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고 돌아가는 길에 펑펑 울면서 감독님에게 전화드렸더니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하하하."
그는 시상식장을 떠나고 나서야 참았던 눈물을 쏟았단다. 지난 10일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권유리는 '2021 AAA' 트로피를 만지며 '보쌈'을 이끈 권석장 감독을 떠올렸다. '보쌈'은 권유리의 첫 사극 도전작. 스스로도 반신반의했지만, 권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이 권유리에게 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놨다.
"처음엔 저도 쪽 찐 머리에 하얀 소복을 입은 제 모습이 카메라에 어떻게 비칠지 불안하고 의심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걱정하지 마라. 이미 넌 수경이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연기도 많이 봐 주셨고요. 덕분에 한시름 걱정을 덜고 현장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감사한 2021년..좋았던 일 대부분 '보쌈' 통해 일어나"
권유리는 매해 연말이면 한 해를 정리하며 지난 시간을 하나하나 돌이켜본다. 권유리는 "올해는 안 좋았던 일보다 좋았던 일이 3페이지나 더 많더라"며 "정말 감사한 한 해를 보냈다. 대부분 좋은 일들이 '보쌈'을 통해 일어났다. '2021 AAA' 상을 받았던 일도 밑줄을 그어놨을 만큼 행복했던 기억 중 하나"라고 전했다.
"예쁘고 아름다워 보이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최대한 수경이 갖고 있는 성격이나 상황이 잘 묘사되길 바랐어요. 청상과부의 슬픔을 안고 3년 동안 소복만 입고 살았던 저 여자가 갖고 있는 사연이 잘 드러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단아하고 깨끗한 옹주의 모습이 수채화처럼 그려져서 배경과 잘 어우러졌어요. 그게 감독님이 생각한 큰 그림이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화려하게 겉모습에 치중했더라면 캐릭터에 누를 끼쳤을 것 같아요."
'보쌈' 촬영이 끝난지 7개월이 흘렀지만, 극 중 수경이 삶을 비관해 오열하며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3회 엔딩씬은 여전히 권유리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던 옹주가 주체적인 인물로 변화하기 전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대본을 읽으면서도 저도 모르게 서늘한 감정선이 느껴졌었죠. 그래서 더 잘 소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던 것 같아요."
'보쌈'은 생계형 보쌈꾼 바우(정일우 분)가 실수로 수경을 보쌈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계획에도 없던 한집 살이를 하게 된 수경과 바우, 그리고 성균관 유생 이대엽(신현수 분)의 흥미로운 삼각 관계가 펼쳐졌다. 극 중에선 수경이 보쌈을 당하지만, 권유리가 오히려 누군가를 보쌈할 수 있다면 정일우를 선택했을까? "저는 차돌이(고동하 분)를 보쌈하면 안 되나요? 너무 귀엽잖아요. 하하. 어린데도 성숙하고 현명한 캐릭터라 같이 다니면 그릇된 선택을 안 할 것 같아요. 그런데 보쌈을 당해 보니까 보쌈을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보쌈 주머니 안에 있을 때 너무 답답했어요. 재갈을 문 상태로 있어야 하니까 정말 끔찍하더라고요."
-인터뷰②에 이어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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