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의 손석구와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댓글부대'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손석구는 자신의 오보가 조작된 것임을 알고 판을 뒤집으려는 기자 '임상진'으로 출연했다.
이날 손석구는 '댓글부대'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제가 매번 말씀드리는 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영화 혹은 드라마를 찾는 게 제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댓글부대'도 마찬가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하신 안국진 감독님이 저보다 한두 살 많으신데 참신하고 집요한 분이기 때문에 새로운 대본, 새로운 감독님이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을 보다 보면 '상업 영화는 이래야지'라는 영화도 있고, '상업 영화가 이럴 수도 있구나' 싶은 영화도 있다. 근데 저는 후자를 찾는다. 상업 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으면서 밸런스가 맞는 영화를 찾는 것 같다. '댓글부대'는 그런 걸로 가득했던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적인 게 있는 동시에 굉장히 현실적인 사회상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이걸 잘 풀어내면 온라인 세계에 사는 게 편한 사람들에게 거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영화로서 사회의 모습을 투영하는 다른 재미를 주는 영화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댓글부대'에서 기자 역할을 맡은 손석구는 "원작을 쓰신 장강명 작가님을 만나서 실제 기자는 어떤지, 내가 아는 부분이 맞는지 여쭤봤다. 제가 알고 있었던 게 맞는 부분도, 아닌 부분도 있었다. 캐릭터 취재할 때는 새로운 걸 알아내려고 하는 것보다도 '사람이 다 비슷하네'라는 안정감을 얻기 위해서다.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 용어는 좀 공부했다. 다만 특정 단어, 물건보다도 취재할 때의 태도, 자세, 마음가짐이 중요했다"며 "내가 내는 기사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재밌고 멋있다고 느꼈다. 내 글 하나가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수 있고, 그걸 생산해내는 사람이라는 게 멋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초반에는 의상도 어느 정도 멋있고 싶었다"고 전했다.
손석구는 '댓글부대'가 원톱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당연히 부담감, 책임감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댓글부대'에서 자기 장기를 보여줬다고 자신했다. 그는 "몸으로 하는 거든, 말로 하는 거든 힘 있게 분출하는 액션보다 상대방의 말을 반응하고 듣고, 이런 걸 개인적으로 잘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 폭에 대한 조절도 중요했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찌 됐든 꽤 긴 시간 동안의 일을 다루고 있지만, 얘가 다루는 건 실체가 없는 것과 싸우는 거기 때문에 둘이 대화하면 확 티가 난다'며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거라곤 뉘앙스뿐이라고 생각했다. 섬세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거다. 좌천됐을 때 화를 낼지, 슬퍼할지, 좌절할지, 정확하게 정해놔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많이 했다. 어쨌든 그 과정이 물 흐르듯이 납득이 돼야 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본 연구를 많이 하는 탓에 '연구원'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손석구는 "배우들은 모두 대본을 탐구하는데 그 방식이 다르다 보니까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것 같다"며 "예를 들어 지금 함께 촬영 중인 현봉식 같은 경우는 현장에 대본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우고 온다. 그러니까 열심히 하는 티가 안 난다"고 말했다.
이어 "동휘는 또 동휘 입장에서 궁금한 것들이 많아서 후배들이 다가오면 좋다. 동휘는 바른 청년이다. 바를수록 거리낌이 없어서 그런지 빼거나 숨기는 게 없다. '이게 궁금해요. 같이 밥 먹어요'라고 적극적으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또한 손석구는 댓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사실 SNS는 안 하면 기인 취급 받을 정도로 당연한 일이 됐고, 저도 (댓글을) 당연히 본다. 저는 댓글이라는 건 내 눈앞에 당도했을 때 당사자가 해석하는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며 "사실이 아닌 댓글은 폐부를 찌른다. 연기자이자 아티스트로서 제가 하는 일은 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보여주면서,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는 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연기로 풀어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가끔 댓글에 '이 사람을 보니까 나도 나 스스로가 돼서 회사에 가서 그냥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돼야겠다'라는 글을 볼 때 '연기 잘해요'라는 말도 좋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저는 근원적으로는 그게 제 역할이고,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석구는 '대세'라는 수식어의 무게감에 대해서도 "무의식적으로 있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저는 내 안에 있는 걸 그대로 꺼내놓는다. 그게 어떤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뭐가 됐든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부담을 가져서 말을 숨기고 거짓말 보태면 기억해야 할 게 많아져서 그게 더 부담스러울 거 같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스타라는 인지는 못 하고, 개인적으로도 안 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네가 스타라는 걸 인지해야 사회적인 책임을 질 것 아니냐'라고 말씀하실 텐데 배우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손석구는 '채널 십오야'에 출연해 "작품을 쉬지 않고 하다 보니 밑천이 드러나는 것 같더라. '남이 나를 지겨워하기 전에 내가 나를 지겨워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제가 이병헌 선배님 나오는 작품은 20년을 안 지겹게 본 것 같았다"며 이병헌에게 연기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병헌 선배님도 그렇고, (이) 희준이 형한테도 많이 물어보는데, 저는 꼭 선배가 아니더라도 막 물어보는 스타일이다. 제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궁금한 걸 많이 물어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물어보지 않으면 단절되는 부분도 있고, 또 제가 물어봤을 때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제일 많이 연락드리는 분 중 한 명이 (마) 동석이 형이다. 동석이 형은 현장에서 그냥 배우처럼 안 느껴지고 제작자라는 느낌이 든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실제로 형님이 저한테 '너는 나와 재질이 비슷하기 때문에 연기, 연출 제작을 다 해'라고 조언해줬다. 형이 산증인이기 때문에 조언도 많이 구하고, 많이 도와주셔서 제작 관련된 것도 형 보면서 구체화한 부분이 많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손석구는 최근 1인 기획사를 설립했다. 그는 "단순히 기획사를 하려고 했으면 망설일 수도 있는데 궁극적인 방향은 제작이다. 그걸 염두에 두고 꾸리고 있다"며 "기획사를 설립한 이유는 저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카메라 뒤에서의 일, 배우와 회사 간의 효율적이고, 투명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전 소속사에서도 그런 게 잘 됐기 때문에 재계약을 했던 거고, 이번에는 제가 전반적인 걸 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하나하나 맞춰가고, 만들어가는 단계다. 신경 쓸 게 많다"면서 후배 양성 계획은 없다고 밝히기도. 손석구는 "이쪽도 패러다임이 바뀔 거라고 본다. 우리는 아이돌 가수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연습생 생활을 거치는 시스템이 아니다. 배우 기획사의 경우에는 저처럼 하는 분들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운영하고 싶은 시스템도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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