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올빼미' 팽팽한 실 같은 긴장 위로 쌓인 좋은 선택들 ①

전형화 기자  |  2022.11.11 09:53
낮에는 소경이요, 밤에는 보이니 천상 올빼미 같다. 그래도 보여도 안 보이는 척 하는 사람들보다 더 어두운 곳을 본다. '올빼미'는 보이는 것만 쫓는 사람들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과 보여도 보이지 않는 척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본 대로 살려는 사람의 이야기다.

맹인 침술사 경수. 앞은 보이지 않지만 침 솜씨가 신묘하다. 부모 없이 아픈 동생 보살피며 열심히 산다. 어느날 임금을 살피는 어의 눈에 띄어 궁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성공해 동생 병 고치고 잘 살아보겠다는 부푼 꿈을 꾼다.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지 8년만에 귀국한 소현세자. 명을 무너뜨리고 천하를 차지한 청의 위상을 똑똑히 보고 왔다. 청이 앞선 문물을 받아들여 날로 부강해지는 것도 봤다. 인조는 그런 세자가 불안하다. 남한산성의 치욕을 잊지 못하는 왕은 청나라의 신임을 굳게 받고 있는 세자가 두렵다. 신하들도 세자에게 큰 기대를 거는 게 무섭다. 조선의 미래를 위해 청의 앞선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세자가 밉다.

경수는 기침으로 힘들어하는 세자에게 침을 놓게 되면서 정을 쌓는다. 경수는 세자에게 빛이 있으면 안보이고, 빛이 없으면 보이는 병을 앓고 있는 걸 들켰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열심히 산다"는 세자의 말에 감동한다.

어느날 밤, 세자가 죽고만다. 앞 못보는 소경인 경수는, 어둠이 깊어지자 왜 세자가 죽게 됐는지를 그만 보고 만다. 소경이 봤다고 한들 누가 믿을까, 그렇게 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길고 긴 하룻밤이 시작된다.

'올빼미'는 역사에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소현세자의 죽음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실록에 세자의 얼굴 일곱 구멍에서 모두 피가 흘렀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그의 죽음은 당대부터 지금까지 독살을 당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어진 임금이란 이름을 사후에 얻은 게 무색하게 인조는 소현세자의 죽음 이후 지독할 정도로 죽은 아들의 며느리와 손자에게 잔혹했다. '올빼미'는 이 역사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긴장감 넘치게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밝으면 안보이고, 어두우면 보인다는 주인공 침술사의 설정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대체로 은밀한 일들은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법. 힘없는 사람들은 잘못된 것들을 보아도 보지 못했다고 말해야 하는 세상에서, 못 본다고 여겨지던 사람이 그 일을 보고 만다. 어둠을 들여다보는 데 어둠에 잠식되기는커녕 어둠 속에서 옳은 길을 찾는다. 이 설정이 역사 속 미스터리와 만나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올빼미'는 흥미진진하다. 초반 늘어지는 부분이 없진 않으나 마침내 사건이 벌어지면서 영화는 달리고 달린다. 범인이 누구인지 보다, 보았는데도 못보았다고 해야할지, 보았다고 해야힐지, 보았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이 선택에 따라 긴장감이 쌓이고 쌓인다.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인 안태진 감독은, 미스터리를 미스터리로 풀기 보단, 선택의 연속으로 푼다. 각자의, 각각의 이 선택은 이 영화에 팽팽한 실 같이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든다.

음악과 촬영, 미술도 좋다. 음악은 쓰여야 할 때 쓰인다. 황상준 음악감독의 음악은 긴장을 더하고 높이고 조이고 푼다. 촬영은 특히 좋다. '올빼미'는 하룻밤에 벌어진 이야기다. 대부분 밤 장면이란 뜻이다. 더군다나 주인공이 빛이 안보여야 보인다는 설정이다. 그러니 빛 사용이 한정적이고, 이 빛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며, 이 빛과 음영을 어떻게 나누냐에 따라 영화가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김태경 촬영감독은 이 빛들을 매우 잘 카메라에 담았다. 미술과 의상은, '올빼미'에 격을 더했다. CG도 좋다. 마지막 경복궁 근정전 장면은, 정말 경복궁 근정전에서 찍은 것 같다. 안 쓰인 것처럼 보여야 진짜 좋은 CG라는 걸 입증했다.

맹인 침술사 경수 역을 맡은 류준열은 아주 좋다. 안 보일 때와 보일 때, 빛이 있을 때와 어둠에 놓일 때, 표정이 없어야 할 때와 표정이 없지만 감정이 드러나야 할 때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인조 역의 유해진은, 왕이되 왕 같지 않은 왕을, 그만의 방식으로 그렸다. '왕의 남자'의 광대에서 마침내 임금까지 오른 그는, 왕을 소경 침술사와 대척점이 되도록 만들었다. 유해진이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오갔기에 맹인 침술사가 빛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마지막 맹인 침술사와 왕의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오고 갈 때, 이 영화의 하고픈 말이 고스란히 남을 수 있었다.

'올빼미'는 결말의 선택이 칼을 뽑고 휘두려는 찰나 멈추고 다시 넣은 것 같아 아쉽긴 하나 역사에 기댄 상상력이 역사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을 터.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한 호오는 역사의 이해에 따라 높낮이가 다를 것 같다.

올빼미는 옛부터 불길한 새로 여겨졌다. 어미를 잡아먹는 새라 여겼다. 목을 잘라 높은 곳에 거는 벌을 올빼미 효를 써서 효수형이라 불렀다. 보고도 못 봤다고 말해야 하는 칠흙 같은 세상에서 보았다고 울어대는 새를 불길하게 여긴 것일 터. 이 영화가 반가운 건, 그런 올빼미를 과거에 빗대 지금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청맹과니가 가득한 세상이야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고, 그런 세상에서 울어주는 올빼미가 반갑다.

11월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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