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젠틀맨'의 배우 최성은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젠틀맨'은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주지훈 분)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범죄 오락 영화.
최성은은 다른 사람의 눈치 따위 보지 않는 독종 검사 '김화진' 역을 맡아 남다른 에너지를 뿜어낼 예정이다. 한 번 잡은 사건은 절대 놓지 않는 인물로, 오랜 내공을 갖춘 선배들 사이에서도 빛나는 존재감을 뽐냈다.
이날 최성은은 "'안나라수마나라' 촬영할 때 '젠틀맨' 대본을 받게 됐고,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같이 하기로 결정했다. 영화를 볼 때 '화진'이를 따라가는 지점이 생길 텐데 제가 가지고 있는 안정적이고 믿음을 줄 수 있는 느낌이 좋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후루룩 읽게 됐던 것 같다.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언어로 정리가 안 됐다. 다시 읽으면서 손으로 쓰고, 정리하며 읽었던 것 같다. 쉽게 읽히면서도 쉽게 정리가 안 된다는 게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었던 것 같다"며 "처음에 관객의 입장에서 읽다 보니까 계속 속고 속이는 포인트가 재밌게 다가왔고, 화진이라는 인물은 본인이 원하고자 하는 것을 달려가는 모습과 에너지가 매력 있다고 느껴졌다. 또한 계속해서 남자 인물과 대립하면서 거기서 지지 않고 맞붙는 화진이의 모습이 매력 있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최성은은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김화진이라는 인물에 대해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정의라고 생각하고, 힘을 가지고 있다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힘을 동력으로 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지점이 실제 저와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며 "비슷한 지점은 본인이 원하는 게 있으면 달려가는 에너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을 보면서 '화진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극 중 지현수(주지훈 분), 권도훈(박성웅 분)과 대립하면서 에너지를 주고받아야 하니까 어떻게 해야 설득력이 있을지, 또 무게감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우로서는 '지현수' 캐릭터와 잘 맞는다고 느껴졌고, 선배님이 생각보다 후배들에게 연기에 관해 얘기하는 걸 조심스러워한다. 저에게 어떤 연기에 대한 말씀은 안 하셨고 그게 배려라고 느껴졌다. 감사하기도 했고, 많이 의지가 됐다"고 말했다.
박성웅에 대해서는 "많이 뵙지는 못했지만, 박성웅 선배님 하면 악역을 할 때 매력적인 모습이 있어서 강해보이시는데 오히려 따듯하시고, 굉장히 편했다. 내가 뭘 해도 받아주실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어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젠틀맨'은 '시동' 이후로 첫 영화이기 때문에 하고 싶었던 게 컸다. 주지훈 선배님이 출연하신다는 것과 제 역할과 장르에도 매력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작품보다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서 작품을 하게 됐던 게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작품의 촬영이 일주일 정도 겹쳤다는 최성은은 "처음에는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안나라수마나라'가 끝나면 다음 현장은 더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젠틀맨' 첫 촬영을 하러 갔을 때 너무 떨리더라. 혼자 찍는 장면이라서 감이 안 오다 보니까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동시에 작품을 한다는 게 어렵다고 느꼈다. 저에게 '안나라수마나라'라는 작품과 인물을 놓아줄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인물로 다른 촬영장에 갔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와 지금의 제가 가장 많이 다른 건 처음 연기할 때 '내가 연기를 왜 하지?'하는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그냥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연기 평에 예민했고,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안 좋은 얘기를 하면 굉장히 깊게 생각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평가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요즘에는 좀 자유로워졌다"고 털어놨다.
최성은은 "이제는 '연기를 왜 하지?'라는 고민이 든다. 예전에는 그냥 잘하고 싶고, 재밌어서 하고 싶었는데 그 이유만으로는 더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다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는 연기를 오래 못하고, 재밌게 못 할 것 같고, (연기에 대한) 다른 시선,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할 것 같다"며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연기를 대하는 시각이 넓어진 것 같다. 과거에는 단순히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식되고 싶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순간순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가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고 매번 작품이 끝날 때마다 고민이 하나씩 더 생기는 것 같다"며 "이제는 책임감과 나의 의외성을 많이 포착하면서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의 선택과 결정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지면서 연기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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