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의 연출 겸 배우를 맡은 정우성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베테랑 배우 정우성의 30번째 영화이자, 신인 감독 정우성의 첫 번째 영화다.
이날 정우성은 '보호자'의 연출을 맡게 된 계기에 대해 "'증인' 촬영을 끝내고 배우로서 액션 장르를 찍고 싶다고 생각한 와중에 친한 제작사 대표가 시나리오를 주더라. 근데 너무 뻔했고, 사실 '남들이 다 했던 걸 뭘 또 하냐'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러면 안 되지만 사적인 감정도 있었고, 그래서 주연으로 캐스팅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 신인 감독이 연출하기로 돼 있었는데 집안 사정으로 연출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때 '그럼 내가 연출할까?'라고 했고, 제작사 측에서 너무 좋아하더라"라며 "근데 막상 연출하려고 보니까 이 설정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어떤 도전을 해야 할지 나답게 풀어보자고 생각했다. 기존 시나리오에서 약간의 뒤틀림을 선택했고, 새로운 도전을 성공시키면 나름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배우들이 다음 작품도 함께하고 싶다고 얘기해 준 게 가장 큰 수확이다. 현장에서 감독으로서의 작업 과정은 꽤 만족스럽다. 제 적성에 맞는 자리였던 것 같다. 함께 참여했던 배우, 스태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감독이었다"며 "완성된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불안감은 있지만, 제가 의도한 부분을 충실히 실행하려고 했다. 한 분이라도 더 이 영화를 통해서 감독 정우성의 언어가 관객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첫걸음을 함께 해준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그는 "첫 연출작이 아니라 그 어떤 영화라도 캐스팅이 중요한데, 제가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할 때 익숙함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 사적인 감정으로 작품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하는 배우들도 제가 아닌, 이 캐릭터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선택하길 바랐다"고 전했다.
이어 "김남길 씨가 맡은 우진 역은 참 어렵기 때문에 공감이 없는 상태에서 그 역할을 맡는다면 서로가 낭패인 상황이 펼쳐질 수 있었다"며 "근데 김남길 배우가 작품의 가능성을 보고 한다고 했을 때 서로 끌어안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준한에 대해서는 "제가 김준한 배우의 연기를 좋아한다. 처음 '박열'을 보고 '이 배우는 뭐지? 이 호흡은 뭐지?'라고 생각했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같이 출연했지만, 붙는 신이 없었다. 현장에서 김준한 배우의 촬영분을 보는데 비속어가 튀어나올 정도로 너무 좋더라. 그때부터 배우로서 호감을 가졌고, 제가 번호를 먼저 물어봤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꼭 연출작이 아니더라도 내가 출연하는 작품에 그 배우가 어울릴 만한, 또 도전할 만한 캐릭터가 있으면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며 "김남길 배우는 제가 직접 연락하지 않았지만, 김준한 배우한테는 직접 연락했다"고 밝혔다.
동료 배우들과 감독과 배우 사이로 만나게 된 정우성은 "초반에는 감독으로서 나를 빨리 입증해야 하니까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더 뻔뻔하게 다가갔던 것 같다. 초반에는 낯설었을 거다. 사석에서 대하는 것과 달라야 하니까 현장에서 뻔뻔하게 밀고 나갔다"고 밝혔다.
스스로 생각하는 감독 정우성은 어떨까. 자신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서는 '결단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어떤 연출 타입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소를 헌팅하고, 세트를 짓고, 시나리오 속 상황을 구현해야 하는 과정에서 예측불허의 돌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때는 그 상황을 책임지고, 끌고 가는 감독으로서 결단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고민은 하되 우유부단한 감독이 돼서는 안 된다. 감독의 우유부단한 순간이 축적되면 제작비 낭비로 이어지고, 배우, 스태프들의 신뢰가 무너진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카메라 안과 밖에서 1인 2역을 펼친 정우성은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기도. 그는 "사실 이 정도면 감당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제 촬영 분량이 있는 날과 없는 날이 다르다. 촬영 분량이 없으면 말 그대로 날아다녔다. 의상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웠나 싶을 정도"라고 웃었다.
이어 "수혁이는 대사가 적은데 이것 또한 굉장히 익숙지 않은 선택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뭔가 말해주기를 바라는데 수혁 자체도 캐릭터적으로 도전이다. 표정으로 많은 것을 내포해야 하는데 하나의 감정을 표현하면 규정지어지니까 될 수 있는 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라고 생각하길 바랐다. 보는 사람이 고민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혁의 부족한 전사에 대해서는 "나오면 나올수록 클리셰가 두꺼워지는 거다. 설정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심플하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전사보다는 현재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994년 데뷔해 30년 만에 메가폰을 잡게 된 정우성은 "쥐뿔도 없는 자신감으로 버틴 것 같다. 언젠가는 연출을 할 수 있다는 어떤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준비하다가 엎은 작품도 많다"며 "'보호자'로 첫발을 내디디게 됐지만, 앞으로 연출자로서의 포부는 말하기 어렵다. 우선 '보호자'가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아야 제 앞에 어떤 계단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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