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A '오타니 지우기' 시작, 떠나자마자 사진 바로 뗐다... 선수는 "6년 세월 가슴에 새길 것" 뭉클한 작별인사

양정웅 기자  |  2023.12.10 12:56
LA 에인절스의 홈구장인 에인절스타디움에 걸린 오타니 쇼헤이의 사진이 내려가고 있다. /사진=샘 블룸 기자 SNS
LA 에인절스의 홈구장인 에인절스타디움에 걸린 오타니 쇼헤이의 사진이 내려갔다. /사진=샘 블룸 기자 SNS
메이저리그(MLB) 사상 초유의 대형 계약을 맺고 이적한 오타니 쇼헤이(29). 6년 동안 뛰었던 원소속팀은 황급히 '오타니 지우기'를 시작하고 있다.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의 LA 에인절스 담당 기자인 샘 블룸은 10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오타니 쇼헤이의 걸개가 내려가고 있다"며 사진을 올렸다.

블룸이 올린 사진에는 에인절스의 홈구장인 에인절스타디움 벽면 한켠에 걸린 오타니의 사진을 장비를 동원해 내리는 장면이 있다. 이어 블룸은 오타니의 그림이 모두 내려간 모습까지 공유하며 "오타니 벽화가 완벽히 사라졌다"는 멘트를 남겼다. 그에 따르면 이날 자리에는 많은 에인절스 팬과 오타니 개인 팬, 심지어 새 소속팀 LA 다저스 팬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날 오타니는 자신의 SNS를 통해 "모든 팬과 야구계 모든 관계자에게,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저는 제가 뛸 다음 팀으로 LA 다저스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고 직접 발표했다. 이어 "우선 지난 6년간 LA 에인절스 구단 관계자 여러분과 저를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그리고 이 협상 과정에 함께했던 각 팀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개인 SNS를 통해 인사글을 남겼다. /사진=오타니 쇼헤이 공식 SNS
같은 날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오타니가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40억 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미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 규모의 계약이다. 앞서 지난 2020년 미국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주전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에게 안겨준 10년 4억 5000만 달러(약 5870억 원)가 이전 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은 LA 에인절스와 마이크 트라웃이 2019시즌을 앞두고 체결한 12년 4억 2650만 달러(약 5564억 원)의 연장계약이고, FA만 따지면 지난해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9년 3억 6000만 달러(약 4696억 원)다.

또한 이 계약에는 전례 없는 디퍼 계약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젠탈은 "소식통에 따르면 다저스의 사치세와 현금 유동성 부담을 덜어주고 가능한 한 팀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오타니의 생각이었다. 이는 북미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계약이며 옵트아웃은 없다. 오타니는 이제 10년간 다저스 선수"라고 밝혔다.

다저스는 올해 FA 시장 개막 때부터 오타니의 유력 행선지로 떠올랐다. 이미 2017년 말 오타니의 미국 첫 도전 때도 최종 후보로 올랐을 정도로 초기부터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 오타니 본인이 미국 서부지역을 선호한다는 점도 한몫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얼마 전 단장 회의에 모인 각 구단 최고 결정권자 14명 중 10명은 오타니가 다저스로 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셔널리그 구단의 한 임원 A는 다저스는 한 명에게 꽂혀 그 사람을 노리는 움직임을 보였을 때 항상 노렸던 선수를 얻었다"고 말했다.

오타니 쇼헤이. /사진=폭스 스포츠 갈무리
X(구 트위터)를 통해 돌아다니는 오타니의 다저스 입단을 가정한 합성 사진. /사진=X 갈무리
여기에 다저스는 노모 히데오(1995~1998년, 2002~2004년)를 시작으로 일본인 선수와 꾸준히 인연을 맺었다. 노모에 이어 이시이 가즈히사(2002~2004년), 사이토 다카시(2006~2008년), 구로다 히로키(2008~2011년), 마에다 겐타(2016~2019년), 다르빗슈 유(2017년) 등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

반면 원소속팀 에인절스는 오타니를 붙잡을 명분이 부족했다. 2018년 에인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6시즌 동안 타자로는 701경기에 나와 타율 0.274(2483타수 681안타), 171홈런 437타점 428득점, 86도루, 출루율 0.366 장타율 0.556, OPS 0.922의 성적을 거뒀다. 투수로는 86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해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 481⅔이닝 608탈삼진 173볼넷, WHIP 1.08을 기록했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2021년과 올 시즌에는 리그 만장일치 MVP를 수상했다. 올 시즌에도 타석에서 135경기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102득점 20도루, 출루율 0.412 장타율 0.654 OPS 1.066, 마운드에서 23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132이닝 167탈삼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오타니의 성적과는 별개로 에인절스는 좀처럼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지 못했다. 에인절스는 2014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 이후 올해까지 9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 5할 승률조차 2015년(0.525)이 마지막이다. 오타니가 입단한 2018년부터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에도 73승 89패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에 그쳤다. 이에 오타니는 지난 2021년 "팀 분위기가 좋지만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여기에 올해 9월 들어 오타니가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UCL) 파열로 인해 시즌아웃되면서 구단의 관리가 도마에 오르자,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은 MLB.com 등과 인터뷰에서 "8월 4일 시애틀전 이후 구단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제안했으나 선수 측이 거부했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이미 에인절스 팬들은 시즌 종료 전부터 오타니와 결별을 기정사실화했다. 일본 매체 뉴스포스트세븐은 "오타니가 나오지 않은 경기에서도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 오타니의 등번호 1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다. 한 팬은 '이제 그만 쉬어도 된다. 우리는 오타니가 팀을 떠나더라도 미래의 성공을 기원한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오타니도 에인절스에 작별인사를 전했다. 그는 "우선 지난 6년간 함께한 에인절스 관계자와 팬 여러분, 그리고 이 협상 과정에 함께했던 각 팀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특히 좋았을 때나, 안 좋았을 때나 저를 응원해주신 LA 에인절스 팬 여러분께 감사하다.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은 제게 있어서 온 세상을 의미했다. 6년의 세월은 영원히 가슴에 새길 것"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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