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이가 조산을..." 대니 리, 가장의 책임감으로 이 악물었다 [★현장]

서귀포(제주)=심혜진 기자  |  2019.10.20 05:53
4번홀에서 티샷하는 대니 리./사진=JNA GOLF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29)가 가슴 아픈 개인사를 털어놔 기자회견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대니 리는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나인브릿지(파72·7241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THE CJ CUP'(총상금 975만 달러)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더블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중간합계 15언더파 201타가 된 대니 리는 저스틴 토마스(미국)과 공동 선두에 올랐다.

2015년 그린 브라이어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이후 아직 우승이 없는 대니 리는 고국에서 열리는 PGA 투어에서 두 번째 우승 기회를 잡았다.

전반에 버디 2개로 2타를 줄였지만 10번홀(파4) 더블 보기로 줄였던 타수를 다 잃어버렸다. 하지만 파5 홀인 12번홀과 15번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잡으며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하이라이트는 18번 홀(파5)이었다. 이글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2타 차로 선두 저스틴 토마스(미국)를 추격하던 대니 리는 투온을 만들어낸 뒤 20m 이상 거리의 이글 퍼트를 그대로 성공시키면서 단번에 선두권에 올랐다. 퍼팅 성공 후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대니 리는 "쉽지 않은 라운드였다. 어제, 그저께보다 바람이 많이 부는 컨디션이 있었지만 열심히 해서 잘 쳤다"며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 홀 이글 상황에 대해 그는 "(두 번째 샷 상황에서) 맞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3번 우드가 세게 맞아 운좋게 그린 왼쪽 오르막 언덕을 맞고 공이 멈췄다. 퍼트는 집어넣으려고 친 게 아니었다. 내리막으로 천천히 보내겠다고 했는데 공이 홀 쪽으로 가더라. 그래서 이글 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니 리는 고국에서의 우승에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 아내도 한국인이고, 부모님도 한국인이고, 할아버지도 한국에 사신다. 많은 가족들이 한국에 계셔서 한국 시합을 자주 오는 편인데,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아 한국 팬들한테 좋은 모습을 많이 못 보여드렸다"면서 "이번에 내 실력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다. 대니 리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라고 운을 뗀 뒤 "아내가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지난주 일요일(13일)에 조산을 했다. 크리스마스 때 나와야 할 아기였다"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두 달 빨리 태어난 아기는 현재 인큐베이터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이상 말을 못하겠다"고 울먹인 대니 리는 최종 라운드 전략에 대해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컨디션을 보고, 게임 플랜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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