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혁 '마의 체급'서 영웅 탄생, 하늘의 할머니께 바친 금메달... 태권도 80㎏ 정상 우뚝 [항저우 스토리]

항저우=안호근 기자  |  2023.09.27 19:07
박우혁이 27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남자 80kg급 결승에서 공격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우혁(왼쪽)이 결승에서 승리한 뒤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태권도의 '마의 체급'이라 불린 남자 80㎏급. 한국 태권도에 이 종목은 박우혁(23·삼성에스원)의 등장 전후로 나뉜다. 박우혁이 무서운 성장세로 결국 아시아 최정상 자리에까지 등극했다.

박우혁은 27일 중국 저장성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남자 80kg급 결승에서 살레 엘샤라바티(요르단)을 2-0으로 제압했다.


취약 종목서 탄생한 영웅


올림픽 역대 최다인 12개의 금메달을 딴 종주국 한국이지만 80kg급에선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선수를 내보내지도 못했다. 초반 4개 대회에선 한 국가에서 남녀 2체급씩만 출전 가능한 조항으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80kg급을 출전시키지 않았고

제한이 풀린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 대회에선 랭킹 5위 안에 드는 선수가 없어 출전하지 못했다.


공격을 적중시키는 박우혁(왼쪽). /사진=뉴시스
박우혁(오른쪽)이 상대의 얼굴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안게임에서도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치러진 이 종목에서 은메달 하나(2018년 이화준)에 그쳤다. 그만큼 태권도 강국 한국에도 80㎏급은 '불모지'와 같았다. 그렇기에 박우혁의 등장은 큰 의미를 더한다.

1라운드에서 몸통 공격 두 차례 성공시키며 5-0으로 앞서갔지만 상대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소극적 공격으로 경고까지 주어지며 5-4로 쫓겼지만 종료 7초를 남기고 머리 공격을 성공시킨 박우혁은 비디오 판독 결과까지 득점이 인정되며 8-5, 1라운드 승리를 거뒀다.

2라운드에서도 먼저 앞서간 박우혁은 결국 6-5로 앞서 결국 포디엄 최상단에 오르게 됐다.

험난한 여정이었다. 준결승에선 메흐란 바르호르다리(이란)을 상대로 3라운드 접전을 펼쳤다. 10-10 동점을 이뤄 회전 기술, 머리·몸통 공격 시도 등을 합산해 승자를 가리게 됐고 박우혁은 결국 2-1 승리를 거뒀다. 앞서 혼성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우혁은 금메달과 은메달 하나씩을 목에 걸며 대회를 마감했다.

박우혁(왼쪽)이 결승 후 상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유의 활달한 성격으로 상대와 함께 브이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우혁(왼쪽). /사진=뉴시스



아버지 반대에 부딪혔던 박우혁, 그러나 '가족은 나의 힘'


아시안게임 출전은 처음이다.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관계자들의 눈에 띄었지만 험난한 운동부 생활에 대한 걱정으로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던 박우혁이다. 그러나 포기하기엔 기량이 워낙 출중했다.

그의 부모님은 이후엔 박우혁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고 박우혁의 가파른 성장세와 언제나 함께 했다.

2019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게 된 박우혁은 지난해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태권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세계선수권 동 체급 금메달은 장종오(현 용인대 교수)가 우승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이어 국제대회에서 동메달만 차지하던 그는 오세아니아 프레지던트컵에서 다시 금빛 발차기를 작렬하며 정상의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처음 나선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이날 그의 부모님은 경기장에 함께 해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가족은 박우혁에게 가장 큰 힘이다. 삼성에스원 태권도단에 따르면 박우혁은 "학창 시절 늘 저를 훈련장에 태우고 다니고 체력 좋아지라며 매일 사골국을 끓여주신 어머니와 명예 퇴직을 하신 뒤 해외를 막론하고 관중석을 지켜주는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가장 큰 성원을 보내주시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이 금메달을 바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후 기뻐하는 박우혁(왼쪽). /사진=뉴시스
코치와 포옹을 나누고 있는 박우혁(오른쪽). /사진=뉴시스


돌아가신 할머니께 바치는 금메달, 파리 올림픽 한국 80㎏급 첫 출전이 보인다


돌아가신 할머니께 바치는 금메달이기도 했다. 강원도 원주 본가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그는 "어릴 적부터 쌈짓돈을 꺼내 용돈을 주셨던 할머니는 힘든 국가대표 선수 생활에서도 가장 큰 응원을 보내주신 분"이라며 "내가 결혼하는 것까지 보고 가고 싶다던 할머니가 이제 하늘나라에서 결승전을 지켜보고 계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그의 어머니 또한 태권도 선수인 자식을 뒷바라지 하기 매일 같이 뜨거운 불 앞에서 사골국을 끓이는 등 희생을 일삼았다. 박우혁은 "지금의 박우혁을 만든 것은 어머니의 희생이었다"며 "엄마와 나는 얼굴도 매우 닮았는데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나 밝고 긍정적인 마음도 모두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 도쿄 올림픽 '노골드' 수모를 지워줄 강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듭났다. 타박상 등 잔부상도 있었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며 모든 심신의 고생을 털어냈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에 대한 자신감은 더했다.

박우혁의 등장으로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80㎏급에 선수를 출전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우혁은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것을 준비하면서 다시 느꼈고 나가게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박우혁(왼쪽)이 금메달을 딴 뒤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박우혁.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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