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안 보여" 안갯속 삼성 외야수들, 왜 실책 아닌 안타일까

잠실=김우종 기자  |  2020.06.05 12:20
노을 진 잠실구장의 모습.
일몰 시간에 마치 안갯 속에 갇힌 듯, 뜬공을 연달아 놓친 삼성 외야수들. 하지만 공식 기록은 실책이 아닌 안타였다. 이유가 무엇일까.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LG전. 삼성이 0-6으로 뒤진 4회말 선두타자 김현수가 중견수 쪽으로 뜬공을 쳤다. 타격 후 김현수가 고개를 바로 숙이며 아쉬워할 정도로 평범한 아웃성 타구였다.

그런데 삼성 중견수 박승규가 타구의 방향을 순간적으로 놓치고 말았다. 일몰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공 색깔과 비슷해진 하늘 빛에 영향을 받은 듯했다. 공식 기록은 중전 안타였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계속된 무사 1, 2루 상황서 LG 라모스가 좌중간 외야 쪽으로 또 공을 띄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삼성 유격수 이학주, 중견수 박승규, 좌익수 박찬도가 모두 타구의 방향을 잃어버렸다. 이들이 허둥지둥하는 사이 공은 좌중간 외야에 떨어졌다. 라모스의 안타. 삼성 선수들은 넋이라도 나간 듯 "공이 안 보인다"면서 하늘을 쳐다봤다.

계속해서 후속 김민성의 우익수 방면 직선타구를 김헌곤이 또 잡지 못했다. 이 사이 2, 3루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경기 흐름이 LG로 완벽하게 넘어간 순간이었다.

4일 잠실 삼성-LG전 4회 김민성의 타구를 놓치는 삼성 우익수 김헌곤.
그럼 왜 타구를 놓친 삼성 외야수들에게 실책이 주어지지 않고 안타로 기록됐을까.

이날 경기의 공식 기록을 맡은 윤병웅(56)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위원은 스타뉴스에 "선수와 코치들이 볼 때는 실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록적으로 그런 플레이들을 판단할 때, 선수들이 타구 성격을 잘못 파악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타구가 잘 맞았는데 괜히 앞으로 나오다가 만세 부르듯 하면서 공을 뒤로 넘기는 경우, 높이 떴는데 타구를 잃어버리는 경우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는 연무가 껴 있었다. 또 해가 질 때니까 공 색깔과 가장 비슷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수들이 자주 공을 놓치곤 한다. 때로는 공이 햇볕이나 조명탑 빛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공식적인 실책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어제는 미스 플레이가 있긴 했다고 볼 수 있으나 기록적으로는 실책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기록위원장을 역임한 31년차 베테랑 윤 위원도 이런 경우를 자주 봤을까. 윤 위원은 "이렇게 몰아서 나온 경우는 나도 많이는 못 봤던 것 같다"면서 "어제는 시간대도 그랬고 맑은 날씨가 아니었다. 하늘이 흐렸다가 개는 과정에서 구름이 좀 있었다. 경기 시작할 때부터 연무가 껴 있어 공이 너무 높이 뜨면 시야를 가렸던 것 같다. 구름에 연무까지 더했고, 공 색깔과 비슷해지는 시간대이기도 했다. 날씨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고 이야기했다.

윤 위원은 "또 삼성이 아무래도 원정 팀이다 보니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경기적으로 보면 잡아줘야 하는 것이긴 한데, 선수들이 타구를 눈에서 놓친 건 불가항력이라 보는 것"이라면서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과정에서 판단 착오를 일으키는 경우, 기록적으로 실책으로 기록하지 말라는 규칙 조항이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베스트클릭

  1. 1방탄소년단 진, PD들이 섭외하고 싶어하는 1등 연예인
  2. 2"어느 각도에서나 최고" 방탄소년단 지민, 미술 작품 재탄생
  3. 3기안84, 'SNL 코리아' 실내 흡연.. 갑론을박
  4. 4'사당귀' 박명수, 박나래에 손절 선언 "인연 끊자"
  5. 5'165㎞ 타구 퍼올렸는데' 이정후 운이 너무 없다, 빠른 발로 1안타... SF는 3-4 역전패 [SF 리뷰]
  6. 6남규리의 충격 고백 "가사 못 듣는 병에 걸렸었다"
  7. 7'살 빼고 첫 1군 컴백+역대급 NO 포기 집념주루' KIA 이래서 1등이다, 사령탑도 "칭찬하지 않을수 없다" 감탄
  8. 8손흥민 꽁꽁 묶였다... '토트넘 초비상' 전반에만 3실점, 아스널에 대패 위기→4위 경쟁 '빨간불'
  9. 9한혜진 홍천 별장에 또 무단 침입.."무서워요"
  10. 10손흥민 아스널전 선발! '10-10 대기록+북런던 더비 역사' 도전, 숙명의 라이벌과 맞대결... 4위권 경쟁 분수령 [공식발표]

핫이슈

더보기

기획/연재

더보기

스타뉴스 단독

더보기

포토 슬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