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씬'(감독 한동석)의 배우 김윤혜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씬'은 영화 촬영을 위해 시골 폐교로 온 배우와 제작진이 촬영 첫날부터 오묘한 기운에 휩싸이고 깨어나지 말아야 할 존재를 만나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탈출을 그린 오컬트 공포.
이날 김윤혜는 '씬'의 개봉에 대해 "촬영하고 개봉하기까지 2년 반~3년 정도 걸렸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개봉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던 상태에서 개봉할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하고 얼떨떨하다. 모두가 열심히 준비했던 작품이 개봉되고, 관객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밝혔다.
김윤혜는 신인배우 '시영' 역으로 분한다. 춤을 소재로 한 실험적인 영화에 참여하게 된 '시영'은 촬영을 위해 폐교에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마주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김윤혜는 혼란스럽고 공포에 질린 모습들을 강렬한 열연으로 실감나게 그려낸다.
대본을 본 순간 '시영'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는 김윤혜는 "그간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이기도 하고, 소재도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시영'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냉소적이고 불안한 면이 많은데 그게 오히려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친구가 사실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게 잘 표현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데 도전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서 매력을 느꼈다"며 "또 실제로 오컬트물을 굉장히 좋아한다.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에 제안을 받게 됐다. 또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취향이 비슷해서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컬트물 촬영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윤혜는 "너무 어려웠다. 내용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설득력있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관객 입장에서 보는 것과 너무 달랐다.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득력 있게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 많이 여쭤봤다. 확신이 안 들 때가 많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정선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다. '시영'이 너무 불안정해서 히스테릭해 보이면 안 되고, 어느 정도 평범함 속에서 냉소적임과 불안함이 보였으면 해서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신을 찍을 때마다 감독님께 여쭤보고, 논의를 많이 했다. 너무 차갑고, 히스테릭해서 다가갈 수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윤혜는 이번 작품을 위해 현대무용에 도전하며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 한 장면 한 장면 잘 표현해내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그는 "촬영 시기가 코로나19 때여서 연습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았다. 2주 정도 하루에 네 시간씩 열심히 연습했다. 그거 자체가 도전이었고, '시영'이가 보여주는 반전의 모습을 연기하는 게 여태까지 해보지 않은 부분이어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두려웠지만, 또 그걸 넘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작도 중요하지만, 감정을 생각하면서 추려고 노력했다"면서 "다만, 제 몸이 잘 안 따라줘서 힘들었고, 체력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제가 대사나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이지만, 춤으로 표현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무용수들의 대단함을 느꼈다. 몸짓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무용 덕에 몸매 관리를 따로 하지 않아도 살이 빠졌다는 김윤혜는 영화 속에서 숏컷에 도전하기도. 그는 "감독님께서 처음에는 단발 정도로 말씀해 주셨는데 그때 다른 작품도 있었지만, '시영'의 느낌을 좀 더 시니컬하고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고, 조금씩 더 짧게 자르게 됐다. 감독님이 좋아해 주셨고, 송이재 배우와도 완벽하게 똑같이 하진 않았지만, 상의해서 길이를 비슷하게 잘랐다"고 말했다.
이러한 도전 끝에 완성한 자기 모습을 스크린에서 본 김윤혜는 "부끄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VIP 시사회에서 감독님과 같이 봤는데 고개를 못 들겠더라. 제가 열정이 부족했던 부분들이 보이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다시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잘한 것보다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보이다 보니까 '좀 더 열심히 할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경험이 쌓일수록 연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김윤혜다. 그는 "제가 연기를 오래 하고 있다고는 못 느낀다.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는 거다. 경력이 늘어난다고 해서 특별하게 느끼는 부분은 없다. 저도 오래됐고, 나이도 먹다 보니까 후배들도 생기고,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쓰시는 분들도 있는데 낯설다"며 "경력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어렵기도 하고, 생각도 더 많아진다"고 털어놨다.
'공백기'는 모든 배우에게 무서운 단어다. 김윤혜는 "공백기가 생기면 고민이 많아진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앞서 많은 배우들이 작품이 없는 업계 현실의 고충을 토로한바. 김윤혜는 이에 공감하며 "아주 안타깝고 속상하다. 저도 지난해 1년 정도 쉬면서 오디션을 봤던 작품을 촬영하는 시기"라며 "한편으로는 힘들 때 일할 수 있으니까 더 좋은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윤혜는 '씬'에 이어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드라마 '정년이', '인사하는 사이'까지 올해만 네 작품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그는 "무섭고 두렵기도 하지만, 다 다른 장르고, 캐릭터이기 때문에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한 해에 모든 걸 다 보여드릴 수 있게 돼서 그 부분을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다. 떨리지만 한편으로는 올해를 위해 작년을 쉬었나 싶은 정도다. 기대가 되면서도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김윤혜는 줄곧 '도전'과 '새로운 모습'에 집중했다. 그는 "저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은 제 생김새 때문에 '이런 역할도 어울릴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다. '씬'을 하면서 '이런 모습으로도 변신할 수 있구나'라고 제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 주셨으면 했다. 오랫동안 연기하면서 한계 없이 나아가고 싶은 사람으로서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저는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실패하고, 부족하더라도 도전해보고 평가받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캐릭터, 안 해봤던 캐릭터, 비슷하더라도 조금은 다른 결로 도전해보려고 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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