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아는 혜성처럼 등장했다. 저 멀리부터 날아왔겠지만 대중의 눈에 포착된 건 '마녀2'가 처음이었다. 앞서 '마녀'로 스타덤에 오른 김다미가 있었기에, 신시아에게 '마녀2'는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잘 붙잡았다. 신시아가 올해의 가장 주목할 만한 신인이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시아를 만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는데. 언제부터 배우의 길을 꿈 꿨나.
▶고 1 때 가족끼리 뮤지컬 '카르멘'을 봤는데 행복과 압도된 기분을 느꼈다. 그 기분을 계속 맛보고 싶어서 부모님 몰래 뮤지컬과 연극 보러 다녔다. 그러다가 저기에서 일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때는 배우가 되고 싶다기보다 음향, 소품 등 말 그대로 일부가 되고 싶었다. 고3 때 부모님에게 내가 그간 정리한 뮤지컬, 연극 리뷰들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서 보여드리며 설득했다. 책 3권 분량이었다. 그 뒤 연기학원을 다니게 됐고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게 됐다.
-대학교 1학년 때 단편영화 '프라사드'를 찍고 지금의 소속사 앤드마크와 인연이 닿았는데. 앤드마크에서 첫 번째로 본 오디션이 '마녀2'였고. '프라사드'가 마녀로 의심받는 소녀의 이야기였던 걸 고려하면 '마녀2'를 하게 된 게 마치 운명 같다. '마녀2' 오디션은 어떻게 진행됐나.
▶2020년 7월 1차 오디션은 비대면으로 자유연기를 선보였다. 2차는 당시 프로덕션 사무실에 가서 쪽대본을 연기했다. 그 때까지는 '마녀2' 박훈정 감독님이 안계셨다. 3차 오디션부터 박훈정 감독님이 계셨다. 당시 영화 '화차'에서 김민희 선배님이 했던 "다, 내가 한 거야"를 준비해서 선보였다. 연기의 그라데이션(밝은 부분에서 어두운 부분까지 변하는 농도의 단계)을 드러내고 싶었다. 뭐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냐고 하셔서 무용을 한 번 해볼게요라고 하고 입시 때 했던 걸 선보였다. 박찬욱 감독님을 워낙 좋아해서 '올드보이' 테마를 휴대폰으로 틀고 춤을 췄다.
-합격 연락은 누구에게 왔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받아보니 박훈정 감독님이었다. "너 뭐하니?"라고 해서 "집 앞에서 문어빵 사먹고 있어요"라고 했더니 "그래. 그렇게 집에서 조용히 문어빵 먹고 있으렴"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셔서 사실 이게 합격인지, 아닌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회사에서 연락와서 합격이 된 줄 알았다.
-전작이 유명한데다 전작의 주인공 김다미가 워낙 성공을 거둬서 아무래도 부담감이 컸을텐데.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더 컸다. 되게 컸다. 전작의 팬이다보니 내가 2편에 누를 끼칠까 책임감이 정말 컸다.
-그래서 어떻게 준비했나.
▶감독님이 일단 뭘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표정도 빼고, 표현도 하지 말고, 그냥 소녀처럼 해달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소녀처럼 한다는 것에 사로잡혀서 하다보니 오히려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기성배우도 무엇을 하라고 하는 것보다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게 훨씬 어려운 법일텐데, 신인으로서 그렇게 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 특히 '마녀2' 소녀 캐릭터는 액션보다는 리액션이 더 중요했기에 표현이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
▶초반이 가장 어려웠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서 하려는 게 어려웠다. 그래도 감독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같이 만들어주신다고 생각하고 내 몫만 잘하자고 마음 먹었다. 눈 밭을 걷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소녀에 감정이 이입됐다. 소녀도 처음 세상에 발을 내딛는 것이고, 신시아도 처음 카메라 앞에 선다고 생각하니 그 생경한 마음이 바로 이입됐다.
-강한 액션이 없어도 액션이 아예 없는 게 아니고, 와이어도 탔어야 했을텐데. 와이어는 베테랑도 균형 잡기가 쉽지 않은데. 내려오면 다시 세팅을 해야 하기에 오케이 컷이 나올 때까지 보통 계속 하늘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액션훈련을 받으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너는 훈련 안받아도 된다면서 손가락만 튕기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도 움직임을 절제하면서 힘을 표현해야 해서 연습을 많이 했다. 와이어는 처음 타봤는데 어렵고 힘들기보다 책임감이 너무 커서 그냥 잘하자고만 마음 먹었다. 무섭다기보다는 잘하자란 마음 뿐이었고, 그래서 기억이 뜨문뜨문 난다.
-1편의 주인공 김다미와 촬영장에서 대면했을 때는 어떤 생각으로 했나.
▶처음으로 '마녀' 속 두 존재가 대면해야 했으니 관객들이 보기에 팽팽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지지 말아야겠다, 그런 마음이었다.
-결과적으로 '마녀2'는 성공을 거뒀고, 배우 신시아도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기억에 남는 평이 있나.
▶어떤 분이 "말도 너무 안하고 그냥 날로 먹는 게 아니냐"는 댓글을 달았는데, 다른 분이 대댓글로 "저렇게 말도 안하고 표정으로 연기하는 게 더 어려울 것"이라고 남긴 걸 본 적이 있다. 너무 좋아서, 좋아요를 꾹 눌렀다.
-'마녀2'가 6월에 개봉하고 아직 차기작을 선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드라마를 찍는 것 같던데 그 작품이 공개될까지 약 1년여 정도 시간이 더 걸릴텐데. 잊혀질까 두렵지는 않나. 이제 막 얼굴을 알린 신인인 만큼 뭔가 더 빨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법도 한데.
▶'마녀2'를 보시고 저를 좋아해주고 응원해주신 팬분들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정말 극장에 오셔서 응원해주신 분들 얼굴 하나하나를 다 기억할 만큼 감사하고 너무 소중한 분들이다. 그래도 저는 지금 나를 찾아가는 게 목표다. 내가 뭘 잘하고 뭘 할 수 있을지. 어떤 분은 제가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분은 데뷔작에 주인공을 했으니 빨리 출발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 다 주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저는 이 순간을 알차고 보내며 빨리 가는 것보다 길게 가려 마음 먹고 있다. 그래서 불안하지 않다. '마녀2'를 찍으면서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지 배운 만큼 그걸 준비하려 하고 있다.
-신시아만의 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지금의 모든 일들에 감사하다. 그리고 저 만의 때가 있다고 생각하고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만일 잊혀진다면, 잊혀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다시 또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생각나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 중이다.
-올해 가장 감사한 일은.
▶이렇게 한 해를 잘 마무리하면서 '마녀2'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정말 감사하다. 모든 게 다 감사하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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