬다. 제가 차가 없을 때 현수가 집에서 데려다주고, 현수 집에서 많이 자기도 했다. 지금도 가장 친한 선수를 말하라면 현수를 꼽을 정도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희관은 6⅓이닝(104구)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호투하며 두산의 7-4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8승(7패)에 성공한 유희관은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까지 2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평균자책점은 3.07로 토종 투수들 중 3위이자 전체 9위다. 하지만 5회에는 2사 후 유강남에게 솔로포를 얻어맞기도 했다.
유희관은 '유희관에게 강한 남자, 유강남(27)이 홈런을 쳤다'라는 취재진의 언급에 "같은 유씨끼리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농담을 던진 뒤 "이상하게 (유)강남이와 승부할 때 실투가 들어가는 것 같다. 제 잘못이다. 그걸 또 강남이가 놓치지 않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더 잡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힘이 들어갈 수도 있다. 실투는 여지없이 맞는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유희관은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대해 "이룰 때까지는 이룬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기록이긴 하지만, 개인 기록보다는 팀 승리에 보탬이 돼야 한다. 10승을 거둘 때까지 최선을 다해 집중해 던지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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