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정 대표 "관객들의 귀한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 만들고파"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21.12.18 08:00
2021년 한국영화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째 이어지면서 고난이 쌓이는 한편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시기였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스타뉴스가 그 속에서 빛났던 올해의 영화인들을 만났습니다. 첫 주자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두 번째 주자는 배우 한예리, 세 번째 주자는 배우 허준호, 네 번째 주자는 '오징어게임'의 배우 정호연, 마지막 주자는 올여름 '모가디슈'와 '인질'을 선보인 영화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입니다.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올여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속에서 '모가디슈' '인질' 두 편의 영화를 개봉시켰다. 주위에서는 무모한 일이라고 말렸다. 한국영화계 잔다르크라고 비아냥 거린 사람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개봉한 '모가디슈'와 '인질'은 관객이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켰다.

-비화지만 사실 올여름 상영관협회와 유료방송업계는 개봉 지원작으로 '모가디슈' 한 편만 선정하려 했었는데.

▶상영관협회에서 '모가디슈'를 여름에 너무 개봉시키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런데 우리만, 이란 소리에 말도 안된다고 거절했다. 특혜라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모가디슈'만 혼자 지원 받는 것이라면 절대 안한다고 했다. 그 뒤에 상영관협회에서 제작비 100억원 이상 영화라는 기준에 각 투자배급사들에게서 후보작 신청을 받고 그 중 선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전해들었다. 상영관협회와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들이 각 투자배급사들에서 출품한 영화를 미리 보고 '모가디슈'와 '싱크홀'을 선정했다. 그래도 갈까말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시장상황을 잘 아는 외부 전문가에게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개봉하지 말라는 소리도 들었다. 용하다는 곳에서도 개봉하면 안된다는 소리도 듣고. 주변에서는 다 올 여름 '모가디슈'를 개봉하면 안된다고 만류했다. 기왕 호랑이 등에 올라탔으면 죽든살든 끝까지 가야지, 중간에 내리면 죽는다는 이야기를 한 사람 빼고.

-실제로 7월22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내부적으로 정해놓고도 7월19일에 '모가디슈' 올여름 개봉을 안하기로 결정했었는데. 그날밤 다시 개봉하기로 결정하고 이튿날 언론배급 시사 일정을 공표했고.

▶그날이 월요일이었는데 줌으로 롯데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면서 최종적으로 개봉하지 말자고 결론내렸다. 롯데쪽에선 개봉을 하길 원했고. 공동제작사인 덱스터스튜디오에서는 우리쪽 의견을 존중해줬다. "이렇게 어려울 때 (모가디슈가) 큰 형님처럼 개봉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라는 의견은 냈지만 그럼에도 우리쪽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러다가 밤에 그 결정을 뒤집었다. 밤 10시에 '밀수' 찍고 와서 잠들어있던 류승완 감독을 깨워서 "나 갈란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류승완 감독이 "왜?"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반골 기질 같은 게 일었던 것 같다. 다들 안된다고 하니깐 오히려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이 든 것 같다. 롯데쪽에 연락하고 덱스터에 연락하고 관계자분들에게 다 연락드리니 새벽 1시가 넘었더라.

-그렇게 결정하고 난 뒤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발표됐고 영화관 영업시간 제한이 시행됐는데. 후회하지는 않았나.

▶많이 후회했다. 내가 미친X이지,란 생각을 하루에도 열두번씩 했다. 그래도 남들 앞에서는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다. 이번 여름 시장에 '모가디슈'와 '인질' 두 편을 개봉한 뒤에 배운 것인데, 시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각 배급사들이 코로나19 이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한 전망들이 다 안 맞더라. 완전히 다른 시장이 되어 버렸다.

-OTT회사 중 한 곳에서 '모가디슈'를 극장에서 좀 일찍 내리고 독점으로 넘기면 90억원을 주겠다는 딜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왜 거절했나.

▶극장 관객이 300만명이 조금 넘었을 때쯤 그런 제안을 받았다. '모가디슈'는 극장용 영화니 극장에서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텨보자는 생각에 고사했다. 롯데와 덱스터스튜디오가 정말 고마운 건, 그런 우리 마음을 잘 알아주고 동의해줬다는 점이다.

-유료방송업계도 '모가디슈' VOD 서비스를 좀 더 일찍 시작하고 싶어했었는데.

▶'모가디슈'가 극장에서 계속 관객과 만나고도 있었고, '인질' VOD 서비스를 더 일찍 시작했으니 그 시점과도 거리를 둬야 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잘 이해해주셔서 감사히 잘 정리됐다.

-'모가디슈'는 올해 개봉작 중 최고 흥행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상도 많이 타고 있고 아카데미 장편외국어영화상 한국 대표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모가디슈'를 봐주신 모든 관객들에게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다. 내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 그래도 '모가디슈'를 개봉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 첫 번째가 아카데미 장편외국어영화상 한국 대표로 선정된 것이다. 아카데미 장편외국어영화상 한국 대표로 선정된 뒤 박찬욱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다. 당신도 한 번도 선정이 안 됐던 기회니 축하한다고 하시더라. 봉준호 감독도 잘 해보라고 격려해줬다. 아카데미 숏리스트에 오르게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 한다. 그리고 두 번째가 청룡영화상에서 작품상을 탄 것이다. 사실 아쉬운 건 별로 없다. 할 수 있는 건 다했으니깐.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인질'은 원래 6월에 개봉하려 했는데.

▶당시 동시기에 '기적' 개봉 이슈도 있었고, 또 NEW가 '인질'을 잘 봐줘서 여름 영화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솔직히 '인질'은 너무 아쉽다. 반응에 비해 스코어가 안 올라오더라. 왜 그럴까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아무래도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는 관객들이 센 영화를 더 힘들게 느끼는 것 같더라.

제작자로서 올 여름에 정말 많은 공부를 했다. 제작자로서 나 스스로 제일 크게 바뀐 건, 예전에는 관객들이 낸 티켓값에 아깝지 않은 영화를 만들자였다면 이제는 관객의 귀한 시간을 아깝게 만들지 않도록 하는 영화를 만들자는 점이다. 관객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오고가며 내준 귀한 시간들에 대한 감사함이 너무너무 크다. 너무너무 귀하다.

-한국영화 산업 재편 움직임이 거세다. 여러 영화 제작사들이 CJ ENM, 카카오엔터테인먼트, JTBC스튜디오 등에 인수되고 있는데. 외유내강에도 제안이 많았는데 왜 고사하고 있나.

▶한편으로는 내가 후배들의 기회를 막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각자가 각기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고, 외유내강은 외유내강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잘 모르는 일에 열중하기 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협업은 하겠지만 우리 영화를 만드는 데 전념하고 싶다.

-'모가디슈'와 '인질'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모가디슈'가 내게 준 것은 프로덕션과 한국 스태프들에 대한 자부심이다. 한국영화로 뭐든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자부심이 생겼다. 팀웍에 대한 소중함도 다시 한 번 느꼈고. 현장에서 고생한 많은 스태프들이 좋은 현장이었다고 기억해줘서 고맙다.

'인질'은 기획자로서 좀 더 실용적인 고민을 해야한다는 걸 배웠다. 제작자로서 열고 닫는 게 어디까지인지를 많이 배웠다.

-외유내강의 차기작은.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후반작업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 '엑시트' 이상근 감독이 연출하고 임윤아 안보현 주연의 '2시의 데이트'를 제작하고, 하반기에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제작에 들어갈 것 같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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