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은 최근 서울시 중구 정동 갤러리 스페이스 소포라에서 두 번째 앰비언트 앨범 'Being-with'(빙 위드) 발매를 기념해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앨범 'Being-with'는 현존하는 다양한 소리들을 재료 삼아 만든 다섯 편의 음악 모음집이다. 사람의 소리는 물론, 바다 속 생물과 풀벌레, 미생물 소리, 공사장의 굉음 등 주변의 갖가지 소리들로 만든 곡들이 수록돼 있다. 각 곡들은 모티프의 '반복 없는 반복'을 통해 새롭게 조형되고 서사가 부여되며 생명력을 갖춘다. 소리가 음악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그 자체의 의미대로 우리 주변을 은은하게 둘러싼 소리들과의 '공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는 타이틀곡 'Mater Dolorosa'을 통해 포클레인 소리, 그라인더 소리, 철근 떨어지는 소리, 육중한 중장비 소리 등 공사장에서 채집한 굉음을 담아냈다. 루시드폴은 타이틀곡을 통해 "소리는 사실 아무 죄가 없다. 그러니 이 곡은 거친 소리를 강요하는 세상에 대한 음악적 저항"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심스럽지만 원래 내가 살던 동네가 사람이 안 사는 동네였다. 과수원에서 일할 때 노래를 크게 틀고 했었는데 밭 주변으로 타운 하우스가 생기기 시작했고 1년 365일 내내 땅 파는 소리, 쇠 자르는 소리가 났다. 그게 너무 힘들여서 일을 할 수가 없겠더라"며 "작업도 해야 하는데 1년 내내 그러니 좀 괴로웠다. 그래서 유일하게 내가 들은 공사장 소음을 사용했다. 이걸 테이프에 녹음했고, 그 테이프를 잘라서 테이프를 붙이고 쪼개면 소리의 형태가 사라지고 원형을 알 수가 없다. 그런 행위를 계속해왔다"라고 작업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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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물 소리도 녹음, 여기가 우주더라"━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마스터링도 4번이나 했다. LP도 만들고 싶은데 지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여러 번 다시 제작하기도 했다"라며 "음악이 어렵거나 내가 마가 쓰인 거 같다. 디지털 음원은 100% 만족하고 후회는 없다. 수록된 곡이 너무 다르기도 하고 욕심도 있는 거 같다. 공사장 소리가 아무래도 퀄리티가 좋지 않으니 이걸 듣기 좋게 만드는 일이 어려운 거 같다"라고 토로했다.
앰비언트 음악인 만큼, 잔잔하게 흘러가는 앨범엔 평소엔 들리지 않은, 혹은 시끄럽게 들리는 소음이 녹아 있다. 앞선 공사장 소음도 놀랍지만, 미생물 소리가 들어간다는 설명도 의아한 부분이었다. 미생물 소리는 어떻게 가져올 수 있었을까. 루시드폴은 "내가 농부니까 액비(액체 비료)를 만든다. 유기농을 하니까 쓸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두 가지를 만들고 몇 가지는 사서 쓴다. 연례행사처럼 만드는 액비가 당밀이라고 사탕수수를 짜낸 찌꺼기가 있다. 물엿처럼 생긴 거다. 영양분은 여기에 제일 많다"라며 "그거랑 청국장을 갈아서 넣고 열흘 정도를 40℃ 온천을 시켜주면 번식하면서 소리 낸다. 굉장히 음악적이다. 화이트 노이즈와 비슷하다. 그게 막 ASMR 좋다고 많이 듣는 사람이 있다. 근데 그게 정말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사운드 스킵 작업을 하면서 이거 좋은데 싶더라. 한 시간을 녹음한 적이 있다"고 고생스러웠던 과정을 전했다.
그는 "미생물이 없으면 균사류라고 하는 곰팡이들이 나무뿌리에서 흙으로 촘촘한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양분도 주고받고 그 우주가 정말 어마어마하다"라며 "우주, 자연이 그게 아니라 우주구나 싶었다"라고 감탄했다.
이어 "음악적으로면 내 바람을 말하면 의미 있는 음악적 경험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소리를 이렇게 저렇게 하나의 그림을 그렸을 거다. 요즘은 시각적 자극이 강한 세상이지만 청각적 자극에 집중해서 이런저런 소리를 경험하면 재밌을 거 같다. 그렇게 소리를 만들었다. 자신 있게 말한다"라면서도 "잠 안 오는 분들에겐 장담하지만, 마지막 곡으로 10분 안에 재울 수 있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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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진 안테나 분위기? 유희열 향한 신뢰 때문"━
그는 1993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루시드폴은 1998년 미선이 1집 앨범 'Drifting'로 데뷔했다. 이후 2005년 2집 앨범 '오, 사랑'을 발매, 해당 음반으로 2006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싱글상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활약을 보낸다. 이후 앨범 '꽃은 말이 없다', '누군가를 위한,', '너와 나' 등으로 항상 새로운 시도를 꾀한다.
루시드폴은 "난 싱어송라이터로 시작했는데 소리에 집중하는 음악을 만들고 들려주고 싶은 자아가 생겼다. 여전히 노래를 만드는 자아가 있지만 말이다"라며 "(앰비언트 음악과 같은) 내 음악이 대중음악인지는 잘 모르겠다. 난 안 될 게 없다고 보지만, 주변 친구들이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생소하다. 음악의 종류는 많으니 조금이라도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가 있다면 행복해질 수가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똑같은 음악을 듣는 것보단 재밌으니까"라고 얘기했다.
그의 말과 소속사인 안테나 분위기는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루시드폴, 페퍼톤스, 정재형 등의 음악을 고수해온 안테나는 어느 순간 유재석을 시작으로 미주, 이효리, 이서진 등과 전속계약해 분위기를 바꿨다. 소속사 자체도 다양한 방향과 방식을 추구하며 업계 활동을 넓히고 있다. 루시드폴은 오랫동안 안테나에 몸담으며 달라진 분위기를 느꼈을까.
루시드폴은 "내가 유재석 님과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될지 누가 알았나. (이) 효리야 (이) 상순이 친구니까 잘 알았지만 말이다. 농담처럼 얘기하는데, 난 우리 회사의 비대 숙성의 끝을 맡겠다고 했다"라며 "여러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는 안테나만 있는 거 같다.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뭘 하든 주변 동료들이 너무 잘한다. 그게 예능이든, 재즈든, 힙합이 됐든 말이다. 이번에 안테나에서 힙합을 하는 친구가 데뷔한다. 드류보이인데 음악이 너무 좋더라"며 "이런 자부심은 모든 아티스트에게 있다고 본다. 안테나의 누구나 말이다. 또 당연히 (유) 희열이 형에 대한 안테나 식구들의 신뢰가 없으면 안 될 거 같다. 이게 회사의 뿌리이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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