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한국시간) 개막전에서 맞대결한 게릿 콜(뉴욕 양키스)과 맥스 슈어저(워싱턴)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MLB에서 1, 2위를 다투는 특급 투수들이지만, 투구수가 50개를 넘어가자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공 스피드는 어느 정도 나왔지만 끝에 꽂히는 위력이 덜 해 보였다.
25일 탬파베이와 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33·토론토)도 그랬다. 빼어난 제구력을 갖춘 투수임에도, 이날은 22명의 타자를 맞아 초구 스트라이크를 7번밖에 못 잡았다.
볼 스피드도 초반엔 최고 92마일(148km)까지 나왔으나 50구를 넘어선 4회부터는 89~90마일(143~145km)로 떨어졌다. 볼넷 3개에 몸에 맞는 볼도 1개 내주며 매끄럽지 못한 투구를 했다. 팀은 6-4로 이겼지만, 류현진은 4⅔이닝 4피안타(1홈런) 3실점으로 승패를 남기지 않았다.
상대 선발 찰리 모턴(37)도 2017년 휴스턴의 우승에 기여한 A급 투수이지만 투구수가 50개를 넘어가니 위력이 떨어졌다. 4회 이후 무너져 4이닝 6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류현진으로선 원 아웃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위안거리와 얻은 것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토론토가 개막전을 승리했다는 점이 팀과 선수 모두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실 토론토는 류현진의 전 소속팀인 LA 다저스보다 전반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라 여겨지는데, 이날 경기만 놓고 보면 생각보다는 공격이나 수비가 잘 이뤄졌다. 류현진도 팀 전력이 괜찮다고 느끼고, 팀도 류현진이 던질 때 승리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것이다.
경기 내용을 들여다 보면, 3-0으로 앞선 4회말 상대 쓰쓰고 요시모토가 몸에 맞는 볼로 나간 뒤 1사 1루에서 마누엘 마고의 3루 땅볼 때 더블 플레이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 결국 마이크 브로소의 1타점 2루타로 이어졌다.
6-1로 스코어가 벌어진 5회에는 투 아웃을 잘 잡은 뒤 헌터 렌프로를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아쉬웠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이라 좀더 편하게 상대했으면 좋았을 텐데 볼카운트 2-2에서 볼 2개를 연거푸 던졌다.
곧이어 쓰쓰고에게 볼카운트 3-2에서 6구째 포심 패스트볼(시속 89마일·143km)에 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왼손 투수가 좌타자를 상대할 때 유리한 몸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대신 빠른 공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된다.
바로 직전 5구째 89마일 포심에 쓰쓰고가 헛스윙을 해 같은 공을 한 번 더 던진 듯 싶다. 또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쓰쓰고가 2루 땅볼을 쳤는데 그 때 던진 85마일 커터(MLB.com은 슬라이더)가 비교적 제대로 맞았다고 류현진과 포수 대니 잰슨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쓰쓰고는 필자가 대표팀 감독을 맡은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만나 잘 알고 있는 타자다. 그러나 류현진은 그 전에 대표팀 생활을 해 맞대결한 경험이 없다. 쓰쓰고는 일본 요코하마 시절에는 2013년 잠시 3루수를 맡았을 뿐 외야수로 쭉 뛰었다. 그런데 MLB 데뷔전인 이날 3루수로 선발 출장해 홈런까지 터뜨렸다.
쓰쓰고는 아마도 류현진이 주무기인 커터나 체인지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때로는 이를 역이용해 보란 듯이 그 공을 던질 필요도 있다. 알고도 못 치는 게 야구 아닌가.
토론토 벤치가 투구수 97개의 류현진을 교체한 것은 이제 막 시즌을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MLB에서는 2000년대에는 시즌 초반 선발투수가 90구 정도로 5회를 안 마쳤는데도 바꾼 경우가 많았다. 2010년대 이후 최근에는 조금 늘어나 95~100개 정도 때 교체한다. 이후 2~3차례 등판을 거친 뒤에야 100구 이상을 던지게 한다. 사실, 이날 투구수로만 보면 류현진을 더 일찍 바꿀 수도 있었으나 코칭스태프가 나름 최대한 배려를 한 셈이다.
이날 경기가 열린 트로피카나 필드를 보면서 30년 전 기억도 생각났다. 1990년 쌍방울 창단 감독이던 필자는 첫 해 2군 리그를 마치고 플로리다 교육리그에 가 이 구장을 견학했다. 당시에는 팀은 없고 구장만 먼저 지어져 있었다. 탬파베이는 1998년에야 MLB에 합류했다.
토론토는 2016년 이후 4년 만에 시즌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2018년과 2019년 연거푸 6승 13패로 밀렸던 탬파베이에도 첫 경기에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특히 새로운 에이스 류현진이 던진 경기였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고문은 한국 야구를 세계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력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국내 야구는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으로서 MLB 최고 스타들을 상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MLB 경기를 빠짐 없이 시청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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