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 전문가'를 데려오며 리빌딩을 공언했으나 2년 연속에 이어 올 시즌도 최하위에서 머물자 구단은 칼을 꺼내들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지 않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최원호 신임 감독의 부임 기자회견.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들이 하나 둘 언급됐다. 어찌보면 새 사령탑의 나아갈 길이자 구단이 수베로에게 불만을 가졌던 부분처럼 읽히기도 했다.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SSG 랜더스와 경기를 앞둔 최원호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령탑으로서 첫 공식 일정을 가졌다.
팬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구단으로서 많은 돈을 들여 데려온 감독에게 성적을 기대하는 것도 당연스런 이치였다. 수베로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런 식의 이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한화는 최근 6경기에서 5승을 거두고 있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그를 떠나보내기엔 시점이 다소 모호했다. 또 연이은 외국인 선수 농사 실패에 대한 구단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 없이 감독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게 팬들의 목소리였다.
최원호 감독의 입을 통해 수베로 감독 경질에 대한 힌트를 더 얻을 수 있었다. 대표적인 이유는 '못 이기는 야구, 불분명한 필승조와 선수 활용, 무분별한 시프트, 방임하는 방식' 등 이었다.
━
# 이기는 야구━
결과적으로 '이기는 야구'가 되지 않고 이를 위해 감독 교체를 택했다는 게 다시 한 번 나타난 대목이다. 구단은 수베로 감독의 방식으로는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한 팀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
# 불분명한 선수 기용, 그리고 '이길 수 있는 셋업'━
수베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며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용케 했다. 내야수로 영입한 신인 문현빈이 대표적이다. 전지훈련 내내 내야수로 뛰었지만 막판 외야수로 테스트를 하더니 시즌에 돌입한 후엔 외야수로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멀티 포지션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다만 이는 자칫 선수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정답은 없지만 구단은 이런 수베로 감독의 기용법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
# 투수의 동의를 얻지 않은 시프트━
최원호 감독이 강조한 건 '동의'였다. 그는 "이전엔 투수의 동의를 안 받은 상태에서 했다면 이젠 동의를 얻어 진행하려고 한다"며 "어제 1시간 동안 코칭스태프 미팅을 했다. 오늘 오후에 선수들에게 조사를 했고 다수 선수들이 슬러거 좌타자의 경우에 한해서는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시프트를 철폐하는 것이 아닌 투수들의 심기를 건드려 경기력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미리 동의를 얻겠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주자가 1,3루에 있거나 병살을 유도할 수 있을 때 등엔 자제하려고 한다"며 "수비를 위한 시프트가 아닌 투수가 얼마나 효과적인 피칭을 할 수 있는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칫 투수의 심기를 건드리고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 방임야구━
최원호 감독도 큰 틀에선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 큰 틀에선 최근 야구 트렌드가 과거 1990년대 때와 비교해 경기 초반부터 승부수를 띄우지 않는다"며 "선발과 중간 투수, 타자들에게 어느 정도 시간을 준다면 경기 운영 포인트는 중후반이 될텐데 개인적으론 리드하고 있을 때 중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이냐, 리드 당하고 있을 때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엔 선수들에게 맡기는 게 90%였다면 이젠 벤치가 작전이나 선수 교체 등과 관련해 10~20% 이상은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3년 전 사령탑에 오른 적이 있지만 당시엔 대행체제로 남은 시즌을 책임졌다. 이젠 정식으로 감독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데뷔전부터 승리를 챙겼고 팀도 3연승 상승세를 탔다.
다만 팬들은 여전히 수베로 감독 경질 과정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성적이다. 성적을 이유로 수베로 감독과 작별했기에 최원호 감독에겐 이와 관련해 더 엄격한 잣대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수베로 감독에게서 문제라도 느낀 부분들을 보완해 나가며 결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