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했던 오재원, 가을의 신 스틸러 등극 "나도 한 번쯤은..."

잠실=심혜진 기자  |  2019.10.24 12:22
9회말 무사 1루서 2루타를 친 오재원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나도 한 번쯤은 기분이 좋아야 하지 않을까."(웃음)

두산 베어스의 '캡틴' 오재원(34)이 승부처에서 귀중한 안타를 때려내며 신 스틸러로 등극했다. 주장의 품격이 묵묵하게 빛난 극적인 한 방이었다.

두산은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2019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6-5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잠실 2연전 싹쓸이에 성공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두 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주장' 오재원의 한 방이 컸다. 8회초 시작과 동시에 최주환 대신 2루수로 교체 투입된 오재원이 큰 역할을 해냈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는 9회였다. 두산이 3-5로 뒤진 9회말 무사 1루서 오재원은 키움 마무리 오주원을 만났다. 침착하게 승부를 이어간 끝에 풀카운트까지 끌고 왔다. 그리고 오주원의 6구째 시속 128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깨끗한 2루타를 때려냈다.

오재원의 귀중한 한 방으로 무사 2, 3루를 만든 두산은 김재호의 적시타, 김인태의 희생플라이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가 나오면서 짜릿한 역전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올 시즌 오재원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98경기에 출전해 타율 0.164, 3홈런 18타점에 그쳤다. 2007년 입단 후 13시즌 만에 처음으로 1할대 타율을 기록한 것이다. 그래도 오재원은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했다. '더그아웃 리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그의 풍부한 큰 경기 경험을 높이 샀다. 그리고 오재원을 한국시리즈 출장 명단에 넣었다. 대수비와 대주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누구보다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그의 투입 시기가 절묘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최주환의 타격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다. 최주환이 마지막 타석에서 어이 없는 삼진을 당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간혹 수비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점수가 더 날지는 모르지만, 수비도 보완하려고 했다"며 오재원의 투입 배경을 설명한 뒤 "오재원도 경기 감각을 익혀야 하는데, 주장으로서 정말 중요한 걸 해줬다"고 칭찬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하며 지켜본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 후 스타뉴스와 만난 이 위원은 "중요한 승부처에 오재원이 해줬다. 사실 시즌 때 오재원이 오버 스윙을 했었다. 초구까지만 해도 그런 스윙이 나왔다.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2루타를 칠 때 딱 자기 스윙이 나왔다. 앞으로도 그 스윙을 잊지 않는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본인의 느낌은 어땠을까. 경기 후 만난 오재원은 "사실 경기를 나가지 못할 것이라 알고 있어 의욕이 없었다. 그래도 한 타석은 기회가 올 것 같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말 간절하게 쳤던 것 같다"고 회상한 뒤 "나도 한 번쯤은 기분이 좋아야 하지 않을까.(웃음) 이제 내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 열심히 (동료들을) 응원하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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