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와 넷플릭스 협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
22일 영화계에 따르면 투자배급사 에이스메이커와 넷플릭스는 '원더랜드'를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공개를 넷플릭스를 통해 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원더랜드'는 한국에서는 극장에서 개봉하고 해외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게 됐다.
'원더랜드'는 김태용 감독이 2011년 '만추'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인공지능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이제는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과 영상통화로 마음을 위로받는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수지와 박보검, 공유와 탕웨이, 정유미와 최우식이 출연한다.
에이스메이커와 넷플릭스는 '원더랜드' 해외 공개를 놓고 촬영 초창기부터 논의를 해왔다. 양측은 긴 협상 끝에 '원더랜드' 제작비에 대략 30% 정도 달하는 금액으로 넷플릭스와 해외 판권 계약을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원더랜드'는 '#살아있다'처럼 한국에선 극장에서 개봉하고 해외에선 넷플릭스 브랜드로 소개되는 사례다.
'#살아있다'는 지난 9월 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자 하루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무비 차트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이틀 만에 글로벌 무비 차트 1위에 올랐다. 미국 및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러시아 등 유럽 주요국과 호주를 포함해 전세계 35개국 무비차트 1위를 석권했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드라마 및 영화 콘텐츠를 통틀어 미국 및 유럽 시장에서 넷플릭스 1위로 등극한 사례는 '#살아있다'가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영화 해외 플랫폼으로 '#살아있다' 성공 사례는 영화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원더랜드' 뿐 아니다. 내년 개봉을 준비 중인 텐트폴 영화 중 넷플릭스와 해외 공개를 놓고 협의 중인 작품이 두루 있다. 내년 해외 극장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에 해외 판권을 넷플릭스에 넘기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는 것.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는 것으로 합의한 영화들도 속속 계약 체결을 완료하고 공개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박신혜 전종서 주연 영화 '콜'을 11월 27일 공개한다고 밝혔다.
240억원 가량이 투입된 텐트폴 영화인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도 투자사인 메리크리스마스가 넷플릭스와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하는 것을 놓고 막바지 협의 중이다. '승리호'는 올여름 개봉을 계획했지만 한 차례 연기해 9월23일로 변경했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자 다시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후 올겨울 개봉을 검토했지만 여러 상황이 여의치 않자 넷플릭스와 협상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승리호'는 넷플릭스를 통한 해외 공개를 협의 중이었던 터였다.
한국영화들의 잇따른 넷플릭스 협업은, 코로나19 여파가 크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제외하고 넷플릭스가 한국영화를 오리지널로 기획부터 참여한 사례는 아직 없다. '킹덤' '인간수업' 등 시리즈물을 오리지널로 제작한 것과는 다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상업영화는 굳이 넷플릭스가 아니어도 다른 투자사가 많았던 이유가 가장 크다. 영화는 극장 상영을 전제로 한 매체인 데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할 경우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제작비+알파로 10% 이상 수입을 얻는 반면 극장에서 개봉할 경우 흥행에 성공하면 훨씬 큰 수입을 얻는다. 때문에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좀처럼 넷플릭스 오리지널 공개를 택하지 않았다.
올 초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이 코로나19 여파로 끝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될 때만 해도 한국영화계에선 부정적인 시각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한국영화산업에 자금이 제대로 융통되지 않자 위기의식이 커졌다. 한국영화산업은 극장 매출이 절대적이기에 극장산업이 위축되자 신작 영화 투자도 여의치 않다.
그런 차에 넷플릭스가 한국영화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자 새로운 투자사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2015년 이후 한국 콘텐츠에 7억 달러(약 7954억 8000만원)를 투자했다. 투자 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자금 경색이 된 한국영화산업에 넷플릭스가 새로운 활로로 떠오른 셈이다.
넷플릭스와 한국영화 협업은 당분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에도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된다면, 내년으로 개봉을 미룬 영화들이 활로를 찾아야 하는 탓이다.
어쩌면 현재 한국영화계 상황은 코로나19가 앞당긴 미래일 수 있다. 급격하게 찾아 온 변화가 한국영화산업을 어떻게 바꿀지, 이래저래 어려운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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