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조 일렉트로닉 밴드 글렌체크(김준원, 강혁준)가 긴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이들이 9년 만에 들고 온 정규앨범인 3집 '블리치(Bleach)'는 내면의 강박과 두려움을 씻어내고 완성한 앨범이다.
앨범 발매 전 서울 마포구 EMA 사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글렌체크는 "다시는 공백기를 갖지 않으려 한다"고 첫마디를 뗐다.
2011년 첫 EP '디스코 엘리베이터(Disco Elevator)'로 데뷔한 글렌체크는 세련고 탄탄한 사운드로 등장과 동시에 많은 주목을 받은 밴드다. 음악은 물론 영상, 패션 등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만의 색깔을 내왔다. 2013년과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며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았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커졌다. 이들에게는 언젠가부터 더 뛰어난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김준원은 "평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며 "어느 날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고민을 내려놓기 위해 이들은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게 뭐지?'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김준원은 이러한 생각을 글로 정리했고, 이를 토대로 앨범을 만들었다.
내려놓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강박을 버리니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준원은 "앨범을 만들고 확신이 더 생겼다"며 "당장 리스크를 안고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 느낌을 따르는 게 무조건 맞는 길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앨범 제목도 표백이라는 의미의 '블리치'다. 고민의 모든 것을 거둬내고 새롭게 시작했다.
음악을 만드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전 앨범들은 콘셉추얼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만들어졌다면, 3집은 "콘셉트가 없는 게 콘셉트"다. 본능에 따라 음악을 만들었다는 글렌체크는 "우리의 스타일을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구성했다"고 얘기했다.
"콘셉트를 짜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고민이 집착이 되고, 집착 때문에 작업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어요. 이번엔 그걸 깨고 모든 걸 내려놨어요. 그리고 그게 주제가 됐죠."
"앨범은 전체적으로 팝이지만, 곡 별로 장르가 모두 달라요. 같은 록이라도 영향을 받은 시대가 달라서, 그 음악을 안다면 어느 시대의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요."
평소 공연을 자주해 온 이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이 어려워진 시국은 많이 아쉽기만 하다. 공연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들은 이번 앨범으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영상화 작업이다. "음악과 비주얼은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글렌체크는 이번 활동 전곡을 영상화하는 것이 목표다.
앨범 발매와 함께 '화이트 래빗'을 앞세운 NFT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음악에 담은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달하기 위해 시각화를 택했고, 이 생각은 NFT까지 이르렀다. 2017년 내놓은 미니앨범 '더 글렌체크 익스피리언스'(The GlenCheck Experience) 수록곡 '팔로우 더 화이트 래빗'을 떠오르게 하는 이 '흰 토끼'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주인공이 흰 토끼를 쫓아가다 토끼굴에 빠져 신비로운 세계로 인도되는 장면을 떠올렸어요. 흰 토끼가 모든 것의 시작점이죠. 흰 토끼처럼 어떤 느낌을 따라가는 것이 인생의 열쇠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2011년 데뷔해 어느덧 12년 차 밴드가 됐다. 20대 초반 음악을 시작했던 이들은 이제는 30대가 됐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이들은 힘을 빼고 유연하게 음악 하는 법을 깨우쳤다.
"이전에는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준비가 다 돼야 나올 수 있었어요. 이제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어요. 공백을 줄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어요. 이제 앞으로 더 재밌게 음악을 하려고요."
공미나 기자 mnxoxo@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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