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의 KIA 타이거즈 변우혁(23)이 그랬다. 앞선 두 타석에서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난 그는 KIA가 3-1로 앞선 6회초 1사 1, 2루에서 베테랑 불펜 정우람(38)을 상대했다. 구석구석 찌르는 정우람의 공에 3볼 0스트라이크에서 풀카운트가 됐지만, 그 과정에서 변우혁은 시종일관 차분했다. 낮게 떨어지는 6구째 체인지업은 가볍게 좌측 파울 라인 밖으로 걷어냈다. 또 한 번 체인지업이 비슷한 위치에 떨어지자, 변우혁은 방망이를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걷어 올렸고 이 타구는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상공을 유영하듯 아치를 그리며 담장 밖으로 떨어졌다. 비거리 120m의 시즌 6호포이자 6-4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스리런포였다.
이러면서 변우혁은 6월에만 4할 타율을 기록, 시즌 타율을 0.233까지 끌어 올렸다. 특히 지난주부터 기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7경기만 놓고 보면 타율 0.417, 2홈런 5타점, 출루율 0.462에 장타율이 무려 1.000이다. 최근 놀라운 6월 성적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이날 경기 전 만난 변우혁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최대한 스트레스를 안 받고 편하게 임한 것이 가장 컸다. 두 번째로는 그동안 스윙을 너무 크게 하려다 보니 하체가 먼저 무너지는 느낌이 있었다. 연습할 때부터 극단적으로 밀어 쳐 보기도 하고 하체 밸런스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지난주부터 타이밍과 하체 밸런스가 완전히 잡혔다. 그 뒤로 공도 잘 보였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투수와 수 싸움이 잘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한화에서 KIA로 트레이드될 때까지만 해도 그는 '내 것이 아무것도 없는' 타자였다. 몇 번의 부상으로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고 자신이 어떤 공을 잘 치고 어떤 타격을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KIA에 와 특정 시점에서 꾸준히 출전 기회가 늘어나면서 차츰 자신이 어떤 유형의 타자인지 감을 잡기 시작했다.
꾸준한 출전 기회는 도움이 됐다. 한동안의 불규칙한 출전 기회도 욕심을 내려놓는 계기로 삼았다. 변우혁은 "많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히는 타격사이클이 올라오고 내려가는 등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는 것이 생겼다는 점이다. KIA에 처음 왔을 때는 정말 나만의 정립된 무언가 없는 상태였다 보니 투수에게 지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투수들이 나를 까다로워하는 것이 보인다. 잘 칠 때는 볼넷도 많이 골라 나가니까 투수들이 일부러 승부를 안 한다는 느낌도 받는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나는 욕심을 안 부려도 맞히기만 하면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타자였다. 지난 일요일 경기(18일 광주 NC전 4타수 2안타 1홈런)가 그랬다. 그냥 공 보고 쳐야지 생각한 건데 맞으니까 넘어갔다. 내가 아예 콘택트 능력이 없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공을 조금만 보고 쳐도 장타를 만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팬들은 변우혁에게 그동안 KIA가 갈망했던 우타 거포의 꿈을 실현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그의 꿈은 팬들의 바람보다 좀 더 구체적이다. 변우혁은 "팬분들은 아무래도 내게 많은 장타를 기대하시겠지만, 난 공갈포가 아닌 콘택트도 갖춘 홈런 타자가 되고 싶다. 지금도 2할 3푼까지 끌어올렸는데 타율을 최대한 올리고 또 유지하고 싶다. 그렇게 앞으로 3시즌 동안 기록이 쌓이면 내가 목표로 할 수 있는 타율이 윤곽이 잡힐 것 같다. 또 타율을 높이면서 충분히 경기를 많이 나가다 보면 두 자릿수 홈런도 충분히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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