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B조 2차전 경기에서 일본에 4-13으로 패했다.
이로써 전날(9일) 호주와 1차전에서 7-8로 패한 한국은 2연패로 사실상 2라운드 진출이 어려워졌다.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긴다 해도 많은 실점 탓에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날 승부를 가른 지점은 한국이 4-6으로 뒤진 6회말 무사 3루에서 김윤식이 등판한 시점이었다. 김윤식은 나카무라 유헤이에게 볼넷, 라스 눗바를 사구, 콘도 켄스케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뒤이어 등판한 김원중이 김윤식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오롯이 3실점을 떠안게 됐다.
마냥 나쁜 선택지는 아니었다. 김윤식은 지난해 KBO리그에서 9이닝당 볼넷이 2.13개로 제구가 좋은 선수였다. 하지만 고참들도 심기일전하는 한일전, 낯선 환경, 박빙의 점수 차 등 베테랑 마무리에게도 어려운 조건에서는 '초짜'에 불과했다. 어린 투수가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한 상황은 이의리(21·KIA)가 ⅓이닝 3볼넷 1탈삼진으로 흔들린 7회말에도 반복됐다.
아무리 잘 던지는 선발 투수라도 1점도 주면 안 되는 무사 3루, 무사 만루 등판은 낯설 수밖에 없다. 경험이 적은 어린 선발 투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변이 많은 단기전에서 긴장도 높은 상황이 지속되는 국제대회였다는 것을 생각했다면 위기 상황에 믿고 내보낼 만한 투수가 좀 더 필요했다. 세대교체가 이유라면 김재웅(25·키움), 정해영(23·KIA) 등 마무리 혹은 불펜 경험이 있는 젊은 선수들도 있었다.
대회 직전까지 경계한 투구 수 제한 규정도 면피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이 규정은 전문 불펜의 필요성을 부각한다. 위기에도 투구 수 제한 탓에 투수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잘 대처할 선수는 아무래도 선발 투수보단 불펜 투수일 확률이 높다.
한국은 이닝 소화에 능한 선발 투수들이 경기 중반까지 책임지고, 남은 이닝을 마무리 투수들로 막는다는 구상을 세웠지만, 선발이 흔들릴 때는 대비하지 못했다. 선발 투수가 흔들리면 투구 수 제한은 내릴 타이밍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족쇄가 된다. 이날 아쉬운 스트라이크존 판정으로 흔들리는 김광현을 제때 바꾸지 못해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대표적.
최종 로스터 발표 당시 이강철호는 한국 야구의 위기와 세대교체에 대한 책임감을 이야기하면서 4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어린 선발 투수들을 과신하는 실책을 저지르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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