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할리우드, 韓 배우들은 명분이 없다 아닙니까[★창간19-별의별답⑤]

김나연 기자, 김노을 기자, 안윤지 기자  |  2023.09.01 09:00
/사진=/AFPBBNews=뉴스1=스타뉴스
할리우드는 멈추어 섰고, 전 세계 콘텐츠 사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다만, K-콘텐츠는 반사이익을 얻어 긍정적인 바람이 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향후 4년간 약 3조1600억 원 가량의 투자를 약속했고, 디즈니+(디즈니 플러스) 또한 한국 철수설을 부인하고 로컬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에서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있다.

지난 7월 14일부터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부분 소속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이 파업에 돌입했다. 넷플릭스,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등 대형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이하 AMPTP)과 계약 협상을 시도했으나 결렬됐기 때문.

미국 영화배우조합은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배우의 권리 보장을 위해 AI가 생성하는 배우의 외모나 목소리가 무단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가 하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작품이 상영될 경우 지급되는 재상영 분배금 인상, 주연외 출연 배우들의 기본급 인상 등을 주장했다.

노조는 배우들의 작품 촬영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영화 홍보 행사 참석 등도 막으며 주요 드라마, 영화 개봉에 차질이 빚어졌고, 제작사들의 손실은 점점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특히 명실상부 글로벌 1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로 자리 잡은 넷플릭스는 할리우드가 사실상 폐쇄되면서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가장 주목하는 국가는 한국이다.

뉴욕타임즈는 "수십 년 동안 할리우드가 전 세계에 블록버스터를 선보인 후 넷플릭스는 그 시스템을 바꾸려고 한다. 지난해 넷플릭스 가입자 중 60%가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했다"며 "특히 한국의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면서 히트하는 작품은 어디에서, 또 어떤 언어로든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넷플릭스의 성공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재편했다. 작품의 제작 예산이 지난 몇 년간 회당 10배나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4월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4년 K-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3375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이는 2016년 투자 이후 약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나날이 커지는 K-콘텐츠의 위상을 반증한 셈. 또한 업계에서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파업으로, K-콘텐츠가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배우들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주연이 아닌 조, 단역 배우들은 더더욱 그렇다. 최근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측은 "넷플릭스의 출연료, 추가 보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는 넷플릭스의 태도를 지적한 바 있다.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 공동 창립자 및 CEO, 테드 사란도스 최고콘텐츠책임자가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 론칭 기념 미디어 데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넷플릭스는 영화와 TV프로그램을 마음껏 즐길 수 잇는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오상호 대표가 14일 오전 진행된 디즈니플러스 코리아 미디어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오는 11월 12일 국내 론칭된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21.10.14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송창곤 사무총장은 소수의 톱스타나 유명 작가, 유명 연출가는 넷플릭스와 대등하게 계약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스태프, 연기자는 유불리를 떠나서 을의 관계에서 계약을 강요당한다"며 "넷플릭스가 우리나라를 통해 수익을 많이 창출하기 때문에 스태프, 연기자들에게 대가가 적정하게 배분돼야 하는데 일부에만 치중돼 있다.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조, 단역 배우들은 급여가 정체되거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한국의 모든 현지 법률 및 규정을 따르고 있으며 제작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현지 임금 기준 이상으로 보수를 받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측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즈니+(디즈니플러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그러면서 "국내 OTT인 티빙, 왓챠, 웨이브, 카카오와는 지난해부터 대화의 창구를 열고 있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가 있지만, 지속적인 논의를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단연 배우는 편당 약 300달러(한화 약 40만 원)의 출연료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외 수당, 거리에 따른 교통비, 밤샘 촬영 시 숙박비 등을 추가로 받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실정이다. 그런데도, 배우들은 군말 없이 출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재상영분배금(residual, 연기자나 제작자들에게 특정 계약에 따라 재상영 및 재방영이 될 때마다 추가로 지급하는 소득)도 문제가 되고 있다. 기존 지상파, 종편, CJ 등이 제작하는 작품은 재방송에 따른 추가 보상이 지급된다. 그러나 OTT는 방송이 아닌 전송의 개념으로, 보상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할리우드 또한 재상영분배금이 파업의 주요 쟁점으로, 콘텐츠의 사용량에 비례해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한국영화감독조합(DGK)과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독립PD협회 등도 창작자에게 추가 보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할리우드와 국내 업계 생태는 매우 다른 구조인 탓에 파업도 쉽지 않다. 한 관계자는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UNION'의 개념이다. 방송 출연이나 영화 촬영을 하려면 가입해야 하는 구조"라며 "그러나 한국 시장은 배우들이 가입은 돼 있지만, 비교적 노조에서 자유롭다. 특히 소속사와 전속 계약이 묶여있다"고 했다.

이어 "또한 할리우드는 노조나 협회의 노력도 있지만 주연 배우들이 조, 단역의 어려움이나 고충에 대해서 격하게 동조하고, 나서주는 분위기다. 한국은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또 파업하기 위해서는 이유가 분명해야 하고, 파업을 하기 어렵다기보다는 규정이 명료하지 않기 때문에 협상 요구에 응하는 것이 먼저다. 협상의 근거가 있어야 파업하든, 말든 할 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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