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겠다는 일념 하에 쉽지 않은 도전의 길을 선택한 양현종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지난달 27일 LA 에인절스와 경기에 불펜투수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그는 4⅓이닝을 던져 5피안타(1홈런) 2실점했다.
나흘 뒤인 1일에는 강팀 보스턴을 상대로 4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4.15였던 시즌 평균자책점도 2.08로 끌어내렸다. 단 2경기 투구로 샘플은 적지만 양현종은 갈수록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는 상대가 누구이든 자신의 볼을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을 어필하고 있다.
크리스 우드워드(45) 텍사스 감독도 이런 양현종의 모습을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높게 평가하고 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그는 "양현종이 한국에서 선발로 많은 이닝을 던진 경험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그가 불펜에서 던질 수도 있겠지만 텍사스는 양현종을 선발투수 자원으로 생각하며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2007년 KIA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양현종은 한국에서 뛴 14시즌 동안 총 1986이닝을 던졌다. 이는 연평균 약 142이닝에 해당되며, 데뷔 첫 두 시즌과 2012년을 제외하곤 11시즌을 100이닝 이상 투구했다. 그만큼 내구성이 좋다는 뜻이다. 텍사스 구단도 이런 양현종의 장점을 높이 평가한다.
양현종이 갑작스레 선발등판 기회를 잡은 것은 팀 동료 아리하라 고헤이(29)의 손가락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기회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아직은 임시 선발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하지만 양현종이 호투를 펼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양현종의 선발 등판은 한국 팬들에게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 현지 언론은 당시 박찬호의 계약을 두고 '텍사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바라본 계약이며 박찬호는 이를 가능하게 해줄 우승청부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크게 달랐다.
박찬호는 2002년부터 텍사스에서 뛴 총 4시즌 동안 단 68경기에 선발등판해 겨우 380⅔이닝을 던졌다. 건강한 선발투수가 한 시즌에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보통 30~32번 정도 선발등판해 200이닝 정도를 던진다. 박찬호가 텍사스 시절 얼마나 부상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성적도 4시즌 동안 22승 23패 평균자책점 5.79로 부진했다. 연평균 단 5.5승이었다. 결국 5년 계약을 다 채우지 못하고 2005년 시즌 도중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비록 텍사스 시절에는 '먹튀' 소리를 들을 만큼 부진했지만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이고, 그가 세운 아시아 투수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124승)도 당분간은 쉽게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제 한국인 빅리거 새 역사의 출발선에 섰다. 양현종이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잘 잡아 꾸준히 선발투수로 나서며 박찬호가 텍사스에서 남겼던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상희 스타뉴스 통신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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