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포츠몰'은 지난 22일(한국시간)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벤탄쿠르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을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인종차별 사건 이후 토트넘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수단이 인종 다양성에 관한 교육을 받을 것이라고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 남미인(벤탄쿠르)은 뜨거운 물에 빠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FA는 현재 벤탄쿠르의 발언을 조사하고 있지만 규정 위반으로 기소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소가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벤탄쿠르는 벌금형을 받거나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2024~2025시즌 개막전에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벤탄쿠르의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 FA가 인종차별적 행위를 한 선수에게 징계를 내린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먼저 2019년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가 당시 팀 동료이자 흑인인 뱅자맹 멘디를 향해 인종차별적인 글을 남겨 1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800만원)를 낸 바 있다.
당시 실바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멘디의 어린 시절 사진과 스페인 초콜릿 과자 '콘귀토스'의 캐릭터를 함께 올리며 "누군지 생각해봐"라는 글을 남겼다. 실바와 멘디는 전 소속팀 AS모나코부터 맨시티까지 수년을 함께 한 친구 사이였다. 하지만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고 실바는 "친한 친구를 향한 장난이었다"며 악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까지 나서 "둘은 3년간 함께 지낸 친구 사이다. 인종차별이 아닌 농담이었다"고 옹호했다. 당사자인 멘디마저 실바의 행동에 악의가 없었다며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FA는 실바가 FA 규정 'E3'인 '인종, 피부색, 민족에 대한 불필요한 언급을 해선 안 된다'고 판단, 1경기 출전 금지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800만원) 징계를 내렸다. 이 때와 이번 사례가 비슷한 만큼 FA도 벤탄쿠르에게 비슷한 수준의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실바 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도 지난 2020년 자신의 SNS에 흑인을 비하하는 스페인어 '네그리토(Negrito)'라는 단어를 써 3경기 출전 정지에 10만 파운드(약 1억8000만원) 징계를 받은 바 있다.
FA의 징계 여부와 수준에 따라 토트넘도 자체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매체는 "토트넘은 현재 이 사건을 비공개로 다루고 있고 구단 자체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FA의 조사 결과에 따라 토트넘의 대응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행위는 지난 15일 알려졌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이날 "벤탄쿠르가 토트넘 동료 손흥민에게 질 나쁜 농담 후 사과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 촬영 도중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 농담을 했다. 어린아이를 안고 인터뷰에 참여한 벤탄쿠르는 해당 방송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고 요청하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른다. 손흥민이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행자는 "아 그렇구나"라고 맞장구쳤다. 이후 벤탄쿠르의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동양인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비난 속에 사태의 벤탄쿠르는 심각성을 깨닫고 곧장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15일 그는 "쏘니(손흥민 애칭)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내가 한 말은 '나쁜 농담'이었다"며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니다. 사랑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팬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종차별적 발언은 범죄 행위다'라며 비판이 멈추지 않고 있다. 벤탄쿠르가 저지른 과격한 행동도 재조명됐다. 지난달 15일 맨체스터 시티와 리그 34라운드에서 후반 초반 교체되자 불만을 품은 벤탄쿠르는 벤치로 들어와 의자에 사정없이 발길질하며 분풀이했다. 당시 옆에 앉아있던 브리얀 힐이 당황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벤탄쿠르의 사과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손흥민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고 내게 사과했다"며 "벤탄쿠르는 공격적 의도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형제고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토트넘은 내달 18일 하츠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프리시즌에 돌입한다. 손흥민은 "우리는 다가오는 프리시즌에 다시 원팀으로 뭉쳐 싸워나갈 것이다"라고 논란을 잠재웠다.
침묵하던 토트넘도 공식 입장을 전했다. 선수단을 대상으로 인종차별 방지 교육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구단은 20일 공식 SNS를 통해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문제를 잘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다양성, 평등, 포용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손흥민이 논란을 잊고 새 시즌에 집중하도록 지지하겠다"며 "구단은 선수단과 세계 각국의 팬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벤탄쿠르는 2차 사과문을 올렸다. 1차 사과문을 올리고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약 1주일 만에 다시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그는 22일 자신의 SNS에 "나는 손흥민과 대화를 나눴다. 깊은 우정에서 비롯된 오해였다는 것을 손흥민도 이해했다. 이를 모두에게 밝힌다"며 "내 친구(손흥민)과 함께 모든 것을 풀었다"고 적었다.
이어 "만약 누군가 내 인터뷰 때문에 불쾌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억울함을 나타냈다. 그는 "난 결코 다른 사람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오직 손흥민에게만이었고 다른 누구를 직간접적으로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평소 토트넘에서 깊은 우정을 보였기에 팬들의 실망은 더욱 크다. 지난해 10월 벤탄쿠르가 8개월 만에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떨쳐내고 복귀전을 치렀을 때 가장 크게 기뻐한 이 중 하나가 손흥민이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토트넘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할 때 벤탄쿠르를 관중석 앞으로 데리고 나가 팬들 앞에 서게 했고 팬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이어 손흥민은 벤탄쿠르를 어린아이처럼 껴안으며 기쁨을 나타냈다.
당시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복귀는 내게 미소를 만들어 준다"라며 "그는 엄청난 선수다. 벤탄쿠루의 복귀는 우리가 뛰어난 새 선수를 영입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기뻐했다. 이어 "토트넘 선수들 모두가 벤탄쿠르의 복귀를 기다렸다. 벤탄쿠르가 아까 경기장에 들어설 때 감정이 올라왔다. 그는 내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제가 지난 시즌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벤탄쿠르가 언제나 날 웃게 만들어줬다. 늘 응원해줬다"며 "건강해진 벤탄쿠르의 복귀는 정말 환상적이다. 팀에 기폭제가 돼 줄 것이다"라고 거듭 기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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