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마치고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빅 클럽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강인은 이처럼 자신의 상품성을 높였다. 만약 이강인의 이적이 성사된다면 마요르카는 올 시즌 클럽의 핵심 선수 중 하나로 성장한 유망주를 잃게 되지만 반대로 두둑한 이적료 수입을 챙길 수 있다.
어쩌면 마요르카의 하비에르 아기레(65) 감독이 지속적으로 현지 언론 보도에 비해 높은 이강인의 바이아웃 금액(선수를 영입하려는 클럽이 원소속 클럽에 지불해야 하는 최소 이적료)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이강인을 다른 클럽으로 보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적료 수입을 획득하는 게 마요르카에는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10년 전인 2013년 라 리가는 부채 비율이 높은데도 선수 연봉에 많은 돈을 무분별하게 쓰는 클럽들이 많아지자 샐러리 캡 제도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수입에 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해 발생했던 클럽의 부실경영은 상당 부분 해결됐다.
하지만 반대로 샐러리 캡 도입으로 라 리가 클럽들이 과거처럼 선수 영입에 막대한 자금을 쓸 수 없게 되면서 유럽 무대에서의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페인 정론지 '엘 파이스'는 지난 3월 14일 기사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매체는 "2021~2022 시즌부터 현재까지 EPL 클럽들이 선수 영입에 사용한 금액이 라 리가에 비해 18배나 많았다"고 밝혔다. 스타 선수를 모셔오기 위해선 고액 연봉을 제시해야 하지만 적지 않은 라 리가 클럽들은 샐러리 캡 때문에 선수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선수 연봉 지출을 아껴야 하는 대다수 라 리가 클럽들은 최근 샐러리 캡 규정이 심화되면서 어떻게 하면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클럽 운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에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있는 클럽 중 하나는 이강인이 활약하고 있는 마요르카다. 마요르카는 지난 2016년 미국 자본에 매각됐다. 당시 미국프로농구(NBA) 피닉스 선즈의 구단주였던 로버트 사버(62)가 클럽을 사들였다. 그와 함께 마요르카 클럽의 매입을 결정한 인사로는 축구 팬으로 알려진 전 NBA 스타 스티브 내시(49)와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카일 마르티노(42)등이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마요르카는 라 리가 최초로 '터널 클럽'도 만들었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터널 클럽'에 가입한 팬들은 선수들이 드레싱 룸에서 나와 그라운드에 나설 때 선수들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전을 누릴 수 있었다. 스페인 축구장에서 볼 수 없었던 마요르카의 특별한 팬 마케팅은 NBA의 방식을 벤치마크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두 방식 모두 마요르카의 수입 증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인구 1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마요르카 섬에 위치한 마요르카 구단은 대다수의 라 리가 클럽에 비해 수익구조가 안정되지 않아 선수 연봉이나 이적료에 넉넉한 투자를 하기 힘들다.
2022~2023 시즌 기준으로 마요르카의 샐러리 캡은 4970만 유로(약 737억 원)에 불과하다. 이 부문 라 리가 1위인 레알 마드리드의 6억 8350만 유로(약 1조 138억 원)에 비하면 겨우 14분의 1 수준이다. 선수에게 쓸 수 있는 금액이 턱없이 적은 셈이다.
마요르카의 샐러리 캡은 라 리가 전체 20개 클럽 가운데 16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샐러리 캡 순위는 4위지만 성적은 11위인 세비야나 샐러리 캡 9위에 리그 순위는 16위에 그치는 발렌시아와 비교해 보면 마요르카가 얼마나 저예산 고효율 운영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미국 스타일의 프로 스포츠 팀 운영에 익숙한 마요르카 클럽 수뇌부들은 구단의 장기적인 리빌딩을 기획하고 있다. 짧은 시기에 몇몇 스타 선수 영입으로 팀 성적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스몰 클럽' 마요르카는 지난 2021~2022 시즌에 1부리그인 라 리가로 승격해 올 시즌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라 리가의 샐러리 캡 제도와 적은 재정 수입의 압박 속에서 마요르카와 이강인이 올 시즌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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