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양의지, 김재환 OUT '집요했던 3연속 같은 공' [★승부처]

창원=김우종 기자  |  2019.08.21 05:18
NC 포수 양의지(왼쪽)와 두산 4번 타자 김재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옛 동료. 참으로 얄궂은 운명이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고 비정했다.

2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두산-NC전. NC 선발 루친스키(31)는 6회까지 단 56개의 공만 뿌리며 무실점 투구를 펼치고 있었다. 완벽한 완투 페이스. 이어 NC가 3-0 리드를 잡은 7회초, 루친스키는 2사 후 박세혁(29)에게 우월 솔로포를 허용했다. 점수는 3-1이 됐다.

8회까지 루친스키의 투구수는 76개였다. 그리고 9회에도 루친스키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선두타자 정수빈(29)을 중견수 뜬공 처리한 뒤 페르난데스(31)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2아웃. 이제 승리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1개.

하지만 루친스키는 3번 최주환(31)에게 초구에 우월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이제 점수는 3-2, 한 점 차가 됐다. 창원NC파크의 평온했던 승부의 기운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9회 2사 후. 이제 타석에는 4번 타자이자 지난 시즌 홈런왕 김재환(31)이 들어섰다.

이 경기 전까지 최근 3경기서 7할(10타수 7안타)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 감이 좋은 김재환이었다. 더욱이 김재환의 주특기인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이 될 수 있었다. 마운드에는 여전히 루친스키, 그리고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선수는 바로 김재환의 옛 동료 양의지(32)였다.

루친스키는 먼저 김재환의 몸쪽을 향해 149km짜리 초구 속구를 꽂아 넣으며 빠른 공을 한 차례 보여줬다. 결과는 볼. 제 2구째. 이번엔 루친스키가 낮은 커터(143km)를 뿌렸다. 역시 볼 판정이 내려졌다. 2볼 노스트라이크로 NC 배터리가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NC가 홈런 맞는 걸 피하기 위해서는 역시 철저히 낮은 쪽 승부가 필요해 보였다. 바로 이 순간, 포수 양의지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3구째. 앞서와 달리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졌다. 루친스키의 136km짜리 떨어지는 변화구(포크볼)에 김재환이 방망이를 헛돌렸다. 볼카운트는 2-1이 됐다.

대기 타석에는 앞서 홈런을 친 박세혁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재환이 출루한 뒤 박세혁이 홈런을 친다면 역전이 되는 상황이었다. NC의 선택은 거르는 게 아닌 김재환과 승부였다.

4구째. 이번에도 또 똑같이 떨어지는 공이었다. 134km 커브에 김재환이 재차 균형을 잃으며 배트를 헛돌렸다. 순간, 배트를 헛돌린 김재환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볼카운트는 2-2. 제 5구째. 옛 동료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던 양의지가 요구한 공은 이번에도 또 '똑같은 공'이었다. 134km 뚝 떨어지는 커브에 김재환이 참지 못하고 또 한 번 방망이를 헛돌렸다. 삼진 아웃. 경기 종료.

참으로 집요했다. 불리한 볼카운트로 몰린 상황 속에서도 3구 연속 똑같이 떨어지는 공을 요구했고 던졌다. 결과는 삼진 아웃. 9회 2사 후 최대 승부처에서 양의지-루친스키 배터리의 볼 배합이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기 후 루친스키는 "홈런 맞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더욱 집중해서 던졌다.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커브볼을 던지려 노력했다. 좋은 피칭을 해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김재환을 상대할 때 던진 공 모두) 양의지의 사인대로 던졌다. 그가 리드한 대로 의심 없이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웃었다.

20일 경기 후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완투승의 주인공 NC 루친스키. /사진=김우종 기자

루친스키(좌)와 양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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