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예스터데이' 비틀즈와 로맨틱코미디가 만났을 때 ①

전형화 기자  |  2019.09.11 11:20


비틀즈가 없어진 세상. 나만 그들의 명곡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 명곡들을 직접 만든 것처럼 세상에 발표할 수 있다면. 내가 '예스터데이'의 싱어송라이터가 된다면. 영화 '예스터데이'는 이런 상상력으로 만들어졌다.

하루하루 힘겹게 음악을 하며 살아온 무명 가수 잭. 마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서도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친구이자 매니저로 곁을 지켜온 엘리. 잭은 엘리가 있었기에 꿈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이제 꿈을 놓아줄 때가 왔다는 걸 안다. 기적이라도 생기지 않는 한.

바로 그 순간 전 세계가 정전된다. 다음 날 세상에선 비틀즈가 사라졌다. 비틀즈를 기억하는 사람은 바로 잭뿐이다. 구글로 검색해봐도 딱정벌레만 나온다. 코카콜라도 없어졌다. 펩시만 있는 세상이다.

잭은 엘리와 친구들에게 '예스터데이'를 들려준다. 친구들은 너무나 아름다운 노래를 어떻게 만들었냐고 묻는다. 그래도 콜드플레이 '픽스 유'보다는 못한다면서. 잭은 "어떻게 '픽스 유'를 '예스터데이'에 비교하냐"고 발끈한다.

그리고 잭은 '예스터데이'와 '렛 잇 비', '헤이, 쥬드' 싱어송라이터로 세상에 나서기로 한다. 세상은 천재 싱어롱라이터, 전설의 탄생에 들끓기 시작한다.

'예스터데이'는 대니 보일 감독이 만든 로맨틱 코미디다. '러브 엑추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어바웃 타임' 같은 워킹 타이틀표 영화다. 괴짜 친구들, 사랑의 미묘한 거리감, 엑센트가 명징한 영국식 유머. 그 위로 비틀즈의 명곡들이 흐른다.

'예스터데이'는 '보헤미안 랩소디'나 '로켓맨' 같은 뮤지션의 전기 영화가 아니다. 비틀즈의 전기 영화가 아니다. 비틀즈가 사라졌기에 오히려 더욱 비틀즈의 존재가 강렬한 영화다. "비틀즈가 없는 세상은 끔찍하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비틀즈를 찬양한다. 영화에서 에드 시런 역으로 출연한 에드 시런조차, 비틀즈를 찬양하기 위한 조연에 불과하다. 비틀즈 노래를 세상에 다시 알린 잭을 소개하기 위한 세례 요한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기 영화가 아니다. 주크박스 영화에 가깝다. 비틀즈의 명곡들은, 전기영화처럼 무대에 소환돼 떼창을 유발하지 않는다. 로맨틱코미디란 본령에 맞게 상황 상황마다 비틀즈의 노래가 쓰인다. '예스터데이'는 반복되지 않으며, '렛 잇 비'는 첫 소절만 세 번 반복된다. 워킹 타이틀 특유의 유머와 맞물려 사용된다.

그렇기에 '예스터데이'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실망할 것이요, '어바웃 타임'을 기대한 관객은 만족할 만 하다. 다만 두 장르가 혼용된 터라 두 장르 모두 밀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은 있다.

'예스터데이'는 아는 만큼 보인다. 비틀즈에 대해 아는 만큼 영화를 즐기게 된다. '백 인 더 U.S.S.R.'에서 'U.S.S.R.'이 무슨 뜻인지 아는 관객일 수록, 이 노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수록, 더 즐길 수 있다. '헤이, 쥬드'가 왜 '헤이, 쥬드'인지 아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유머에 포복절도할 수 있다. 영화 말미 등장하는 수수께끼 장발 남자를 단번에 알아차려야 이 영화의 결말을 납득할 수 있다.

잭을 맡은 히메쉬 파텔은 수천대 1의 오디션을 뚫고 단숨에 주연을 꿰찰 만큼, 순박한 남자를 잘 연기했다. 엘리를 맡은 릴리 제임스는 차세대 대표주자라는 수식어가 손색 없을 만큼, 영화에 애정과 기쁨을 뿌린다. 탐욕스런 거대 음반사 대표 데보라를 맡은 케이트 맥키넌은 최고다. 에드 시런은 그의 팬들이라면 등장할 때마다 키득 될 것 같다.

'예스터데이'는 비틀즈에 대한 헌사며, 영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영화다. 셰익스피어와 해리 포터의 나라. 그 자부심도 녹아있다. 떼창은 못해도 데이트 무비로는 적격이다. 특히 친구에서 연인으로 시작하는 커플에게 좋을 듯하다.

9월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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