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날 승리로 지난 1977년 창설된 U-20 월드컵에서 통산 세 번(1983, 2019, 2023년)이나 4강에 오르면서 유럽과 남미를 제외한 대륙에선 아프리카의 가나(우승 1회, 준우승 2회), 나이지리아(준우승 2회)와 함께 큰 발자취를 남긴 '제3세계' 국가가 됐다.
실제로 U-20 대회 창설의 배경은 제3세계 축구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FIFA의 '유럽 중심주의'에 불만을 품고 있던 브라질 축구협회장 주앙 아벨란제(1916~2016)는 1974년 월드컵을 앞두고 FIFA 회장에 당선됐다. 그의 핵심 공약은 제3세계 회원국들을 위해 월드컵 본선 티켓을 확장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전략으로 그는 아프리카 회원국의 표를 끌어 모아 회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16장이었던 월드컵 본선 티켓을 늘리는 것에 앞서 U-20 월드컵을 창설했다. 여기에는 1976년 5월 FIFA의 스폰서가 된 글로벌 기업 코카콜라의 도움이 컸다. 1970년대부터 제3세계로의 시장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했던 코카콜라는 세계 최고의 글로벌 스포츠인 축구에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코카콜라가 FIFA와 당시로는 스포츠 스폰서십 최고액인 5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던 주된 이유다.
이런 배경에서 1977년 제1회 U-20 월드컵이 튀니지에서 열리게 됐다. 중동, 아프리카와 동구권 국가 등으로 판매망을 넓히고자 했던 코카콜라가 이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물론 아벨란제 회장의 제3세계 축구 발전 모델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 U-20 대회는 자주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열렸다. 1979년 2회 대회는 일본에서, 1981년 3회 대회는 호주에서 개최됐다. 현재까지 총 23번의 U-20 대회 중 절반이 넘는 12번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열렸다.
제3세계 축구 열풍은 대회 개최를 통해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카타르는 1981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일본은 199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한국도 U-20 월드컵에서 강점을 드러내며 대회 취지에 딱 맞는 '모델 국가'로 도약하고 있다.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한국은 4강에 진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고원지대인 멕시코에서의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산소 마스크를 끼고 효창구장에서 스파르타 훈련을 했던 당시 한국 팀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스피드가 최대 장점이었다. 멕시코 현지 언론으로부터 '붉은 악마'라는 별칭을 얻은 한국 팀에 대해 아벨란제는 윙 플레이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빠른 공격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2019년 폴란드에서 열린 대회에서 MVP로 선정된 이강인(22·마요르카)의 대활약에 힘입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멕시코 4강 신화를 넘어섰다.
2023년 다시 한 번 U-20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 한국은 오는 9일 이탈리아와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이탈리아 성인 대표팀은 최근 2번의 월드컵 대회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는 등 다소 침체기에 빠져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청소년 대표팀은 최근 U-20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냈다. 2017년 대회와 2019년 대회에서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탈리아는 6골로 득점 1위에 올라 있는 체사레 카사데이(20·첼시)를 축으로 막강한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K리그 소속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대회 참가 전 한국 팀은 우려의 대상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K리그 경기 출장 경험이 적어 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원 팀'으로 똘똘 뭉친 한국은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하며 기적에 가까운 승리 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은 8강전에서 나이지리아와 연장 승부를 펼쳐 이탈리아와 대등한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체력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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