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잃은' 송혜교, 이토록 짜릿한 이유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2023.01.07 15:00
편집자주 | 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송혜교 / 사진=넷플릭스
송혜교가 웃음을 잃었다. 버석한 얼굴에 무채색의 표정, 우리가 사랑했던 '로맨스의 여왕' 송혜교가 아닌데도 놀랍도록 짜릿하다. '더 글로리'로 맞이한 성공적인 변곡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

죽으려 했지만, 차마 죽지도 못했던 문동은(송혜교 분)은 벽에 누군가의 사진을 가득 붙이고 있다. 자신을 죽고 싶게 하면서도 또 살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존재들. 이때 성한 곳 없는 문동은의 몸이 비춰지고, 이렇듯 온몸에 남은 화상 자국처럼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긴 과거로 돌아간다.

이유 없는 조롱과 비웃음, 죄의식 없는 악행. 고등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폭력'이었다. 어느 곳 하나 기댈 데 없는 동은의 짓밟힌 삶을 지켜보고 있자면, 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된다. 이에 시청자들은 문동은의 빛 한 점 없는 복수를 지켜보고, 또 응원할 수밖에 없다.

'더 글로리'는 인생을 걸고 준비한 복수를 이행하는 동은의 발걸음과 이를 따라 파멸에 얽혀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냉정하고도 우직하게 따라간다. 특히 장르물로 돌아온 김은숙 작가는 자신의 의도대로, 가해자에게 그 어떤 서사도 부여하지 않고, 피해자의 시선에서 '칼춤'을 추며 가해자들을 서서히 조여간다. 학교폭력 장면이 다소 적나라하지만, 그만큼 동은의 끔찍한 아픔이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다. 김은숙 작가의 특유의 비유와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는 덤이다.

송혜교 / 사진=넷플릭스
이렇듯 옆길로 새지 않고 '권선징악'이라는 쉽고도 어려운 목표를 향해 가는 '더 글로리'의 중심에는 단연 배우 송혜교가 있다. 장르물에 도전한 송혜교는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냈다. 송혜교의 필모그래피에서 생전 처음 발견하는 버석한 얼굴은 놀랍고, 또 짜릿하다.

몸에도, 마음에도 오랫동안 자리잡은 상처는 저절로 아물 길이 없고, 복수만을 위해 사는 듯한 문동은이지만 오히려 감정의 동요는 크지 않다. 송혜교는 상처와 아픔이 굳어 만들어진 단단한 내면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소리치지 않으면서도, 보는 사람을 들끓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치명적인 상처에도 부스러지지도, 무너지지도 않고 꼿꼿하게 버티며 나아가는 그를 응원하지 않을 길이 없다. 웃음을 잃은 '동은'이 미소를 보이는 단 한 번의 순간 기쁨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이미 '동은'의 편에 서 있기 때문일 터. 송혜교는 웃음을 잃었고, 전작들처럼 반짝일 만큼 예쁜 미모를 과시하지도 않지만, 배우로서의 폭은 한층 더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송혜교 씨에게 이런 표정, 이런 목소리, 이런 걸음걸이가 있나 싶었다. 모든 장면이 '문동은' 그 자체라서 기뻤다"고 말한 김은숙 작가의 감탄은 '더 글로리'의 세계에 들어가는 순간, 곧바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송혜교 외에도 '더 글로리'의 캐스팅은 나무랄 데가 없다. 크고 작은 인물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니 완벽한 그림의 퍼즐 조각이 차곡차곡 맞춰진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완성된 퍼즐을 보지 못했다. 송혜교가 걸어가는 복수의 여정, 그 끝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는 잠깐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총 16부작으로 완결되는 '더 글로리' 파트2는 오는 3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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