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수술대 올랐다...' 신인왕→홀드왕→AG 金메달→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내년 건강하게 돌아올까

김우종 기자  |  2023.11.17 06:10
2023 한국시리즈 우승 후 기뻐하는 정우영.
LG 정우영. /사진=뉴스1
LG 트윈스의 국가대표 잠수함 투수 정우영(24)이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팔꿈치 뼛조각 골극 제거술을 받았으며,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LG 트윈스 구단 관계자는 16일 "정우영이 지난 15일 세종스포츠정형외과에서 우측 팔꿈치 뼛조각 골극 제거술을 받았다"면서 "수술은 잘 마쳤으며, 현재 회복 중에 있다"고 밝혔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은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재활에 3~4개월 정도 소요된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이 대략 1년에서 2년 정도 재활 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이에 정우영이 정상적으로 재활 절차를 밟을 경우에는 내년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참가는 어렵다고 할지라도, 정규시즌 개막 전에는 투구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가평초-강남중-서울고를 졸업한 정우영은 2019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계약금은 1억원이었다.

정우영은 LG에 입단하자마자 당시 류중일 감독의 신임 속에 주축 불펜으로 활약했다. 입단 첫해인 2019시즌에는 56경기에 등판해 4승 6패 1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72를 마크했다. 결국 이런 맹활약을 바탕으로 그해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LG 트윈스 출신(MBC 청룡 포함) 선수가 신인상을 받은 건 김건우(1986년)와 이용철(1988년), 김동수(1990년), 류지현(1993년), 이병규(1997년)에 이어 역대 6번째였다. '적토마' 이병규 이후 22년 만에 LG 트윈스 출신 신인왕이 탄생한 순간이기도 했다. 또 2017년 이정후(키움), 2018년 강백호(KT)에 이어 3년 연속 프로 입단 첫해를 맞이한 선수가 신인왕을 품에 안은 해였다.

LG 정우영이 2019년 11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시상식에서 신인왕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정우영은 계속해서 성장세를 거듭했다. 2020시즌에는 65경기에 출장해 4승 4패 5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3.12를 마크했다. 다만 자신의 커리어 5시즌 중 가장 많은 75이닝을 소화한 시즌이기도 했다. 당시 정우영은 75이닝 동안 48피안타(3피홈런) 29볼넷 59탈삼진 26실점(26자책)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21시즌은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커리어 최다인 70경기에 출전해 7승 3패 2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2.22의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65이닝 동안 43개의 안타를 내줬는데, 홈런은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언터처블'이었다. 결국 2021시즌을 마친 뒤 연봉도 1억 8000만원에서 1억원이나 인상된 2억 8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2022시즌에도 정우영은 2021시즌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시즌 시작을 앞두고 비시즌 기간 체중 증가에 힘을 썼다. 당시 캠프에서 만난 정우영은 "지난해(2021년) 늘 84㎏의 체중을 유지했는데, 현재 체중은 93㎏"라면서 "근육량을 5㎏ 정도 늘렸다"고 했다. 그가 벌크업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직전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체력 저하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정우영은 2022시즌 67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2.64를 찍으며 생애 첫 홀드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58이닝 동안 48피안타(3피홈런) 32볼넷 40탈삼진 18실점(17자책)의 성적을 올렸다.

LG 정우영. /사진=김우종 기자
정우영.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정우영의 최대 무기는 투심 패스트볼.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정우영의 투심은 굉장히 날카롭게 떨어지면서 휘어지는 움직임도 크다. 여기에 구속도 94마일(약 151km) 정도가 나온다. KBO 리그에서 이 정도의 공을 때려내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정우영은 프로 첫해, 투심을 비롯해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구종을 다양하게 구사했으나, 이후 점점 투심 구사율을 늘리기 시작했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도 정우영의 투심을 인정할 정도. 올 시즌 종료 후 LG와 결별한 아담 플럿코는 '정우영은 슬라이더 하나만 바깥쪽으로 보여줘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중간 투수로 통할 것 같다'는 칭찬을 전하기도 했다. 상대 외국인 타자들 역시 정우영의 투심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거라 보고 있다.

그렇게 2023시즌을 앞두고 65⅓이닝(2019년)-75이닝(2020년)-65이닝(2021년)-58이닝(2022년)을 각각 소화한 정우영이었다. 4년간 쉼 없이 달려왔기 때문이었을까. 올 시즌 정우영은 다소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60경기에 구원 등판해 5승 6패 11홀드 평균자책점은 4.70으로 자신이 뛰었던 5시즌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51⅔이닝 동안 63개의 안타(1홈런)를 허용했으며, 17볼넷과 함께 몸에 맞는 볼이 15개로 증가했다. 2022시즌(6개)과 비교해 2배 이상 몸에 맞는 볼이 많아진 것. 결국 7월 초와 8월 초에는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그래도 정우영은 시즌 끝까지 낙마하지 않고 팀과 함께했다. 4월 8일에는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서 개인 통산 100번째 홀드를 챙겼는데, 이는 KBO 리그 역대 최연소(23세 7개월 20일) 및 최소 경기(261경기) 100홀드 신기록이었다. 국가대표로도 헌신했다. 지난 3월에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며 나라를 대표해 뛰었다. 이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 투수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정우영은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경험을 했다. 정우영은 11월 8일 KT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11월 10일 KT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⅓이닝 1피안타 2실점(1자책)을 마크했다. 비록 실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LG는 9회초 오지환이 극적인 역전 스리런포를 작렬시키며 승리할 수 있었다.

정우영은 LG는 물론,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사이드암 자원이다. 비록 올 시즌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향후 LG의 10년 이상을 책임질 선수라 할 수 있다. 한때 선발 전환을 검토할 정도로 도전 정신도 강한 편이다. LG 팬들은 수술을 마친 정우영이 내년 시즌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서는 날을 기다리며 응원하고 있다.

LG 정우영.
정우영이 2023 한국시리즈 우승 후 이정용과 진한 포옹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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