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취식 제한이 드디어 풀렸다. 영화 기자로 N년 차. 언론시사회 때는 남들보다 먼저 신작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그 영화를 '제대로' 봐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아무래도 영화 언론시사회는 '일터'의 분위기다 보니 팝콘이나 콜라를 즐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가끔 카페인 섭취를 위한 커피를 마시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최근 코로나로 인해 마시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극장에 갈때는 늘 팝콘을 사는 것을 좋아했다. 작은 팝콘을 사도 3분의 2 이상을 먹은 적은 거의 없지만,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본다는 것은, 뭔가 괜히, 영화를 즐긴다는 느낌이었다. 영화 기자가 개인적으로 극장에 가는 경우는 놓친 기대작을 보거나, 영화가 좋아서 두 번째 보는 시간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을 수도. 코로나가 덮친 최근 2년, 그렇게 즐길 기회가 많이 없었다. 처음에는 코로나가 무서웠고, 나중에는 영화관에 가서 즐긴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해졌다. 영화 개봉이 줄고, OTT에서 대형 시리즈를 줄줄이 내놓으며 극장에 가서 팝콘 먹으며 영화 보는 즐거움을 잊고 살았다. 그러던 지난 25일 극장 취식제한이 해제 됐다.
극장에서 공식적으로, 대대적으로 팝콘을 먹을 수 있게 된 그 다음날인 26일 직접 극장을 찾아가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봤다. 팝콘을 사서 극장에 입장한 것은 정말 딱 2년 만이었다.
팝콘과 콜라를 주문해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라지 사이즈로 반반 팝콘을 들고 본 영화는 팝콘과 함께 보기에 딱인 '팝콘 무비' '로스트 아일랜드'. 산드라 블록에, 채닝 테이텀 그리고 브래드 피트까지. 멋진 할리우드 배우들이 나와 2시간을 꽉 채운 영화다. 평일 오후 2시의 극장은 한산했다. 마스크를 조심스럽게 내리고 팝콘을 입에 넣으며 광고를 보고 있노라니,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느낌이랄까. 있을 때는 몰랐는데, 다시 만나니 뭔가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졌다.
한국 사람들에게 극장에 가는 것은 비단 영화를 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데이트이고, 바캉스이고, 가족나들이기도 하다. 극장에서 팝콘을 먹는 것은 그런 나들이에 치는 양념 같은 기억이다. 어린 시절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극장에 가서 팝콘을 먹었던 기억 때문에, 나는 추석이날 설날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에 가면서 꼭 팝콘을 샀다.
긴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 극장이 다시 먹고 마시며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꼭 극장에서 팝콘을 사 먹어야 되는 건 아니다. 그저 극장 로비에 다시 팝콘의 고소한 향기가 퍼지고, 오징어 굽는 냄새를 맡게 되니 우리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봄과 함께 설렌다.
김미화 기자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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