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때 3루 주자 신민재가 병살 플레이를 펼치는 틈을 타 홈으로 파고들었다. SSG 1루수 오태곤이 재빠르게 홈 송구에 나섰고, 포수 이지영이 신민재를 여유 있게 태그 아웃시켰다. 삼중살의 완성이었다. 시즌 두 번째이자, KBO리그 통산 83번째 삼중살이었다.
삼중살(트리플 플레이·Triple play)은 한 타자의 타석에서 3개의 아웃 카운트를 한꺼번에 잡아내는 수비다. 무사(노 아웃) 상황이어야 하고, 주자는 2명 이상 있어야 가능하다. 삼중살이 나오면 수비는 곧바로 위기에서 벗어나 이닝을 마치면서 반격에 나설 수 있지만, 공격 팀은 한순간에 좋은 흐름을 놓치고 긴 한숨을 내쉬기 마련이다. 역대 5차례만 나온 끝내기 삼중살이라면 수비에 나선 팀은 그대로 경기를 승리로 매조질 수 있다.
그러나 삼중살이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스모킹 건'으로 꼭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삼중살의 아픔을 이겨내고 승리를 챙기는 경우도 곧잘 발생한다.
이날 SSG-LG전이 그랬다. LG는 8회초 1실점하며 2-3 역전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8회말 반격에서 톱타자 홍창기의 볼넷과 신민재의 우전안타로 만든 무사 2, 3루 기회에서 삼중살의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오스틴이 우익수 오른쪽 2타점 재역전 적시타를 터뜨려 짜릿한 4-3 승리를 거두며 3연패에서 벗어났다.
지난 3일 울산문수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때도 시즌 첫 삼중살 수비를 펼친 팀이 졌다. LG는 0-3으로 뒤진 2회초 롯데 정훈에게 중전안타, 박승욱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지만 정보근의 3루 앞 땅볼 때 3루수 구본혁이 타구를 잡아 3루를 밟은 뒤 5-4-3으로 이어지는 역대 82번째 삼중살을 작성했다.
이후 LG는 4회초 문보경의 좌월 솔로 홈런으로 추격에 나선 뒤 6회초 박동원의 좌월 2점 홈런으로 3-3 동점을 만들며 기세를 올리는 듯했지만 7회말 1실점하고 8회말 손호영의 좌월 솔로 홈런 등으로 대거 4실점하며 끝내 3-8로 패했다. LG는 시즌 첫 삼중살을 만들었을 때는 패했고, 시즌 2호 삼중살의 희생양이 됐을 때는 오히려 이겼다.
역대 83차례 삼중살 사례에서 수비 때 기록을 작성한 팀이 47승 36패로 더 높은 승률을 자랑한다. 그러나 2024시즌 두 차례를 비롯해 최근 사례는 삼중살을 만들어낸 팀이 패배하는 경우가 더 많아 눈길을 끈다. 최근 8번의 삼중살 수비 때 이긴 팀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2020년 10월 3일 LG가 수원 KT전 2회 박경수 타석 때 삼중살 수비를 펼치고도 2-12로 패한 후 '삼중살 작성 팀'이 4연패했고, 2022년 8월 20일 한화 이글스가 사직 롯데전에서 5회 이대호 타석 때 역대 80번째 삼중살을 이끌어내며 5-3으로 승리를 안았다.
지난해 11월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LG의 한국시리즈 1차전 때였다. LG는 2-1로 앞선 2회초 수비 때 무사 1, 2루 위기 상황에서 상대 타자 문상철의 포수 앞 번트 타구를 삼중살로 연결했다. 포수 박동원이 3루 수비에 들어간 유격수 오지환에게 송구해 2루 주자 장성우를 포스 아웃시켰고, 이어 오지환이 1루로 송구해 타자 주자 문상철도 잡아냈다. 그 사이 1루 주자 배정대가 2루를 지나 3루로 내달렸다. 1루 수비에 들어갔던 LG 2루수 신민재는 3루로 송구해 배정대까지 태그 아웃시켜 삼중살을 마무리했다.
2004년 10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6-6 무) 때 당시 현대 유니콘스가 1회초 수비 때 삼성 라이온즈 양준혁의 타구를 삼중살로 연결한 후 19년 만에 나온 역대 한국시리즈 두 번째 기록이었다. 포스트시즌 삼중살로는 역대 4번째.
하지만 LG는 4회초 1실점하며 2-2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9회초 삼중살의 희생 타자였던 문상철에게 역전 결승 2루타를 얻어맞고 2-3으로 역전패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은 팀은 LG였다. LG는 1차전 역전패의 아픔을 딛고 2~5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4승 1패로 2023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90·10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맛본 세 번째 통합 우승의 영광이었다.
삼중살을 당해 공격의 흐름이 끊겼다고 너무 실망하고 고개를 숙일 일은 전혀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닌가.
여기서 흥미로운 기록 하나 더. 노히트노런보다 훨씬 드물고, 역대 KBO리그에서 단 한 차례만 나온 '40홈런-40도루'(2015년 NC 에릭 테임즈 47홈런-40도루)만큼이나 힘든 것이 '무보살 삼중살'이다. 수비수 한 명이 다른 선수의 도움 없이 혼자서 3아웃을 모두 책임지는 경우다. '단독 삼중살'이라고도 한다.
2007년 6월 13일 대구 KIA-삼성전에서 5회말 삼성 박진만(현 삼성 감독) 타석 때 단 한 번 나왔다. 당시 KIA 2루수 손지환이 무사 1, 2루 위기에서 박진만의 직선 타구를 잡은 뒤(1아웃) 곧바로 2루를 밟아 미처 귀루하지 못한 2루 주자 양준혁을 돌려세웠고(2아웃) 끝으로 1루 주자 심정수마저 직접 태그아웃시켰다(3아웃). 43년째를 맞는 KBO 역사에서 유일한 '무보살(단독) 삼중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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