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 16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총 1만 2712명 입장)에서 3번 타자 및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1삼진을 기록했다. 이로써 3연승에 성공한 SSG는 13승 8패로 4위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는 SSG에 있어 많은 기록이 걸린 경기였다. 선발 김광현이 승리 투수가 되면 162승으로 KBO리그 역대 다승 단독 3위가 될 수 있었고, 추신수는 안타 하나만 치면 한·미 통산 2000안타를 할 수 있었다.
가장 관심을 끈 건 최정의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신기록이었다. 최정은 지난 1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리며 KBO 통산 466홈런을 달성했다. '라이언 킹' 이승엽(48) 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세운 467홈런까지 단 두 개가 남았다. 경기 전 "그냥 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 하루에 2개 치는 게 나로서도 쉽지 않은데 (수원 KT전에서) 치다 보니 다들 기대가 크신 것 같다. 빨리 치는 게 모두에게 행복인 것 같다. 얼른 치고 조용히 야구하고 싶다"고 부담을 드러냈었다.
경기에 들어서서도 부담감이 역력해 보였다. 1회 말 첫 타석에서는 유격수 뜬 공, 3회 말은 우익수 뜬 공, 5회 말에는 장현식의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경기 흐름도 답답해서 선발 김광현이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으나, 타선이 2회 3점 외에는 점수를 내지 못했다. 그 사이 KIA는 3회 초 김도영, 7회 초 김선빈의 솔로포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8회 초에는 이우성이 역전 솔로포를 때려내면서 이대로 경기는 KIA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최정은 조용히 방망이를 예열하고 있었다. 7회 말 좌전 안타를 신고한 최정은 9회 말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 앞서 KIA 마무리 정해영의 강력한 구위에 최지훈과 하재훈이 연속해 헛스윙 삼진을 당해 2사로 주자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최정은 볼 3개를 연속해 골라냈다. 4구째 직구를 지켜본 뒤 높게 들어오는 시속 147km의 바깥쪽 직구를 통타해 그대로 좌중월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5m의 시즌 9호 포, 그리고 개인 통산 467홈런이었다.
경기를 끝낸 건 한유섬이었지만, 주인공은 최정이었다. 경기 후 최정은 "유리한 볼 카운트가 돼서 정해영이 자신 있어 하는 볼을 던지겠다고 생각했다. 타이 기록을 세워 너무 영광스럽고 내가 이슈가 된다는 거 자체가 너무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9회말 정해영의 볼을 치겠다는 상상을 하고 9회초 수비에 들어갔다. 오히려 찬스였으면 부담스러워서 결과가 안 나왔을 텐데 2아웃이라 마음 편하게 과감하게 돌렸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안타만 쳤어도 엄청 기분 좋았을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SSG 이숭용 감독은 "상대 팀 기세가 매서웠다. 승패를 떠나 두 팀 모두 멋진 경기를 펼친 거 같다"며 "(김)광현이가 승을 거두진 못했지만, 자기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 (고)효준이와 (노)경은이가 실점했지만, 공격적인 승부로 홈런을 허용한 부분은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에서는 (최)정이의 9회말 동점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최정은 역시 최정이다. 왜 최정이 대단한 선수임을 보여준 장면이다. 그 홈런의 기운으로 유섬이의 끝내기 홈런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찬사를 남기며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해 잘 싸워줬다.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된 거 같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한유섬 역시 "9회 말에 (최)정이 형이 타석에 들어설 때 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차례가 오면 연결고리 역할을 하자는 생각만 있었다. 홈런 타석에선 노림수를 가져가진 않았지만, 과감하게 스윙하고자 했다. 치고 나서 나도 놀랐다. 빠른 타이밍에 공을 쳤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최정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팀이 실점했음에도 끝까지 야구장에 남아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에게 끝내기 홈런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며, 오늘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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