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24에서 오스트리아가 26일(한국시간) 네덜란드를 3-2로 제압했다. 오스트리아는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가 함께 속해 있어 '죽음의 조'로 불렸던 D조에서 2승 1패(승점 6)를 거두며 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지난 유로 2020에서도 예상을 뒤엎고 16강에 올랐던 오스트리아의 돌풍 배경에는 에너지 음료 회사 레드불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84년 레드불을 창업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디트리히 마테시츠(1944~2022)에겐 고민이 있었다. 카페인과 타우린 성분을 함유한 에너지 음료의 판매 확장이 쉽지 않아서였다. 에너지 음료 판매는 유럽 여러 국가에서 법적 규제 때문에 제한된 곳에서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이같은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레드불을 대중적인 음료로 바꾸고자 했다. 그래서 각종 스포츠 대회의 스폰서로 나섰다. 레드불의 스포츠 투자에 중요한 이정표는 2005년 만들어졌다. 그는 재정난에 허덕였던 잘츠부르크의 한 축구 클럽(SV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을 인수해 그 이름을 FC 레드불 잘츠부르크로 바꿨다.
축구를 좋아하는 오스트리아의 젊은 세대는 처음에는 레드불의 구단 인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전폭적인 모기업의 투자로 팀 성적이 수직상승하면서 홍보 효과가 커졌다. 이에 고무된 마테시츠는 2009년 독일에서 또 하나의 축구 클럽을 탄생시켰다. RB 라이프치히였다. 이 클럽은 2016년 독일 프로축구 1부리그인 분데스리가에 승격했고 4년 뒤에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 유럽 축구 팬을 깜짝 놀라게 했다.
레드불이 만든 레드불 잘츠부르크와 RB 라이프치히는 오스트리아 축구의 최고 유망주가 뛰는 팀이었다. 유로 2024에 참가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국가대표팀 선수 중에 중원의 핵심 선수들은 이 두 클럽과 관계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이같은 축구 스타일은 이번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독일 출신의 랄프 랑닉(66) 감독에 의해 정착됐다. 공격적인 압박 수비를 일컫는 게겐 프레싱의 기초를 고안했던 랑닉 감독은 현역 시절에는 평범한 선수였지만 지난 2010~201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독일의 샬케 04를 4강으로 견인하며 지도자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랑닉 감독은 레드불 잘츠부르크와 RB 라이프치히의 축구 디렉터 역할을 하면서 오스트리아 축구의 중흥을 이끌었다. 여기에서 그가 강조한 것은 빠른 공수 전환과 공격적인 수비였다. 두 팀은 모두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주력을 보유한 젊은 선수들을 축으로 가장 역동적인 축구를 하는 팀으로 평가 받았다. 랑닉이 체력과 주력을 바탕으로 한 전방 압박 능력이 뛰어난 황희찬(28·울버햄튼)을 지난 2015년 레드불 잘츠부르크로 영입해 유럽행을 이끈 것도 그의 축구 철학과 황희찬의 스타일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랑닉 감독이 두 클럽에서 축구 디렉터를 하면서 만든 이른바 '레드불 스타일'은 에너지 음료 레드불이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와도 잘 맞아 떨어졌다. 레드불은 오랫동안 '날개를 펼쳐줘요'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브랜드 광고를 해왔다. 랑닉 감독의 축구 스타일에 따라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치 날개를 달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처럼 빠르고 역동적이었기 때문이다.
레드불의 지원과 랑닉 감독의 공격적인 수비를 앞세워 유로 2024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오는 7월 3일 대회 16강전을 치른다. 상대는 F조 2위를 놓고 경쟁하는 체코 또는 튀르키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도 오스트리아의 16강전이 펼쳐지는 장소는 랑닉 감독이나 오스트리아 선수들에게 홈 구장이나 다름없는 라이프치히의 레드불 아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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