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중국과 홍콩을 잇따라 3-0으로 꺾었던 벤투호의 민낯은 일본을 만나자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실 중국은 23세 이하(U-23) 대표팀, 홍콩은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 100계단 이상 차이가 나는 최약체라는 점에서 앞선 2연승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중국, 홍콩과 달랐던 일본을 만나자 한국은 90분 내내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참패를 당했다. 유효슈팅 단 1개라는 기록은 이날 벤투호의 경기력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내용과 결과, 우승 모두 놓쳤다.
한국과 일본의 이번 대회 대표팀 구성을 보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그동안 꾸준히 월드컵 최종예선에 출전했거나 사실상 검증이 끝난 J리거들은 대부분 소집하지 않았다. 26명 가운데 무려 17명은 1년이 넘도록 A대표팀 부름을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었고, 이들 가운데 10명은 처음으로 A대표팀에 승선했을 정도였다.
그동안 월드컵 최종예선 등을 치르면서 실질적으로 월드컵 엔트리 경쟁을 펼쳐온 선수는 단 2명, 센터백 다니구치 쇼고와 오른쪽 풀백 야마네 미키(이상 가와사키 프론탈레) 정도였다. 한국전에서 1골 1도움 맹활약을 펼치며 대회 MVP를 수상한 소마 유키(나고야 그램퍼스)는 대표팀 주전 경쟁 구도에도 포함되지 못해 대표팀 소집조차 받지 못하던 선수였다.
반면 벤투호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 승선 경쟁을 펼치던 K리그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실제 일본전에서 선발로 나선 11명 가운데 조유민(대전하나시티즌)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월드컵 최종예선이나 지난 6월 A매치 등을 거치면서 실제 월드컵 엔트리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서야 사실상 처음 호흡을 맞춘 일본을 상대로, 벤투호는 월드컵 엔트리 경쟁을 펼치던 선수들을 내세우고도 완패를 당한 셈이다. 더구나 졌지만 잘 싸운 것도 아니라 그야말로 90분 내내 졸전만 펼치다 당한 참패였다. 모리야스 감독이 거의 새로운 대표팀 구성으로도 빠르게 팀을 만들었다면, 벤투 감독은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선수 구성, 잘 아는 선수들로도 무기력한 패배에 그친 것이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의 반응은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았다. 벤투 감독은 "수비와 공격에서 실수가 너무 잦았다"면서 "예상했던 대로 일본은 수준이 달랐다. 굉장히 잘했다"고 말했다. 많은 실수를 지적하면서 사실상 선수들 탓으로 돌림과 동시에, 일본의 경기력은 '예상했던 대로' 좋았다는 것이다. 반면 수비수 권경원(감바 오사카)의 수비형 미드필더 출전 패착, 시종일관 무기력했던 경기력에 전술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 있는 발언은 쏙 빠졌다. 벤투 감독 스스로의 반성은 없었던 셈이다.
공교롭게도 벤투 감독은 일본전을 앞두고는 "경기는 선수 개개인이 아니라 팀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명단 구성부터 K리그에서의 활약이나 상승세 등과는 별개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들로만 선발한 건 벤투 감독이었고, 그런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 것 역시 그의 몫이었다. 일본전 참패에 대한 반응은 선수들의 실수 탓이나 일본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감독으로서 책임감과 반성이 더 먼저였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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