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팀 간 맞대결에서 김원호-정나은(24·화순군청) 조가 승리했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2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펼쳐진 서승재(27·삼성생명)-채유정(29·인천공항) 조와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맞대결에서 2-1(21-16, 20-22, 23-21)로 승리했다.
이로써 김원호-정나은 조가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서승재-채유정 조는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한국 배드민턴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두 팀이 맞대결을 벌이면서 최소 은메달이 확보된 상황이었다.
당초 4강전이 열리기 전부터 서승재-채유정 조의 승리가 점쳐졌다. 그도 그럴 것이, 서승재-채유정 조가 이 종목 세계 랭킹 2위로 강력한 우승 후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미 서승재-채유정 조는 조별 예선에서 3연승을 질주하며 8강에 올랐다. 이어 탕춘만-체잉수엣 조(세계랭킹 7위)와 8강전에서도 승리하며 4강에 진출한 상황이었다.
반면 김원호-정나은 조는 세계랭킹 8위로 서승재-채유정 조에 비해 우승 가능성이 낮게 예상됐다. 김원호-정나은 조 역시 8강에서 첸탕지에-토이웨이(말레이시아) 조를 2-0(21-19, 21-14)으로 물리치는 등 탄탄한 실력을 자랑했다.
이날 서승재-채유정 조는 김원호-정나은 조를 상대로 경기 초반부터 계속 리드를 빼앗기며 의외로 고전했다. 중반 이후에는 12-15로 뒤진 채 계속해서 추격권에 두기는 했다. 하지만 18-13까지 점수 차를 벌리는 등 김원호-정나은 조가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서승재는 강력한 스매싱으로 정나은 쪽을 계속 공략하며 점수를 뽑아나갔다. 18-14 상황에서는 51차례 랠리 끝에 김원호-정나은 조가 점수를 가져갔다. 결국 20-16으로 게임 포인트를 남겨뒀고, 김원호-정나은 조가 21-16으로 승리했다.
이어진 2게임. 두 팀이 코트 위치를 서로 바꿨다. 서승재가 헤어핀과 드롭샷을 구사하며 서서히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원호도 힘 있는 스매싱으로 맞불을 놓았다. 3-3 동점에 이은 5-5 동점, 그리고 8-8 동점으로 초반부터 팽팽한 승부가 전개됐다. 8-10으로 뒤진 상황에서 김원호가 넘어지면서 공격을 받아내자, 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탄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결국 여기서 점수를 따내며 9-10이 됐으나, 이내 1점을 또 잃었다. 이 과정에서도 상대 공격을 걷어내기 위해 김원호가 몸을 날리는 투혼을 발휘했다.
서승재-채유정 조는 중반 이후 다시 14-12로 리드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이어 서승재의 스매싱 공격이 통하면서 15-12, 3점 차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김원호-정나은 조도 끈질겼다. 연속으로 3득점에 성공, 15-15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것. 이후 엎치락뒤치락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17-17 또 동점이 됐다. 서승재-채유진 조가 게임 포인트를 20-18로 한 점 남겨놓은 상황에서 20-20이 되며 듀스로 향했다. 결국 서승재-채유정 조가 2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2게임을 가져갔다.
다시 서승재-채유정 조가 반격하며 17-17 원점이 됐다. 18-18에서 서승재-채유정 조의 범실로 19-18, 또 점수가 나오며 20-18이 됐다. 하지만 서승재-채유정 조가 2연속 공격에 성공, 끝내 듀스로 향했다. 그리고 한 차례 점수를 주고받은 뒤 연달아 2점을 따내며 김원호-정나은 조가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가 끝난 뒤 모든 것을 쏟아부은 한국 선수들은 잠시 숨을 골랐다. 이어 승리한 김원호-정나은 조를 향해 패배한 서승재-채유정 조가 다가갔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4명이 네트 근처에 한데 뭉쳤다. 그리고 채유정은 정나은을 향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동시에 서승재 역시 김원호를 안아준 채 밝게 웃으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형' 서승재는 "우리 한국끼리 맞붙었는데, 저희보다 더 잘해 이겼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확보했기에 그런 의미에서는 기분이 좋았다. 물론 그게 제가 아니어서 아쉽긴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꼭 메달을 따서 시상대에 올라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동생' 김원호는 한눈에 보기에도 크게 지친 모습이었다. 김원호는 "어머니께서 올림픽 무대는 하늘이 내려주시는 거라 말씀해주셨다. 최선을 다해 연습한 뒤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받아들이면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했다. 이어 "저희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파이팅 있고, 적극적으로 활기차게 하려 했다. 더 패기 있게 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마지막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김원호는 구토 상황에 대해 "경기 중 헛구역질이 나길래, 단순하게 한 번 나오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속이 안 좋았고, 자칫 코트에 구토할 것 같아 심판에게 양해를 구한 뒤 봉지에다 구토를 했다. 사실 코트 안에서 그런 티를 낸 건 처음이다. 선수로서 보여드리지 말아야 할 모습을 보여드렸다"며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저녁을 못 먹고 뛴 부분도 있다. 마실 것만 먹고 뛰다 보니 더 속에서 올라온 것 같다"며 투혼을 발휘한 배경을 설명했다.
비록 승부는 갈렸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사투를 벌인 한국 선수들 모두가 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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