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후보' 오만석에게서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신스틸러]

전형화 기자  |  2020.02.15 10:00
오만석 '정직한 후보' 스틸.

이 기사는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장유정 감독의 '정직한 후보'가 얼어붙은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12일 개봉한 '정직한 후보'는 하루 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된 3선 의원 주상숙이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영화. 라미란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김무열, 윤경호 등이 웃음 폭탄을 쉼 없이 투하해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주인공 라미란의 능청스런 코미디가 일품이지만 멀쩡한 모습으로 웃기는 김무열과 투박한 웃음을 주는 윤경호 궁합도 좋다. '정직한 후보'에는 나문희를 비롯해 송영창, 손종학, 조한철, 온주완 등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해 저마다 제 몫을 다했다.

이들 중에는 단 두 차례 등장하지만 의미 있는 이름으로, 의미 있게 등장하는 배우가 있다. 앵커 장덕준을 연기한 오만석이다. 극 중 장덕준은 생방송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한다. 이 보이는 라디오에서 출연한 라미란 윤경호 부부가 포복절도할 만큼 웃음을 쏟아낸다. 거짓말을 못하게 된 주상숙(라미란)이 생방송에서 17.5금 유머까지 풀어놓는 것.

오만석은 그런 와중에도 날카롭게 맥락을 짚어가며 관객에게 가이드를 제시한다.

장유정 감독은 오만석이 맡은 극 중 이름 장덕준을, 한국 최초로 순국한 언론인 장덕준에게서 가져왔다. 그만큼 장덕준이란 캐릭터에 언론인으로 정도를 지키는 모습을 담고 싶었던 것이다. 장 감독은 "장덕준은 젊어서는 현장에서 열심히 취재를 했고, 일선에서 물러나 라디오를 진행하면서도 여전히 날 선 질문을 던지는 언론인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말미에 장덕준(오만석)이 신지선(조수향)에게 "머리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지적하는 것도 스치는 장면이지만 의미를 담았다. 사실 이때 신지선이 쓴 가발이 영화 초반 주상숙이 썼던 가발이었던 것. 장유정 감독은 초심을 잊곤 하는 위정자의 모습을 그렇게 풍자했다.

그 풍자를, 오만석은 잠깐이지만 정직하게 연기했다. 오만석이 연기한 9대 1 가르마의 장덕준에게서 실제 어떤 인물을 떠올릴 수도 있고, 그게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게 '정직한 후보'가 주는 재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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