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미는 30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 -57㎏급 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와 연장 혈투 끝에 통한의 반칙패를 당했다.
이날 허미미는 경기 초반부터 탐색전을 시도하며 데구치를 흔들었다. 허미미는 주로 업어치기를 시도하며 데구치의 균형을 깨트렸다. 이에 데구치는 배대뒤치기로 맞불을 놓으며 허미미와 시종일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데구치가 허미미의 소매를 잡으며 틈을 노리자, 허미미는 이를 오히려 역이용하며 업어치기를 계속해서 시도했다.
허미미와 대구치 모두 팽팽한 흐름 속에 쉽사리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체력이 강점인 허미미는 데구치를 계속해서 몰아붙이면서 힘을 빼놓았다. 결국 정규시간 4분 안에 승부가 나지 않았다. 이제 운명의 연장전(골든스코어)으로 향했다. 누구든 먼저 점수를 얻는 순간, 바로 경기가 끝나는 상황. 데구치는 체력적인 부담이 큰 듯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시점에 변수가 발생했다. 약 2분 35초께 허미미가 위장 공격 판정을 받으며 지도 3개가 누적, 반칙패를 당하고 만 것이다. 이에 한국 팬들은 '금메달을 강탈당했다'며 분노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유도에서 위장 공격이란 실제로 공격할 의사가 없는데, 공격을 펼칠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위장 공격 판정을 받을 경우, 페널티로 지도 1개를 떠안는다. 결과적으로 허미미와 데구치가 지도 2개씩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허미미에게 지도 1개가 추가돼 반칙패가 됐다. 이미 허미미는 앞서 2번째 지도 역시 위장 공격 판정이 내려지면서 받은 상태였다.
사실 경기 상황을 놓고 보면 데구치는 이렇다 할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저 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물론 허미미 역시 시원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이에 팬들은 '흥미가 떨어진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미정 감독은 "사실 우리가 보기에 상대를 쉽게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잡히면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다. 그래서 유도에서는 이 잡기 기술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잡는 것에 따라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허)미미가 적극적으로 달라붙지 않은 게 아니다. 데구치의 잡기 기술이 상당히 좋다. 그래서 세계 랭킹 1위를 거의 놓치지 않는 거라 보시면 된다. (허미미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공격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손으로 다 막고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금메달을 따낸 데구치 역시 판정 논란을 의식한 듯 거침없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는 "사실 정확히 마지막에 어떤 상황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따라서 그 부분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다만 더 나은 유도를 위해서는 이제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무대, 올림픽.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금 잘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4년 뒤 또 올림픽에 출전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에 더욱 금메달을 손에 거의 쥘 수 있었던 상황에서 석연찮은 판정 논란이 터진 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허미미는 특별하게 심판의 판정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았다.
오히려 허미미는 밝게 웃었다. 허미미는 "저도 위장 공격일 줄 몰랐다"면서 "그래도 경기의 일부분이니까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그 부분에 대해 잘 생각하면서 경기를 치러야 할 것 같다"면서 씩씩하고 담담한 모습을 보여줬다. 허미미는 재차 마지막 지도를 받은 장면에 대한 질문에도 "저도…. 저도…. 모르겠어요"라면서 "그래도 경기니까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그 부분에 대해 더욱 신경 쓰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날 믹스트존 현장에는 많은 일본 기자들이 허미미에게 관심을 드러냈다. 허미미는 한국 취재진과 먼저 인터뷰를 마친 뒤 일본 취재진 앞에 선 채 일본어로 인터뷰를 소화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허미미는 계속해서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허미미는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금메달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라면서 "그래도 이렇게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 있어 좋았다. 올림픽에 출전한 것, 그리고 결승까지 올라와서 자랑스럽다. 할머니께 '지금까지 유도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애국가 가사도 외웠는데 못 불러 아쉽다. 4년 뒤 올림픽에는 더욱 체력이 좋아진 상태로 나가 금메달을 따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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