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심판 동반 라운드'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2020.08.03 07:00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쏙쏙골프’라는 칼럼의 주제엔 맞지 않지만 너무나 특이한 라운드여서 소개할까 합니다. 지인인 A는 모 대기업의 홍보 책임자로 10년을 근무했습니다. 지금은 접대골프란 게 사실상 없어졌지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6년 9월 이전까지만 해도 대기업 홍보 담당자들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접대골프였습니다.

A는 그룹 소유의 골프장엘 10년간 한겨울을 뺀 2월 초~12월 중순까지 매주 토, 일요일을 다녔습니다. 그러니까 매년 약 90라운드(45주x2), 10년이면 900라운드를 같은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했습니다. “골프를 원없이 쳤으니 부럽다”고 말할 이도 있겠지만 A의 입장에서는 내키지않은 라운드였으니 늘 고역이었죠.
 
900라운드를 돌았으니 골프장 내 나무와 러프의 상태, 벙커 위치, 그린 브레이크를 손금 보듯 꿰뚫고 있어 싱글 핸디캐퍼가 되기엔 최고의 조건과 경험을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접대골프’의 금기가 초대한 이들보다 잘 치면 안된다는 것이므로 늘 적당하게 치는 게 습관이 돼 버려 10년간 ‘그저 그런 보기 플레이어’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A는 정년퇴직을 하고 바로 골프를 끊었습니다. 10년간 접대골프를 하면서 즐거웠던 추억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옛 동료들의 라운드 요청은 거절할 수가 없었죠. 단, 조건을 걸었습니다. 골프장엔 같이 가지만, 골프는 치지 않고 3인 플레이의 심판을 봐주겠노라고.
 
그래서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심판 동반 라운드’가 탄생한 겁니다. 이들 3인은 실력이 비슷해 핸디캡 주고 받는 것 없이 1타당 1000원짜리 내기를 했는데, 간혹 ‘룰 충돌’이 있었습니다. 카트 도로에 공이 떨어졌을 시 공의 드롭을 도로 오른쪽 혹은 왼쪽에서 하나, 공이 화단에 들어갔을 땐 구제를 받을수 있나 등등.
 
이럴 때 심판인 A가 얼른 다가가 명확한 판정을 내려줘 의견 충돌을 사전에 막아줍니다(카트 도로를 절반으로 나눠 공이 왼쪽에 있으면 왼쪽에, 오른쪽에 있으면 오른쪽에 드롭. 화단에 공이 들어갔을 땐 대부분 로컬룰로 구제됨).

물론 친선경기인 만큼 어드바이스도 해줍니다. 앞바람이 다소 세게 부니 한 클럽 혹은 두 클럽을 길게 잡아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브레이크가 심한 그린에서는 라인을 잘 읽어줘 스리 퍼트를 방지해 줍니다. 3인의 요청을 다 들어주니 불평 불만이 있을 수 없고 더 화기애애한 진행이 됩니다.
 
‘심판 동반 라운드’에서 가장 혜택을 받는 이는 누구일까요? 말할 필요 없이 캐디입니다. 캐디가 할 일을 A가 도맡아 하기 때문입니다. 이 라운드의 핸디캡은 그린피가 비싸다는 겁니다. A를 포함한 4인 플레이지만 총 비용은 A를 뺀 3인이 1/n로 나누는 탓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듣고 “나도 한 번 해볼까?” 했는데 동반자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승낙하지 않을 것 같아 말을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참 재미있는 플레이가 되겠네”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비용이 걸림돌이죠? 그래서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심판 동반 라운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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