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에 188㎝' 여자배구 이지윤, 대형 센터로 쑥쑥 큰다 [신년기획]

제천=심혜진 기자  |  2023.01.02 11:49


이지윤이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심혜진 기자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제2의 OOO'을 꿈꾸는 스포츠 유망주들도 언젠가 정상에 서는 그날을 그리며 각오를 새롭게 하는 때다. 스타뉴스는 새해를 맞아 종목별로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미래 스타 6명을 차례로 소개한다. /스포츠국

① "박태환도 높이 평가" 16세 수영 천재 노민규, 올림픽을 꿈꾼다
② '15세에 188㎝' 여자배구 이지윤, 대형 센터로 쑥쑥 큰다

"여자부 중학생 랭킹 1위다. 체격도 좋고, 배구에 대한 운동감각이 좋은 선수다. 조금만 더 크고 힘만 붙는다면 대형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천 대한민국배구협회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감독의 말이다.

이처럼 한국 여자 배구의 기대주로 꼽히는 선수는 중앙여중 3학년 이지윤(16)이다. 포지션은 센터. 제2의 양효진(34·현대건설·190㎝)으로 촉망받고 있다.

이지윤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여자 18세 이하(U-18) 유스대표팀에 뽑혔다. 보통 U-18 대표팀 엔트리는 고등학생으로 꾸려지는데, 이지윤은 유일하게 중학생 신분으로 선발됐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서 기쁨을 누렸다. U-18 대표팀은 2022년 6월 태국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배구연맹(AVC) 여자U-18 배구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 성과로 4개 팀에 주는 세계선수권대회 진출 티켓을 따냈다. 대회는 오는 여름에 열린다.

잠시 휴식을 취한 이지윤은 겨우내 훈련은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 30일까지 국가대표 후보선수 동계합숙훈련에 합류해 다시 한 번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총 18명이 소집됐는데, 여기서 12명이 최종 엔트리에 오를 예정이다. 이지윤은 엔트리 합류 유력 후보로 꼽힌다.

◇ 배구는 운명이었다

이지윤에게는 배구가 낯선 운동이 아니었다. 아버지 이종현씨는 밀양배구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배구 경기가 있을 때마다 이지윤을 데리고 다녔다. 그래서 배구공을 가지고 노는 것에 익숙했다.

처음부터 배구 선수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이지윤은 초등학교 시절 육상과 킨볼(kin-ball)을 했다. 킨볼은 지름 1.2m의 크고 가벼운 공을 주고받으며 승부를 겨루는 실내 구기 종목으로 배구와 비슷하다.

딸이 운동에 소질을 보이자 아버지 이종현씨는 이지윤에게 배드민턴을 권했다. 최근 국가대표 후보선수 동계합숙훈련이 열린 충북 제천에서 만난 이지윤은 "처음엔 아버지가 배드민턴을 해보지 않겠냐고 하셨다. 키도 크고 힘이 있었기 때문에 배드민턴 선수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신 듯하다. 배드민턴도 나쁘지 않았는데, 전학을 가야 했다. 그래서 싫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 권유받은 것이 배구다. 이지윤은 "솔직히 배구도 내키지 않았는데, 내 미래와 재능을 생각해봤을 때 배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빠를 따라가 본 배구를 결국 하게 됐다"고 웃어보였다.

◇ 남들보다 늦게 배구 입문

전학을 가는 것이 싫어 배드민턴을 포기했는데, 배구를 하기 위해서는 더 멀리 전학을 가야했다. 이지윤은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인 2019년 11월 밀양 밀성초에서 서울 추계초로 전학을 갔다. 그리고 중앙여중에 입학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왔는데, 본격적으로 배구를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키 170cm를 돌파한 이지윤은 포지션을 센터로 정했다. 남들보다 2년 정도 배구를 늦게 시작했지만, 기본기를 착실하게 쌓아가며 실력을 키워 나갔다.

그리고 2020년 7월 제천에서 열린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코트 데뷔전을 치렀고, 10월 고성에서 벌어진 소가야배 전국 남녀중고대회에서 두 번째 대회를 경험했다.

U-18 대표팀 이지윤./사진=본인 제공
◇ 중학교 3학년, 태극마크를 달다

이지윤의 이름은 대한민국배구협회 귀에도 들어갔다. 그리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본격적으로 배구를 시작한지 2년 만에 고등학교 최고 선수들로 팀을 꾸린 U-18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중학생 3학년이던 15세에 키는 188cm까지 컸다. U-18 대표팀 에이스 김세빈(한봄고)과 팀 최장신을 이뤘다.

이지윤은 "내가 (대표팀에) 뽑혔다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기쁨 반 걱정 반이었다. 사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더 컸다"면서 "중학생이 나 혼자여서 엄청 떨렸었는데 언니들과 선생님들이 옆에서 잘 도와주셨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생애 첫 국가대표. AVC 여자 U-18 배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이지윤은 국제 무대에서 경험도 얻었다. 특히 중국과 준결승전(1-3 패)에서는 세계 배구의 벽을 실감하고 돌아왔다.

이지윤은 "태국이나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랑 신장이 비슷했다. 하지만 준결승전에서 만난 중국은 높이가 어마어마했다. 블로킹에 다 막히고, 정말 멘탈이 무너지더라. 언니들도 다 그랬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나라들마다 장점이 있다. 중국은 키가 커서 공격 타점이 위에 있고 블로킹도 높다. 태국이나 일본은 신장이 작은 대신 스피드가 빠르다. 일본은 특히 모두 수비까지 좋았다. 여러 나라들과 배구를 하면서 값진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 고교 진학,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

2023년 새해가 밝으면서 이지윤은 고등학생이 됐다. 3월이면 중앙여고에 입학할 예정이다. 그리고 여름에는 굵직한 국제대회도 있다. 바로 2023 국제배구연맹(FIVB) U-18 세계선수권대회가 다가온다.

이지윤은 지난해 말 충북 제천에서 국가대표 후보선수 동계합숙훈련에 소집돼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2시간 반씩 훈련하는 스케줄이었다.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오후에는 볼 훈련을 주로 했다.

이지윤은 "체력 훈련과 연습게임을 중점적으로 했다.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공을 때려주기보다 선수들끼리 공을 때리면서 호흡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장윤희(53) U-18 대표팀 감독에게는 값진 조언도 들었다. 이지윤은 "감독님께서 스피드를 올려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센터 포지션인 만큼 블로킹을 할 때 빨리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스텝 훈련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중앙여중에서 훈련하는 이지윤./사진=본인 제공
◇ 롤모델은 현대건설 이다현

이지윤은 제2의 양효진으로 꼽힌다. 양효진은 현재 V리그 대표 센터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양효진은 올해까지 16번째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2009~2010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를 독식했다.

하지만 이지윤의 롤모델은 따로 있다. 바로 양효진의 팀 동료 이다현(22·185㎝)이다. 추계초-중앙여중-중앙여고로 이어지는 이지윤의 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이지윤은 "양효진 선배님처럼 멋진 활약을 하는 것도 꿈"이라면서도 "롤모델은 이다현 선배다.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길 이다현 선배는 학생 때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고 한다. 노력하는 선수였다고 입 모아 말씀하시더라.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닮고 싶다. 코트에서 자신있게, 당차게 때리는 모습도 멋있다. 이다현 선배처럼 되기 위해 성실함을 갖고 열심히 하려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가 설정한 목표는 무엇일까. 이지윤은 "가장 앞에 있는 목표라고 하면 고등학교 3년 동안 큰 부상 없이 단계별로 스텝업하는 것이다. 스텝을 포함해 기술을 더욱 향상시켜야 한다. 그리고 오는 여름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게 된다면 좋은 성적을 올리고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도 있다. 바로 V리그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되는 것이다. 그는 "프로에 가는 것은 배구 선수들의 꿈이다. 가장 크게 목표를 잡는다면 1순위 지명을 받고 싶다. 감독님 코치님들의 가르침을 잘 받아 성장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 이지윤 프로필
- 생년월일 : 2007년 2월 28일
- 체격 : 188cm, 77kg
- 취미 : 핸드폰 보기, 넷플릭스·영화 감상
- 롤모델 : 현대건설 이다현
- 좋아하는 노래 : 팝송과 발라드
- 주요 경력
2021 CBS배 우수공격상
2022 CBS배 최우수상
2022 태백산배 블로킹상
U-18 국가대표

/그래픽=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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