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이의리-원태인 다 잘 던졌다' 이젠 곽빈 차례... "국제무대 통하는 선수 되고 싶다, 한계에 도전" [APBC 결승전 현장프리뷰]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  2023.11.19 14:27
곽빈.
한국의 우완 유망주 곽빈(24·두산 베어스)에게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달랠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은 19일 오후 6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릴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에서 일본과 마주한다.

풀리그 형태로 치러진 예선에서 호주(3-2 승)와 대만(6-1 승)에 승리하고 일본(1-2 패)로 진 한국은 2승 1패로 3전 전승으로 올라간 일본과 이틀 만에 다시 만났다. 예선에서는 일본의 좌완 선발 스미다 치히로에게 7이닝(77구) 3피안타 1사사구(1몸에 맞는 볼) 7탈삼진 무실점으로 꽁꽁 묶이며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9회초 터진 김휘집의 홈런이 없었다면 영봉패 수모를 겪을 뻔했다.

한국으로서는 갚아줘야 할 것이 많다. 이번 대회뿐 아니라 한국은 성인 국가대표팀(프로 기준)간 맞대결에서 도쿄돔서 일본에 7연패를 당했다.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준결승전(4-3 승) 이후 도쿄돔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2017년 APBC 예선 1차전(7-8 패)-결승전(0-7 패), 2019년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8-10 패)-결승전(3-5 패),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4-13 패)가 그것으로 이 중에는 2017 APBC 결승전 패배도 있다. 당시 선발 투수는 이번에 김휘집에게 홈런을 허용한 다구치 가즈토로 7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몸에 맞는 볼 한 개로 인한 출루밖에 하지 못했다. 다구치가 내려간 후에도 두 명의 불펜 투수에게 퍼펙트를 당하며 무기력한 0-7로 패하고 준우승에 머물렀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유독 선발 투수들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과 대만의 맞대결에서는 아카호시 유지가 4⅓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으나, 구린뤼양이 6⅓이닝 퍼펙트를 포함해 6⅔이닝 1실점 호투로 일본을 긴 이닝 압도했다. 대만과 호주의 맞대결에서도 선발 천커이가 7이닝 무실점의 안정적인 투구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 중 가장 압도적인 마운드를 보유한 것이 일본이었다. 한국전에 등판한 스미다 치히로가 단 77구로 7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고, 하야카와 다카하사는 호주전에 등판해 5이닝 퍼펙트로 3연승을 이끌었다. 한국은 16⅓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인 일본 마운드를 무너트려야 한다.

일본의 스미다 치히로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예선 풀리그 2차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타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선발 투수다. 한국은 문동주가 호주전 5⅔이닝(102구) 2실점, 이의리가 일본전(96구) 6이닝 2실점, 원태인이 대만전(84구) 5이닝 1실점으로 선발투수가 모두 호투하면서 타선이 침묵하는 경기에서도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 이젠 곽빈의 차례다.

한국은 결승전 선발로 곽빈이 나선다. 곽빈은 올해 정규시즌 23경기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0, 127⅓이닝 106탈삼진의 성적을 거뒀다. 시속 150㎞를 훌쩍 넘는 빠른 공과 평균 118.2㎞ 커브, 129.7㎞ 체인지업, 136.8㎞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를 사용한다. 이에 맞서는 일본의 선발 투수는 최고 시속 159㎞를 찍는 우완 이마이 타츠야(25·세이부 라이온즈)로 올해 일본프로야구(NPB)에서 19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2.30, 133이닝 130탈삼진을 기록했다.

대만전 승리 후 류중일 감독은 결승전 키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곽빈을 꼽으면서 "몇 이닝을 던지는지가 관건이다. 곽빈은 WBC도 경험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지만, 변화구 제구가 얼마나 되는지 봐야 한다"고 전했다.

곽빈 개인적으로도 올해 마지막 등판에서 1년간 묵혀온 아쉬움을 한 번에 털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곽빈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올해 3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10월초 끝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모두 승선했다.

하지만 WBC에서는 일본과 체코를 상대로 등판해 2이닝 4피안타 0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아쉬웠고, 아시안게임 때는 갑작스러운 담 증세로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당초 홍콩전과 슈퍼라운드 중 한 경기에서 등판할 계획이었으나, 부상과 우리 투수들의 예상 밖 호투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돌아온 곽빈은 대표팀에서 추후 활약을 예고했고 가장 중요한 결승전 선발 임무를 맡게 됐다.

곽빈은 대만전 승리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사실 그때(2023 WBC) 여기서(도쿄돔)는 잘 던지지 못했는데 이번엔 잘 던져서 나도 국제무대에서도 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23 WBC 당시 곽빈(맨 왼쪽).

2023 WBC는 한국 야구에 있어 아픔이 많은 대회였다. 세대교체의 목적도 있었지만, 최고의 라인업을 꾸려 나간 대회에서 호주에 7대8로 충격패한 뒤 일본에 4대13으로 참패하면서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맛봤다. 그때 멤버였던 곽빈, 김혜성, 원태인, 최지훈 등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그 설욕을 조금이나마 갚길 바랐다. 그 중 한 명이었던 원태인은 대만전 5이닝 1실점으로 한국의 결승 진출을 이끌면서 어느 정도 만회한 상황. 다음 주자인 곽빈도 책임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곽빈은 "굉장히 어깨의 짐이 많이 무거운 것 같다. 하지만 야구는 나 혼자 잘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저번 대회(아시안게임)에 이어 좋은 경험이 있으니 그 기운을 믿고 다시 잘해서 우승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가 상대하는 타자들은 일본에서도 주목하는 유망주들이다. WBC에서 만난 4번 타자 마키 슈고(25·요코하마 베이스타스), 올해 일본시리즈 7타점으로 신인 최다 타점 신기록을 세운 모리시타 쇼타(23·한신 타이거스)를 비롯해 좋은 3루 수비로 한국 타선의 맥을 끊은 사토 테루아키(24·한신 타이거스), 이의리에게 홈런을 때린 만나미 츄세이(23·니혼햄 파이터즈) 등 1번부터 9번까지 안심할 선수가 없다. 하지만 곽빈은 이 모든 것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곽빈은 "일본은 1번부터 9번까지 다 잘 치는 것 같다"고 웃으면서 "기록도 좋고 잘 던지면 좋겠지만, 일본 타자들도 대단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내 한계에 부딪혀보고 싶다. 잘 되면 그 좋은 기억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하고, 안 돼도 더 열심히 해서 도전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류중일 감독(왼쪽)과 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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