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오타니 쇼헤이(29)의 행선지가 정해졌다. LA 에인절스에서 뛰었던 오타니가 LA 다저스로 향한다. 본인이 직접 LA 다저스 이적 소식을 알리며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인사했다.
오타니 쇼헤이는 10일(한국시간) 오전 직접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LA 다저스의 로고를 올린 뒤 "모든 팬과 야구계 모든 관계자에게,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To all the fans and everyone involved in the baseball world, I apologize for taking so long to come to a decision)"면서 "저는 제가 뛸 다음 팀으로 다저스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I have decided to choose the Dodgers as my next team)"고 밝혔다.
이어 "우선 지난 6년간 LA 에인절스 구단 관계자 여러분과 저를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그리고 이 협상 과정에 함께했던 각 팀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First of all, I would like to express my sincere gratitude to everyone involved with the Angels organization and the fans who have supported me over the past six years, as well as to everyone involved with each team that was part of this negotiation process)"고 진심을 전했다.
오타니는 특별히 그동안 몸담았던 LA 에인절스 팬들을 잊지 않았다. 오타니는 "특히 좋았을 때나, 안 좋았을 때나 저를 응원해주신 LA 에인절스 팬 여러분께 감사하다.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은 제게 있어서 온 세상을 의미했다( Especially to the Angels fans who supported me through all the ups and downs, your guys' support and cheer meant the world to me)"고 가슴 뭉클한 작별 인사를 전했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와 함께했던 6년의 세월은 영원히 가슴에 새길 것(The six years I spent with the Angels will remain etched in my heart forever)"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오타니는 새롭게 함께할 LA 다저스 팬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오타니는 "그리고 모든 다저스 팬들에게, 저는 항상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또 항상 저 스스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And to all Dodgers fans, I pledge to always do what's best for the team and always continue to give it my all to be the best version of myself)"고 재차 다짐하며 약속했다.
오타니는 "선수 생활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저는 다저스뿐만 아니라 야구계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싶다(Until the last day of my playing career, I want to continue to strive forward not only for the Dodgers but for the baseball world)"면서 "글로는 다 전달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으니, 추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부분에 관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There are some things that cannot be conveyed in writing, so I would like to talk more about this again at a later press conference). 정말 감사합니다(Thank you very much)"라고 인사했다.
결국 오타니의 최종 선택은 LA 다저스였다. 계약 규모는 무려 7억 달러(한화 약 9240억 원)에 달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과 뉴욕 타임스, 디 애슬레틱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같은 날 일제히 "오타니가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역대 최고 규모의 계약이다.
또 구단이 나중에 일부 연봉을 나중에 지급하는 '디퍼 계약(The deferrals)'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디퍼 계약을 맺으면 구단은 거액의 연봉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자 또한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돈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고려하면 구단 입장에서 길게 봤을 때 큰 금액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소식통에 따르면 오타니와 이번 LA 다저스와 계약에 있어서, 전례가 없는 디퍼 계약이 포함됐다.(Ohtani deal with Dodgers, per source, includes "unprecedented" deferrals - the majority of his salary)"며 "디퍼 계약으로 인해 LA 다저스는 사치세와 현금 유동성에 관한 부담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팀에 경쟁력을 가져다줄 것(The deferrals were Ohtani's idea to ease the Dodgers' luxury-tax and cash flow burdens to give the team the flexibility needs to be as competitive as possible, the source said)"이라면서 "이는 오타니가 떠올린 것이었다. 아울러 이번 계약에 옵트 아웃은 없기에, 이제 오타니는 LA 다저스에서 10년간 활약한다"고 설명했다. 팀을 생각하는 오타니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당초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타니를 영입하려는 팀이 6억 달러까지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렇지만 LA 다저스는 그 금액을 훨씬 뛰어넘는 7억 달러를 파격적으로 제시하면서 오타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일본 이와테현 미즈사와시 출신의 오타니는 2013년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당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NPB)팀을 선택한 이유. 바로 니혼햄 파이터스가 오타니의 투·타 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었다. 다른 구단들이 오타니를 대부분 투수로 원했던 것과 다른 행보였다. 이후 오타니는 일본 무대를 평정했다. 입단 첫해인 2013시즌 오타니는 13경기에서 총 61⅔이닝을 던지면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4.32를 마크했다. 또 타자로는 77경기에 출장해 타율 0.238(45안타) 3홈런 20타점 14득점 12볼넷 64삼진 4도루 출루율 0.284 장타율 0.376 OPS(출루율+장타율) 0.660의 성적을 올렸다.
이듬해인 2014시즌에는 투수로 10승, 타자로 10홈런을 동시에 달성하며 투·타 겸업 신화의 서막을 열었다. 그해에 오타니는 투수로 24경기에서 11승 4패 평균자책점 2.61로 맹활약했다. 155⅓이닝 동안 125피안타(7피홈런) 57볼넷 179탈삼진의 성적을 거뒀다. 또 타자로는 87경기에서 타율 0.274(58안타) 10홈런 31타점 32득점 21볼넷 48삼진 출루율 0.338 장타율 0.505 OPS 0.842의 성적을 찍었다.
이렇게 일본 무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오타니는 2017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오타니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면서 다부진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결국 오타니는 2017시즌을 끝으로 일본 무대 5시즌 통산 투수로 42승 15패 1홀드 평균자책점 2.52(총 543이닝) 384피안타(24피홈런) 200볼넷 624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9, 타자로 403경기에서 타율 0.286(296안타) 48홈런 166타점 150득점 2루타 70개, 3루타 4개, 316삼진 출루율 0.358 장타율 0.500 OPS 0.858의 성적을 남긴 채 메이저리그로 훌쩍 떠났다.
오타니를 품에 안은 메이저리그 최초의 팀은 LA 에인절스였다. 당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오타니는 이례적으로 자신을 원하는 구단과 차례로 면접을 실시한 끝에 LA 에인절스를 선택했다. ESPN은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대다수 팀에 설문을 요청했으며, 7개 구단과 면접을 했다"고 했다. 오타니가 LA 에인절스로 향하면서 조쉬 해밀턴, 마이크 트라웃, 알버트 푸홀스 등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과 한솥밥을 먹었다. LA 에인절스는 단숨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첫 시즌에는 타자로 타율 0.285, 22홈런, 61타점, OPS 0.925, 투수로는 4승 2패 평균자책점 3.31을 마크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2018년 10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2019시즌엔 타자로만 출전, 타율 0.286, 18홈런 62타점, OPS 0.848의 성적을 남겼다. 2020시즌은 다소 부진했다. 투수로 복귀했으나 단 2경기 출전에 그친 채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37.80을 기록했다. 또 타자로 1할대 타율(0.190)을 찍으며 투·타 겸업에 위기기 찾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다. 2021시즌 메이저리그의 전설들을 줄줄이 소환하며 각종 기록을 세웠다.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결국 타자로는 155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26도루, OPS 0.965의 찬란한 성적을 올렸고, 투수로도 23경기에 등판해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 130⅓이닝 동안 156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결국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어 2022시즌에는 사이영상 4위와 MVP 투표 2위에 오른 오타니는 2023시즌 다시 한번 역대급 활약을 해냈다.
2023시즌 오타니는 타자로 135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4(497타수 151안타) 44홈런 2루타 26개, 3루타 8개, 95타점 102득점 91볼넷 143삼진 20도루 출루율 0.304 장타율 0.654 OPS 1.066의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장타율과 OPS는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홈런 역시 2021시즌 기록(46개)에 단 2개 모자란 44개를 터트렸다. 출루율과 장타율, 총 출루 수(325출루) 모두 1위. 메이저리그 전체 OPS 1위 기록과 함께 생애 첫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따냈다. 오타니의 타자 커리어 성적은 타율 0.274(2483타수 681안타) 2루타 129개, 3루타 29개, 171홈런, 437타점 428득점 351볼넷 755삼진 86도루, 출루율 0.366, 장타율 0.556, OPS 0.922.
투수로도 정상급 활약을 해냈다. 23경기(23선발)에 등판해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를 마크했다. 커리어 최초 완봉승도 1차례 성공. 총 132이닝 동안 85피안타(11피홈런) 50실점(46자책) 55볼넷 167탈삼진 피안타율 0.184,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8을 마크했다. 오타니의 투수 커리어(5시즌) 성적은 38승 19패 평균자책점은 3.01. 이런 맹활약 속에 2023시즌 종료 후 많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달 17일에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아메리칸리그(AL) MVP 투표 결과, 또 한 번 만장일치로 MVP를 수상했다. 2021년 만장일치 MVP에 등극했던 오타니가 2년 만에 최고의 자리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빅리그 역사에서 한 선수가 두 차례 만장일치로 MVP를 수상한 건 오타니가 최초였다. 이보다 앞서 10일에는 포지션별로 최고의 타자에게 주어지는 실버슬러거(지명타자 부문)를 받았으며, 지난 1일에는 오타니가 최고의 지명타자에게 주어지는 에드가 마르티네스상을 3시즌 연속 챙겼다.
개인적으로는 메이저리그의 새 역사를 썼지만, 팀적으로는 아쉬움이 컸다. LA 에인절스는 오타니가 뛰는 동안 단 한 번도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23시즌 중반 성적이 부진해지자 트레이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결국 2023시즌을 완주했다. LA 에인절스에서 6시즌을 뛴 오타니는 시즌 종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다. 이후 오타니를 영입하기 위한 쟁탈전이 시작됐다. 그러나 자금력이 없는 구단들은 애초부터 오타니 영입전에 뛰어들 수 없었다. 하나둘씩 팀이 오타니 영입전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고, 최종 단계까지 남은 팀은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LA 에인절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정도였다. 윈터미팅이 지난 4일 시작하면서 오타니의 거취에 더욱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타니의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는 오타니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구단들을 직접 돌아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작은 해프닝도 벌어졌다. 오타니 에이전트 발레로는 오타니와 협상하고 있는 구단들을 향해 협상 과정을 절대 누설하지 않도록 신신당부했다. 심지어 이를 어기는 구단이 있을 경우, 계약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뜻까지 보였다. 그러나 이런 암묵적인 룰을 깨트린 게 바로 LA 다저스였다. MLB.com은 지난 6일 "LA 다저스가 오타니와 만났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가 LA 다저스의 영입 최우선 순위'에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로버츠 감독은 "내가 한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다"면서 "나는 질문에 대한 답변 요청을 받았고, 우리는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또 언젠가는 어떻게든 알려질 일이었다. 오타니와 2~3시간 정도 만났다. 그는 우리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다. 더욱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 다만 세부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9일)에는 평소 공신력 높기로 유명한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가 SNS를 통해 "오타니가 토론토로 갈 예정"이라고 적은 뒤 캐나다 국기를 올리기도 했다. 또 일부 팬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인근 공항에서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직항편이 갑자기 생겼다면서 오타니의 토론토 블루제이스행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 전용기는 한 개인 사업가의 것으로 알려졌고, 다른 유력 매체가 '오타니는 여전히 애너하임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결국 모로시 기자는 잘못된 정보에 전달한 것에 관해 사과의 뜻을 표했다.
사실 오타니와 LA 다저스는 꾸준히 연결됐다. 지난 7월 LA 타임즈는 LA 에인절스가 LA 다저스와 방문 경기를 펼쳤을 당시, "오타니가 다저스타디움에 많은 관중과 미디어를 몰고 왔다. 올해 LA에서 오타니가 야구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음에 나타날 때는 홈 팀(LA 다저스)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어 "LA 다저스의 올겨울 목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다저스는 오타니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오타니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시절, LA 다저스를 가장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저스는 오타니를 투수로만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었고, 결국 니혼햄을 선택했다. 이어 2017년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에도 다저스는 오타니 영입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다저스는 6인 선발 로테이션과 한 해 코너 외야수로 300~400타석 정도 들어서는 것을 제의했고, 오타니는 지명타자 출전을 원하면서 양측의 협상이 불발됐다. 그리고 이렇게 돌고 돌아 오타니는 마침내 고교 시절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푸른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7차례 차지한 명문 구단이다. 특히 최근 11시즌 동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10회, 월드시리즈 3회 진출 및 1차례 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더불어 다저스는 내년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김하성이 소속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전을 치른다. 오타니의 LA 다저스 데뷔전이 한국에서 열리게 되면서, 미국과 일본 팬들의 뜨거운 시선이 서울로 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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