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폭발, 기뻐만 하고 있을 때 아니다" KBO·구단 '인기 유지' 노력 [창간20 기획]

안호근 기자  |  2024.09.03 10:20
관중이 가득 들어찬 잠실구장 전경. /사진=김진경 대기자
프로야구 KBO리그가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미 종전 한 시즌 최다 관중을 넘어 꿈의 '1000만 관중'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스타뉴스는 창간 20주년 기획으로 올 시즌 KBO리그의 흥행 비결과 인기 유지를 위한 과제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① '왜 지금' 야구에 열광하는가... 젊은 여성팬 급증 "숏폼 보고 구장 가서 스트레스 풀고"
② 박용택 "10대 여학생-70대 할머니도 야구 팬 됐다"... '최강야구', KBO 인기에 한 몫
③ "관중 폭발, 기뻐만 하고 있을 때 아니다" KBO·구단 '인기 유지' 노력

프로야구가 사상 첫 1000만 관중 시대를 앞두고 있다. 2024 KBO리그는 2일까지 시즌 624경기에서 누적 관중수 923만 2768명(경기당 평균 1만 4796명)을 기록해 이미 종전 한 시즌 최다 관중(2017년 840만 688명)을 넘어섰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산술적으로 시즌 최종 관중 수(720경기)는 1065만 3193명에 달해 1000만 관중을 향한 기대를 높인다.

지난해까지 통산 4차례 800만 관중을 유치하며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프로야구이지만 올 시즌엔 그 열기가 유독 뜨겁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다툼과 더불어 어려워진 경제 상황 속에 가성비 있게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나 젊은 여성 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프로야구 인기를 선도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프로야구 열풍이 일종의 유행과 같은 현상이라면 언제든지 관중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지금 이 폭발적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가 중요한 때다.

올 시즌 도입한 ABS 관련 기준. /사진=KBO 제공


KBO, 꾸준하고 다양한 관중 유치 노력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더 많은 관중 유치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중 하나가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이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시범운영을 통해 올 시즌 1군 무대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ABS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볼 판정으로 인한 논란을 없애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KBO 관계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공정'이라는 키워드가 굉장히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볼 판정에 대한 야구 팬들의 불만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여러 우려의 목소리 속에서도 과감히 ABS를 도입한 이유이고 동일한 조건에서 타자와 투수들이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팬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야구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또 하나의 노력은 소셜미디어에서의 접근성 제한을 완화했다는 것이다. KBO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중계권 계약을 하며 티빙(TVING)과 손을 잡았다.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야구 팬 누구나 40초 미만 분량의 경기 숏폼 영상을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활용해 확대 재생산할 수 있게 바꿨다는 것이다.

KBO 관계자는 "중계권 계약을 할 때 오히려 금액적인 측면에선 배점을 낮췄다"면서 "소셜미디어 활용에 대해 가점을 높였고 티빙이 거기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한 영향으로 팬들도 현재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퍼나르며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신규 팬 유입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자체적으로도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전력 평준화를 통해 시즌 막판까지 10개 구단 팬이 더 몰입할 수 있도록 2차 드래프트 부활과 퓨처스 FA 제도 등으로 각 구단에서 필요한 전력을 더 원활히 보강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피치클락도 도입된다. KBO는 당초 올해 전반기 시범운영 후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너무 성급하다는 반발 여론이 컸다. 이에 피치컴 도입 등을 통해 후반기에 더욱 안정적으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내년 시즌 정식 시행될 예정이다.

KBO 관계자는 "MLB(미국 메이저리그)가 피치클락에 사활을 건 것도 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경기 시간을 단축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며 "대만은 시범운영도 없이 곧바로 도입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는 보다 조심스럽게 시행을 준비 중인데 현재는 기준 시간을 몇 초로 설정할 것이냐를 두고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KT 포수 장성우가 다리에 피치컴 기기(빨간색 원)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더 쾌적하고 행복한 야구장'을 위해


좀처럼 끊이지 않는 선수들의 사건·사고 방지를 위해서도 KBO와 각 구단 차원에서 꾸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KBO는 이미 2년 전 '음주운전 2회 적발시 5년 실격, 3회 이상은 영구실격' 등 처벌 기준을 강화하며 선수들의 일탈 행위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KBO 만큼 선수들의 경기장 밖 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곳도 없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KBO와 각 구단에선 신인 오리엔테이션 등을 비롯해 선수들의 일탈 및 부정행위, 금지약물 관련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팬들이 더 쾌적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신구장도 마련된다. 내년 오픈이 예정돼 있는 대전 신구장을 비롯해 잠실과 인천의 새 구장도 공사를 준비 중이다. 1만 2000석에 불과한 대전구장은 2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확대되고 팬들이 인피니티풀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된다.

구단 차원에서도 팬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수도권 A 구단 관계자는 "신규팬 증가 효과가 상당하다. 여성 관중이 높아졌고 봉제 인형, 인형 키링 등 여성 구매비율이 높은 상품들의 판매량도 작년 대비 매우 증가했다"며 "팬들께 행복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꾸준히 준비 중이다. 올해 IP(지식재산권) 콜라보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팬들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업종의 IP와 콜라보를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두산이 진행한 인기 캐릭터 '망그러진 곰'과 IP 콜라보 프로모션의 유니폼을 입은 정수빈(왼쪽)과 김택연. 품절 대란을 일으킬 만큼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근본적 과제는 '야구 경쟁력 강화'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원하는 다양한 먹거리 확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방 B 구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젊은 팬층이 많아지면서 직접 먹거리를 준비해 오기보다는 현장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야구장의 식음료가 SNS를 통해 유행을 타기도 한다"며 "젊은 층이 좋아하는 식음료 프랜차이즈를 유치하려는 노력도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팬 응대도 인기 유지를 위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A 구단 관계자는 "구단은 매년 신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팬서비스 및 미디어 대응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며 "야구 인기가 급증함에 따라 선수들 역시 자기 PR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분위기다. 몇몇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유튜브 팀에 먼저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구단은 지속적으로 미디어 대응 및 팬서비스에 대해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우수한 선수들이 더 많아져 경쟁력을 높이는 게 근본적인 인기 유지의 비결이 될 수 있다. 현재 인재풀에 대한 고민이 많은 현실인데 KBO에선 창단 지원과 용품 지원, 야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티볼 관련 행사 등을 진행하며 야구를 시작하는 선수들이 증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KBO 관계자는 "프로야구를 향한 뜨거운 관심과 함께 걱정도 커진다. 기뻐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라며 "어떻게 하면 인기 유지를 잘하고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시즌 역대 최다 매진 신기록을 세운 한화.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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