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24일 일본 도쿄에서 펼쳐지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참가국 감독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대표팀 엔트리 26명을 발표했다.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회는 유망주들에게 국제 대회 경험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7년 첫 대회가 탄생했다. 당초 4년마다 대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년이 밀렸다. 이에 6년 만인 올해 대회가 열리게 됐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대회인 만큼, 24세 이하(1999년 1월 이후 출생) 또는 입단 3년 차 이내 선수들로 예비 엔트리가 구성됐다. 또 와일드카드로 29세 이하(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 3명까지 참가할 수 있다.
KBO는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선발된 선수들은 오는 5일 대구에 모인 뒤 6일부터 13일까지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훈련 및 연습 경기를 진행한다. 다만 포스트시즌 일정에 따라 소집 훈련 참가 인원에는 변동이 있을 예정"이라면서 "한국시리즈 일정에 따라 대회에 출전하는 최종 엔트리도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는 규정에 따라 총 20명의 예비 엔트리 운영이 가능하다. 전력강화위원회는 한국시리즈 및 포스트시즌 일정 및 부상 등의 사유로 선수가 교체될 상황을 대비해 20명의 예비 엔트리를 함께 선정했으며 이날 발표했다. 대회에 참가하는 최종 엔트리 교체는 14일까지 가능하다.
먼저 엔트리 26명 중 투수는 12명이 차지했다. 우투수 자원으로 정우영(LG)과 박영현(KT), 정해영(KIA), 원태인(삼성), 최준용(롯데), 곽빈(두산), 문동주(한화)가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문동주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바 있다. 특히 대만과 결승전에 선발 등판,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의 눈부신 역투를 펼치며 조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여기에 곽빈은 비록 항저우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승선하고도 담 증세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KBO 리그 무대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박영현 역시 언터처블 활약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정우영은 사이드암 자원으로 이번 APBC 대회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좌완 투수 자원으로는 오원석(SSG)과 이의리(KIA), 최지민(KIA), 김영규(NC), 최승용(두산)이 승선했다. 이의리의 발탁이 눈에 띈다. 이의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대표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경기력향상위원회와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엔트리 교체 소식을 전하면서 "이의리가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 중이나 대회 기간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APBC 대표팀까지 이끌게 된 류중일 감독은 당시 이의리의 제외 이유에 대해 "마지막에 낙마한 것에 안타깝게 생각한다. 손가락 물집으로 인해 강판당한 것을 봤다. 대만과 일본전 등에서 한 경기를 맡아줘야 할 주축 투수인데, 제 눈에는 과연 이 물집으로 선발로서 70구 이상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이의리는 선발 투수니까, 80구 이상 못 던진다고 생각했기에 교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의리는 올 시즌 11승 7패 평균자책점 3.96을 마크하며 KIA 선발진의 주축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포수 엔트리에는 3명이 포함됐다. 키움 히어로즈의 김동헌, NC 다이노스의 김형준, 롯데 자이언츠의 손성빈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중 눈에 띄는 건 김형준이다. 김형준은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APBC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무엇보다 김형준은 현재 진행 중인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 2차전에 홈런 1개를 때려내는 등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큰 경기에서 안정적인 리드를 바탕으로 NC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프로 3년 차 2021년 1차 지명 출신의 손성빈도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손성빈은 올 시즌 타율 0.263, 1홈런, 15타점 13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624의 성적을 올렸다.
내야수는 총 6명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주장을 맡았던 김혜성(키움)을 비롯해 김휘집(키움)과 문보경(LG), 김도영(KIA), 김주원(NC), 노시환(한화)이 발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중 노시환은 이제 대표팀의 주축 타자로 자리매김하며 더욱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시환은 올 시즌 타율 0.298, 31홈런 101타점 85득점 OPS 0.929를 마크하며 생애 최초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9년 한화에 입단한 노시환은 올해로 프로 5년 차가 됐고,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외야수는 총 5명이었다. 최지훈(SSG)과 강백호(KT), 김성윤(삼성), 윤동희(롯데), 박승규(상무)가 자리했다. 앞서 윤동희는 탈락한 이의리를 대신해 전문 외야수 및 우타자 보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류중일호에 승선한 바 있다. 윤동희는 올 시즌 107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7, 2홈런 41타점 45득점 OPS 0.687을 기록했다.
구단별로 보면 10개 구단 중 KIA가 가장 많은 4명을 배출했다. 키움과 NC, 롯데가 3명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SSG와 LG, KT, 삼성, 두산, 한화가 각각 2명씩이었다. 상무는 박승규 1명만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됐다.
예비 엔트리에는 총 20명이 이름을 올렸다. 투수가 9명, 야수가 11명이었다. 우완 투수로는 박명근(LG)과 손동현(KT), 김시훈(NC), 신민혁(NC), 조병현(상무), 김태경(상무)이, 좌완 투수로는 윤영철(KIA)과 이승현(삼성), 이병헌(두산)이 뽑혔다. 포수로는 한준수(KIA)와 허인서(상무), 내야수로는 전의산(SSG), 김지찬(삼성), 안재석(두산), 문현빈(한화), 한태양(상무), 나승엽(상무), 외야수로는 김현준(삼성), 고승민(롯데), 김대한(두산)이 각각 자리했다. 팀별로는 상무가 5명, 삼성과 두산 3명, KIA와 NC는 2명, SSG와 LG, KT, 롯데, 한화가 1명이었다.
한편 지난 1회 대회에서 한국은 2승 2패의 성적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1회 대회 때 일본과 결승전에서 4회까지 1점만 내주며 잘 버텼으나 5회 3실점으로 흔들렸고, 결국 0-7로 패하고 말았다. 당시 대표팀에서 주축으로 활약했던 김하성(샌디에이고)과 이정후(키움), 구자욱(삼성), 박민우(NC), 박세웅(롯데), 구창모(NC), 함덕주(LG) 등은 현재 소속 팀에서 주축 선수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이 APBC 대회를 기점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9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2020 도쿄 올림픽,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치르면서 한국 야구의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이번 대표팀도 류중일 감독이 계속해서 이끈다. KBO는 "APBC는 24세 이하 또는 3년 차 이내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로 아시안게임에 이은 연속성 측면에서 대표팀 감독 선임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류 감독 선임 배경을 밝힌 바 있다. 24일 일본 매체에 따르면 류중일 감독은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세대 교체에 성공했다. 이번 APBC 엔트리에도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 중 3분의 2정도가 들어가 있다. APBC에서도 전력을 다해 우승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류 감독은 또 "4번 타자는 중요한 타이밍에서 역할을 해내야 한다. 한 방을 때려낼 수 있는 타자가 4번을 맡는다"면서 "APBC 대회에서는 노시환이 맡을 것이다. 장타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APBC 2023 대회에는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가 참가한다. 대표팀은 11월 16일 정오에 호주와 1차전을 치른 뒤 17일 오후 7시 숙명의 한일전을 치른다. 이어 18일 오후 7시에는 대만과 3차전에 임한다. 사흘 동안 풀리그를 치른 뒤 예선 결과에 따라 대회 마지막 날인 19일에 3위 결정전 또는 결승전에 나선다.
당연히 이번 APBC 대회에서 한국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월 KBO는 야구 대표팀의 WBC 대회 부진 등에 대해 "야구팬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전력과 성적을 보임에 따라 리그 경기력 수준과 대표팀 전력을 함께 끌어올리겠다"면서 장기 프로젝트를 밝힌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통해 한국 야구의 힘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다행히 첫 출발은 좋았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대표팀은 이제 APBC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노린다. 이어 장기적으로 2024년 프리미어12 대회와 2026년 WBC 대회에 이어 장기적으로 2028 LA 올림픽까지 바라보고 있는 대표팀이다. 더욱이 한국은 지난 3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대회에서 1라운드 탈락의 참사를 겪은 바 있다. 이번 APBC 대회는 다시 한번 일본 열도의 심장에서 한일전 패배를 설욕할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세대교체에 나선 한국 야구가 APBC 대회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다시 한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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