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세계랭킹 8위)은 3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세계랭킹 5위 하야타 히나(24·일본)와 2024 파리 하계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2-4(11-9, 11-13, 10-12, 7-11, 12-10, 7-11)로 아쉽게 패했다.
한국 탁구가 여자 단식에서 메달을 따낸 건 두 차례 있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현정화가 동메달을 획득했고,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김경아가 역시 동메달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신유빈이 20년 만에 여자 단식 메달 획득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하야타는 신유빈의 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경기 전까지 4차례 맞붙었는데 모두 신유빈이 패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서도 끝내 천적을 넘지 못한 채 분루를 삼켰다.
신유빈은 1게임부터 11-9로 승리하며 한껏 기세를 올렸다. 하야타의 안쪽과 바깥쪽을 골고루 공략하며 흐름을 내주지 않았고 경기를 승리로 가져왔다. 초반부터 신유빈은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한 손을 번쩍 들며 파이팅을 외쳤다. 하야타는 회전이 많은 서비스로 신유빈을 공략했다. 그러자 신유빈도 똑같이 서브 득점으로 맞대응한 뒤 또 공격을 성공시키며 8-6 리드를 잡았다. 이어 긴 랠리 끝에 신유빈의 포핸드 공격을 하야타가 반격했으나 네트에 걸리며 9-6까지 도망갔다. 결국 11-9로 승리.
하지만 하야타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2게임에서는 듀스 접전 끝에 하야타가 13-11로 승리, 게임 스코어를 1-1 원점으로 돌렸다. 하야타는 경기 초반 3차례 연속 서브를 시도하다가 네트를 범하기도 했다. 국제대회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이에 잠시 흐름이 끊기면서 한 점을 내준 신유빈. 그러나 다시 하야타의 2연속 범실을 유도, 4-1까지 앞서나갔다. 그러나 하야타는 신유빈의 백 사이드 쪽을 잘 공략하며 승부를 5-6으로 뒤집었다. 이후 신유빈이 끝내 승부를 9-9 원점으로 돌린 뒤 10-10이 되면서 듀스로 향했다. 결국 하야타의 포핸드 탑스핀을 막지 못하며 2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진 3게임. 신유빈과 하야타는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으나, 이번에도 하야타가 12-10으로 승리했다. 초반부터 팽팽했다. 3-3, 4-4, 5-5 동점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후 신유빈의 공격이 살아나며 마침내 9-6, 3점 차 리드를 잡았다. 계속해서 10-7이 되면서 게임 포인트까지 단 한 점만을 남겨놓은 상황. 그러나 하야타는 신유빈의 범실을 유도하며 10-9, 턱 밑까지 추격했다. 결국 10-10 듀스로 향했고, 신유빈이 내리 2점을 내주며 패하고 고개를 숙였다.
4경기에서 신유빈은 0-1로 뒤진 상황에서 신유빈이 바나나 플릭으로 상대를 테이블에서 멀찌감치 떨어트려놓은 뒤 스매시를 꽂아 넣었다. 4-4, 5-5 동점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서히 무게추가 하야타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신유빈이 내리 2점을 허용한 뒤 긴 랠리 끝에 스매시 공격까지 내주며 5-8로 벌어진 것. 결국 4경기마저 내주면서 게임 스코어 1-3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여전히 게임 스코어 2-3으로 뒤진 신유빈. 신유빈은 먼저 2점을 내준 채 시작했다. 하야타가 신유빈의 서브를 하야타가 잘 받아내며 1-3이 됐다. 하지만 다시 신유빈의 공격이 막히면서 2-4가 됐고, 급기야 점수는 2-7, 5점 차까지 벌어졋다. 신유빈은 5-7, 2점 차까지 추격했으나, 하야타는 막바지로 향할 수록 더욱 힘을 냈다. 결국 7-10이 됐고, 신유빈이 한 점을 더 내주면서 고배를 마셨다.
반면 하야타는 동메달이 확정되자 코트에 그대로 드러누운 뒤 기쁨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한 채 매우 감격한 모습이었다. 반면 신유빈은 심판과 차례로 인사를 나누기 위해 코트 양쪽을 오갔다. 이어 신유빈이 다가간 건 바로 하야타였다. 드러누워 있던 하야타는 신유빈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마자 바로 일어섰다. 그런 하야타를 향해 신유빈은 포옹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패자의 품격'이 빛난 순간이었다. 또 신유빈은 일본인 감독한테도 다가가 예우를 갖추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어쩌면 천적으로 지긋지긋할 법도 했지만, 신유빈은 환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이후 신유빈은 벤치로 돌아온 뒤 한동안 코트를 떠나지 못한 채 그대로 앉아있었다. 신유빈에게 오광헌 여자 탁구 대표팀 감독은 무언가 한참 동안 말을 건넸다. 그리고 얼마 후 신유빈이 일어섰다. 그러자 관중석에서는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유빈은 코트를 한 바퀴 돌면서 손을 흔든 뒤 꾸뻑 인사도 했다. 그러자 기적처럼 모두가 일어났다. 그런 신유빈을 향해 한국과 중국, 일본 팬들은 물론,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파리 시민들도 신유빈이 경기장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믹스트존(공동 취재구역)에서 만난 신유빈은 오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감독님께서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많은 발전이 있었으니, '지금처럼 충분히 노력하면 너는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하야타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전한 장면에 관해 "저도 옆에서 봐왔지만, 그 선수도 그렇고, 모든 선수가 열심히 노력하고 또 간절하다"면서 "그런 부분에서는 진짜 인정해주고 싶다. 저도 그렇게 더 단단한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축하의 뜻을) 전달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신유빈은 팬들을 향해 인사한 것에 대해 "응원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다.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이렇게 파리에서 멋진 경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를 드렸다"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과연 다음에는 천적을 꺾고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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