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2-2. 한국 계단식 골프장, 스포츠-기술 통합

채준 기자  |  2023.09.14 10:08
[남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4일 오후 경남 남해군 남면 다랭이마을 다랭이논에 노란 유채꽃이 피어 봄의 정취를 더하고 있다. 2023.04.04.



남해 다랭이 마을은 계단식 논밭으로 이색적인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자연경관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계단식 논밭에선 전통, 문화, 자연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행사가 열린다. 봄철 가장 먼저 돋아나는 쑥, 시금치와 같은 나물을 캘 수 있고, 모내기를 체험한 뒤 파도 소리를 반찬 삼아 새참을 먹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쌀 농사를 짓는 산간 지역에는 거의 계단식 논을 볼 수 있다. 중국의 윈난성, 베트남, 태국, 네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등에도 널리 퍼져있다. 자연환경을 활용해 적자생존하기 위해 만든 논밭으로 독특한 지역 문화를 만들어내곤 한다.

우리나라에는 계단식 논과 비슷한 계단식 골프장도 있다. 산 경사면을 깎아 계단처럼 만들어 진 골프장이다. 계단식 골프장은 한국의 주요 지형을 최대로 살린 한국 골프장의 전형적인 코스이다. 국토의 70%이상이 산악으로 이뤄진 한국 국토의 특성상 산 중턱을 절개하고 계단식으로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514개 골프장 가운데 산림이 70%인 국토의 특성을 반영하듯 70% 이상이 계단식 골프장이다. 산이 많은 악조건 속에서 계단식으로 골프장을 지었지만 한국식 골프장은 홀별 높낮이가 심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한국형 골프의 매력을 갖추며 이제는 당당히 국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계단식 한국 골프장은 골프라는 스포츠와 뛰어난 토목과 건축기술이 빚어낸 합작품으로 지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계 골프장업계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의 골프장 건설 능력은 미국과 일본 등 골프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 도입과 스스로 일어서려는 자생력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착실히 다져졌다.

계단식 골프장은 어떻게 시작됐나

/사진제공=pixabay

해방 후 우리나라에는 건설 분야 전문인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군대 내 공병단 기술장교 출신 인력이 민간의 기술인력 수요를 충당하는 정도였다.

1962년 박정희 정권이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더불어 국토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 부족한 설계 분야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였다. 정부는 전문인력 육성과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며 국가 차원의 기술인력 육성을 위해 1966년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현 한국종합기술)를 창립했다.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는 정부의 대규모 종합기술 용역업체 육성을 위해 설립한 설계와 감리 분야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공기업이다. 1967년 경부고속도로, 한강 개발 3개년 계획안 등을 시작으로 굵직굵직한 국토개발 설계 일을 국가 주도로 수행했다.한국 골프 코스 설계 1세대는 이러한 종합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근무하며 선진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골프장 관련 기술을 습득해 골프 코스 설계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기술 자료는 일본 골프 관련 도서, 설계 방식을 따랐다.

한국형 계단식 골프장 건설에 앞장을 선 것은 육사 출신(18기) 공병 장교출신 장정원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정원씨는 육사, 서울대 토목과 졸업 후 '장골프연구소'를 만들어 활동했다. 장씨는 한국적 지형과 골프장의 디자인을 살리는 방법으로 계단식 골프장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고 한다.

장씨가 계단식 골프코스 공법으로 처음 지은 골프장은 국내 첫 퍼블릭골프장인 올림픽CC였다.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의 대하소설에서 조선시대 도적떼의 무대로 등장하는 고양과 파주 경계의 혜음령 자락에 위치해 있는 올림픽CC는 원래는 전형적인 악산이었다. 산세가 가파르고 수림이 울창한 곳이어서 골프장을 건설하기에는 힘든 장소였다.

1988년에는 국내 첫 9홀 퍼블릭골프장 허가권을 받아낸 이관식 올림픽CC 회장은 골프장 건설을 위해 수소문 끝에 태릉골프장에서 근무했던 장정원씨를 찾아갔다고 한다. 장정원씨로부터 "계단식으로 만들면 골프장 건설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듣고 골프장 공사를 맡겨 2년여만인 1990년 3월 올림픽 CC를 개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올림픽CC 홀들은 1번홀부터 착착 계단형으로 쌓아올린 것이 특징이다. 홀 곳곳에 심한 산 경사도 때문에 돌담을 쌓아 산사태를 막으며 계단식 골프장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


세계경쟁력을 갖춘 계단형 골프장

/사진제공=pixabay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부까지 개장한 골프장이 21개에 그쳤다. 전두환 정부 때 30개가 인가됐고, 노태우 정부 때 골프장 승인이 중앙정부가 아닌 시·도지사로 위임되면서 120개 골프장이 승인을 받아 골프공화국이라 불릴 정도였다. 5·6공화국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증가했던 것이다.

계단형 골프장은 올림픽CC 개장이후 한국 골프장의 대표적인 양식이 됐다. 전국 곳곳에서 계단식 골프장이 선보이면서 대세가 된 것이다. 박세리가 미국 LPGA에서 위력을 떨치는 것에 때맞춰 골프 붐이 조성되며 골프장들이 대거 개장했다. 계단식 골프장은 세계 경쟁력을 갖춰가는 여자골프 성장과 함께 '골프와 기술의 통합'이라는 실용주의적· 기능주의적 추세에 힘입어 폭발적인 붐을 보였던 것이다. 시대적 상황까지 반영하며 계단형 골프장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을만 했다.

골프 발상지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 골프장은 대개 도시 인근의 전원에 많이 분포돼 있다. 주로 평지에 많이 들어서다보니 특별한 건설 공법을 갖지 않고도 골프장을 건설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계단형 골프장은 고도의 기술과 전문성이 접합돼야 건설이 가능하다. 산을 깎고, 숲과 나무를 베야 하며, 땅속에는 배수, 관수, 상수, 오수를 위한 관로와 전기, 통신 설비들이 깔린다. 시공자들은 특히 계단식 설계 능력과 함께 특별한 조형 능력도 갖춰야 해 건설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 골프장들은 과감한 계단형 골프장 건설 기법으로 세계 골프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쓸모없는 악산을 골프장으로 만들어 많은 골프인구가 찾게 한 것은 세계 골프계에서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것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골프 인구는 지난해 564만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골프 인구는 2009년 293만명에서 2019년 470만명으로 늘었고,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등의 이유로 지난해 564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일본의 골프 인구 520만명(2020년 기준)보다도 많은 수치다. 이 같이 골프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골프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골프장 수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K 컬처 경쟁력강화, 계단형 골프장도 한 몫 할 수 있다

계단형 골프장이 선보인지가 30년 이상이 지났다. 올림픽CC의 초창기를 거쳐, 골프붐을 타고 비약적인 성장기를 가졌다. 계단형 골프장은 제대로 된 건설 기술자가 없던 시절, 외국 기술을 받아 한국형 지형에 맞게 건설 공법을 개발해 내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잡았다.

계단식 골프장은 여러 단계를 거쳐 많은 변화를 보였다. 초창기 처음 길을 내듯 산을 깎아 계단식으로 정리해 나가던 것에서부터 시작해 이제는 코스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언듯보면 계단식 골프장인지, 평지 골프장인지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고도의 기술로 만든 골프장까지 있을 정도이다. 한국 골프장 건설 기술은 이제는 외국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K-팝, K-드라머에 이어 계단형 골프장이 K-컬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을 수 있다. 계단식 논이 한국 등 아시아의 새로운 농업 생산양식으로 평가받듯이 계단형 골프장도 한국에서 시작해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가며 세계 골프장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학수 CST선임연구위원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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