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데스킹 부재" MBC 박성제 사장, 도쿄올림픽 '중계 망신' 대국민 사과[종합]

한해선 기자  |  2021.07.26 15:26
/사진=MBC

MBC 박성제 사장이 도쿄 올림픽 중계 논란에 고개를 세 번 숙였다. 국제적 망신에 대해선 해당 대사관에 직접 사과할 것임을 밝혔다.

박성제 사장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도쿄올림픽 중계 중 벌어진 방송 사고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사장은 사과 공식 입장을 발표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MBC는 지난 23일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중계 방송 중 각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부정적이고 희화화 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국가 설명을 해 논란을 빚었다.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자료화면으로 첨부하는가 하면, 엘살바도르에 대해 비트코인 이미지를, 아이티에는 대통령 암살 관련 자막과 현지 폭동 사진을, 시리아에 대해선 내전, 마셜 제도는 미국 핵실험장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MBC는 아프카니스탄의 자료 사진으로 양귀비를 당나귀에 싣고 가는 모습, 루마니아의 대표 사진으로 드라큘라, 노르웨이의 대표 사진으로 연어를 첨부해 논란이 됐다.

또 MBC는 25일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인 한국과 루마니아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자책골을 넣은 루마니아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놓고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자막을 사용해 상대팀 조롱 논란까지 불거졌다. '고마워요 마린'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한일전에서 허구연 해설위원이 일본 선수 G.G. 사토에게 "고마워요 사토"라고 말한 것을 패러디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비난의 의미로 비춰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MBC
/사진=MBC

박성제 사장은 "저희 MBC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 올림픽 중계를 하던 중 각국을 소개하던 가운데 과도한 자막을 사용했다"며 "상대국에 대한 경솔한 자막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망하신 시청자 여려분께 MBC 최고 콘텐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한 박 사장은 "지난 4일은 제가 MBC 사장에 취임한 후 가장 고통스런 시기였다"라며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책임지겠다"라며 "내부 심의 규정을 한층 강화하고 윤리위원회에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스포츠 콘텐츠를 제작할 때 문화적 다양성, 인권 평등을 인식하도록 전 사적 의식 개선을 하겠다"라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저희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되찾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재차 고개를 숙였다.

/사진=MBC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박 사장은 MBC 내부 데스킹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 않냐 묻자 "이번에 MBC 조직 개편을 하면서 변화가 있긴 했다. 그러나 조직 개편이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본사나 계열사 어느 한 쪽의 문제만은 아니라 생각한다"라며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참가국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못한 규범적인 문제다. 시스템으로 걸러내지 못한 것이 1차적인 문제"라고 했다.

25일 '고마워요 마린'이라고 자막 사고가 난 과정에 대해선 "올림픽 중계방송이 끝나는 대로 1차적인 정밀 조사를 해서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하겠다"라고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대사관에 오늘 오전 사과를 했다. 다시 한 번 해당 국가인들과 관계자들에게 사과한다. 오늘 외식 기자들에게도 사과문과 영상을 전하겠다"라고 전했다.

박 사장은 자막 논란이 일어난 구체적인 사고 경위와 해결 방식에 대해 "1차 조사가 끝난 상황이다. 어떤 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조사했다"라며 "그러나 개막식 방송에서 일한 분이 많기 때문에 중계방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세하게 조사를 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정밀 조사가 추가돼야 후속 조치가 나올 것이고 그에 대한 징계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일부는 업무에서 배제됐고 일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를 할 예정"이라며 "더 강도 높은 진상 조사 위원회가 결성될 것이다. 가장 빠르고 철저한 조사가 되도록 하겠다"라며 "이러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올림픽 정신과 가치에 대한 교육과 시스템을 강도 높게 바꾸고 올해부터 착수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문제의 또 다른 원인이 체계적이지 않은 데스킹 과정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데스킹이 없이 부실하게 이뤄졌던 것도 있지만 그것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기자회견을 마치며 세 번째로 사과 의미의 고개를 숙였다.

/사진=MBC


한편 MBC는 지난 24일 한글과 영어 두 차례의 사과문을 통해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이번 중계 논란에 러시아 출신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는 트위터에 "이 자막 만들면서 '오? 괜찮은데?'라고 생각한 담당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때 세월호 사진 넣지, 왜 안 넣었어? 미국은 911 테러 사진도 넣고?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해야 폭발한 핵발전소 사진을 넣어?"라고 분노했다. 외신도 MBC 중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MBC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중계에서도 논란이 된 바. 당시 MBC는 키리바시에 "지구온난화로 섬이 가라앉고 있음", 짐바브웨에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차드에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고 소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중징계인 '주의' 조치를 받았다.

/사진=MBC



MBC 박성제 사장 사과문 전문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2021.7.26. 박성제 대표이사

저희 MBC는 전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습니다.

지난 23일 밤, 올림픽 개회식 중계 도중 각국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가와 관련해 대단히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이 방송됐습니다.

또, 25일에는 축구 중계를 하면서
상대국 선수를 존중하지 않은 경솔한 자막이 전파를 탔습니다.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MBC 콘텐츠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지난 주말은, 제가 MBC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습니다.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습니다.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도 나서겠습니다.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한층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특히,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인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성평등 인식을 중요시하는 제작 규범이 체화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의식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동안 저희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 적자 해소를 위해 애써왔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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