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화장실 3분 늑장 대타 사건, 오재원과 LG의 생각 차이 [★취재석]

잠실=김우종 기자  |  2020.06.22 05:13
오재원(가운데) 타석에 들어서면서 무언가 말을 하고 있다.
그라운드는 소위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한다. 잔인하고도 냉혹한 승부의 세계가 펼쳐지는 그곳. 하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은 승패 이상의 가치가 그라운드를 따뜻하게 감쌀 때도 있다. 상대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진 뒤 미안함을 표시하는 투수. 의도치 않게 자신의 타구에 투수가 맞고 쓰러지자 1루가 아닌 마운드로 방향을 틀었던 타자. 동업자 정신. 한국 야구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최고의 명장면들이다.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LG전에서는 초유의 장면이 나왔다. 두산이 2-0으로 앞선 5회초 2사 1,2루 기회. 이유찬 타석 때 두산 벤치가 대타 작전을 썼다. 오재원의 투입이었다. 하지만 오재원은 좀처럼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분 그리고 2분…. 이닝 교대 시간보다 긴 시간이 째깍째깍 흘러갔다.

이때 마운드 위에서는 이미 105개의 공을 던진 '19세 신인' 이민호가 땡볕 아래서 계속 연습 투구를 하고 있었다. 얼마 후 경기 중단 약 3분 만에 오재원이 더그아웃을 지나 대기 타석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다급한 모양새는 아니었다. 오재원은 평정심을 잃지 않은 채 차분한 모습으로 평소와 똑같이 타석에 들어섰다. 순간, LG 더그아웃에서는 야유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두산이 대타 작전을 쓴 이후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경기장 내 모든 구성원들이 오재원을 기다렸다. 이유가 있었다. 급한 생리 현상으로 인해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던 것이다. 당연히 두산 코칭스태프가 오재원이 자리에 있는지 확실하게 확인을 한 뒤 대타 사인을 냈다면 가장 좋았을 터다. 하지만 하필 그때 오재원은 그 자리에 없었다.

두산 관계자도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두산 관계자는 "오재원이 화장실에 있어 타석에 들어설 준비가 안 돼 있던 상황이었다"면서 "경기 후 오재원이 LG 주장(김현수)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늑장 출장' 이유를 해명했다.

타석에 늦게 들어선 오재원을 바라보고 있는 LG 선수단. /사진=뉴스1


평소에도 야구 센스가 넘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오재원이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오재원이 타석에 들어서는 그 순간, 가볍게 모자를 벗는 등의 사과하는 센스를 발휘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그 이전에 사령탑이 상황 설명을 충분히 하면서 양해를 구했다면 다들 이해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아무런 상황 설명 없이 두산은 물론, 상대 팀인 LG 감독과 코치, 선수단, 투수 이민호와 야수들, 프런트, 중계진, 그리고 양 팀 팬들과 시청자들 모두를 마냥 기다리게 만들고야 말았다.

이 과정에서 LG 더그아웃으로부터 외국어로 큰 소리가 나왔고, 오재원이 LG 더그아웃을 쳐다봤다. 전일수 주심은 오재원에게 주의를 줬다.

물론 양 팀의 생각이 달랐을 수 있다. 두산과 오재원의 입장에서는 전쟁과 같은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순간이기에, 경기가 다 끝난 뒤 '설명'만 해도 충분했을 거라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두산전 연패로 신경이 매우 예민해진 상황에서 LG는 '설명'이 아닌 최소한의 진정성 담긴 '사과'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경기 후 더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에 앞서 오재원은 LG 더그아웃 쪽을 쳐다본 뒤 모자를 벗으며 무언가 말을 건넸다. 그러자 LG 측은 오재원을 향해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후 모자를 벗은 채 LG 더그아웃을 쳐다보고 있는 LG 선수단.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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